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천은 햇빛이다. 식물이 햇빛을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하면, 다른 생물은 식물이 이처럼 광합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살아가는 먹이사슬을 이룬다. 때문에 햇빛은 생명체 존재의 가장 중요한 필수조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1977년에 이런 고정관념을 깨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반 안델 등의 과학자들은 심해잠수정을 이용해 화산활동이 빈번한 갈라파고스 해저산맥의 단층을 탐사했다. 그러다 350℃가 넘는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열수분출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수심이 너무 깊어서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그곳에서 길이 3m나 되는 관벌레를 비롯해 게, 가재, 홍합, 새우 등의 다양한 생물들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계속되는 조사를 한끝에 마침내 수수께끼가 풀렸다.
빛이 없는 심해에서 유기물을 합성하고 있었던 것은 식물이 아니라 미생물이었다. 이 미생물들은 햇빛 대신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다른 생물들은 이들의 대사산물을 기반으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생물의 생존법은 지구가 아닌 외계에서의 생명체 존재에 대한 새로운 힌트가 되었다.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 햇빛이 닿지 않는 곳이라도 어떠한 반응을 통해 화학물질이 농축돼 있는 곳이라면 열수분출공의 생태계처럼 생명체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다.
태양계에서 이 같은 후보지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다. 이곳은 숨쉬기엔 너무 희박할 만큼 극도로 옅은 산소 대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지표의 온도는 영하 150℃ 이하의 극한 환경에 놓여 있기에 유로파의 표면은 대부분 얼음으로 덮여 있다.
조수가 열수 활동 일으켜 영양분 생산
하지만 그 얼음 아래에는 금속으로 된 핵과 맨틀 그리고 짠물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5일마다 목성의 주위를 도는 유로파의 궤도는 원형에서 약간 어그러진 타원형이다. 따라서 목성의 중력이 미치는 차이로 인해 조수가 발생한다. 만약 유로파의 얼음 껍질 아래 바다에 존재한다면 조수는 해저에서 화산활동이나 열수 활동을 일으켜 생물에게 공급할 수 있는 영양분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에 허블망원경으로 유로파의 얼음 껍질을 뚫고 분출하는 거대한 물기둥을 발견했다. 이 물기둥은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으며, 목성과 주변의 다른 위성들이 가하는 조석력에 의해 압력을 받아 바닷물이 분출된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89년에 발사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호는 탐사 임무 중 유로파 내에서 특별한 유형의 자기장이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얼음 구성을 바탕으로 그 같은 자기적 신호를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물질은 바로 짠물의 바다라고 추정했다.
갈릴레오 호는 탑재된 적외선 분광계로 짠물의 성분도 밝혀냈다. 유로파의 얼음 표면에서 목욕할 때 사용하는 엡솜염으로 보이는 물질을 발견한 것. 황산마그네슘 7수화물의 속칭인 엡솜염은 영국의 엡솜 광천에서 발견한 것에 따라 유래된 명칭으로, 황산염의 일종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바다는 다른 유형의 소금인 황산염이 풍부할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유로파의 바다도 지구와 똑같이 염화나트륨으로 되어 있을 거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과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우주망원경영상분광기(STIS)로 4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 유로파의 타라 레지오(Tara Regio)라는 지역이 염화나트륨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명체를 위한 최상의 인큐베이터
타라 레지오는 유로파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젊은 지역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노란색의 얼음무늬가 집중돼 있는 곳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칼텍의 사만다 트럼보 연구원은 “이 염화나트륨이 해양 구성 물질을 대표한다면 유로파의 바다는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것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유로파 표면의 염화나트륨’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6월 12일 자에 발표됐다.
황산염과 염화나트륨의 차이는 유로파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산염은 단순히 해저의 암석으로부터 바다로 녹아들었음을 의미할 뿐이지만, 염화나트륨은 해저가 열수적으로 활발하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유로파 표면에서의 염화나트륨 발견이 열수 활동을 의미한다고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이 두 가지는 서로 상당한 관련을 가진다”고 밝혔다. 즉, 유로파의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바다가 우리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를 위한 최상의 인큐베이터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분광기의 분석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선 유로파에 직접 가서 분석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NASA는 2022년에 ‘유로파 클리퍼’라는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탐사선이 유로파에 접근해 생명의 증거를 찾게 된다면, NASA는 유로파에 직접 착륙해 표면의 얼음을 파낼 수 있는 착륙선을 발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인해 타라 레지오는 유로파로 보낼 탐사선이 좀 더 정밀하게 관측할 후보지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유로파는 1610년 1월 8일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목성의 다른 3개 위성과 함께 발견됐다. 이는 어떤 천체가 지구 이외의 천체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게 한 최초의 발견이었다. 과연 생명체는 지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는 발견이 유로파에서 또 다시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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