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경쟁과 협력이 백신 개발의 촉매”

사이언스지, ‘올해의 과학 성과’로 코로나19 백신 꼽아

올 한 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과학의 발전 속도는 놀라웠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 착수한 지 1년도 안 돼 일부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다른 백신에 비해 10배 빠른 속도다.

‘사이언스’지는 18일 올해의 과학 성과(2020 breakthrough of the year)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목했다. 사이언스지는 “이처럼 많은 경쟁자들이 동시에 대규모 백신 개발에 전력투구한 적은 없었고 정부, 산업계, 학계와 비영리 단체들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하나의 전염병에 돈과 권력, 지식을 집중 투입한 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연구에 집중한 결과 12월 중순까지 20만 편 이상의 논문이 저널에 게재됐고, 이보다 훨씬 많은 논문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프리프린트서버)에 올라왔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백신 후보는 162개로 이 중 52개가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사도 ⓒ pixabay

전 세계적인 경쟁과 도전이 가져온 눈부신 기술 발전

코로나19는 2019년 마지막 날 중국 우한의 보건당국에 의해 세계에 알려졌다. 중국 과학자들이 이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관시켰고 1월 10일 과학자들은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적 배열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코로나19가 알려진 첫 달은 혼란의 시기였다. 중국은 인간 간 전염의 초기 증거를 모호하게 밝혔고, 국가 간 확산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세계보건기구(WTO)는 국제 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미뤘다.

2월 제약회사들이 공격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캔시노 바이오로직스(CanSino Biologics), 시노백 바이오테크(Sinovac Biotech), 시노팜(Sinopharm)이 개발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모더나(Moderna)와 이노비오(Inovio Pharmaceuticals)가 선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바이온테크(BioNTech)가 추후 화이자(pfizer)와 공유할 후보 물질을 찾았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백신 개발에 협력했다. 얀센(Janssen)과 사노피 파스퇴르(Sanofi Pasteur)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개발 경쟁은 혁신적인 의학기술을 만들어냈다. 모더나, 화이자-바이온테크의 백신은 사상 최초로 전령RNA(messenger RNA)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전의 백신이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었다면 mRNA 방식은 바이러스의 핵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주입된 mRNA 백신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만들면 이 단백질이 코로나19의 항체를 만드는 원리다.

6개월여 만에 백신 효능 95% 검증

전문가들은 백신이 빨라야 2021년 초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실제 백신 개발 속도는 훨씬 빨랐다. 4월 시노백이 처음으로 원숭이 대상 백신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후 단 하루 만에 5개 회사가 백신 임상을 시작했고 71개 이상의 회사가 전임상에 돌입했다.

7월 27일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온테크는 더 많은 임상 참가자를 모집해 mRNA 방식 백신의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11월에 각각 95%의 효능을 보고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효능의 최고치가 60% 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지난 2일 영국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텍이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처음으로 허가했고 8일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 역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모더나 백신도 접종이 허가됐다. 사이언스지는 “모두의 힘이 결합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혁명적인 속도로 촉진시켰다”며 “이렇게 많은 경쟁자들이 공개적으로 빈번하게 협력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혼란도 야기

과학자들이 코로나19를 이해하고 진압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잘못된 정보로 인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메드아카이브(medRxiv) 등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프리프린트서버)에서는 SARS-CoV-2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는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수십만 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음에도 바이러스를 경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 백악관은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한 과학자들의 충고를 무시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현장이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사이언스

과학자들 스스로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3월 20일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디디에 라울(Didier Raoult)은 국제 화학요법 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10월 4일 마틴 쿨도르프 하버드대 교수, 수네르타 굽타 옥스퍼드대 교수, 제이 바타차리아 스탠퍼드대 교수 등 3명이 집단 면역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Great Barr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협력해 정답을 찾아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을 반박하는 논문들이 나왔고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집단 면역 전략이 위험하다는 내용을 담은 존 스노우(John Snow) 선언에 서명했다.

사이언스지는 코로나19 이슈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 거부, 제조 및 공급망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언스지는 또 “백신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전염은 막을 수 없어 대유행의 종식을 지연시킬 수도 있고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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