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독일의 천문대

[우주라이크 사이언스] 유럽 천문대(1) 쾨니히슈툴 하이델베르크 천문대

독일에는 수많은 공공 천문대 이외에도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천문대만도 대략 15개가 넘는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천문대는 유럽연합에서 관리하는 유럽 남방 천문대 (Europäische Südsternwarte)이지만, 독일 자국 내에서 관리하는 국립 및 주립 천문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천문대 근처의 독일 국립대학교들의 물리학과나 천문학과와 제휴를 맺고 수업과 세미나 등을 열며 교육기관으로서의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천문학자와 공학자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 학문적인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립/주립천문대 중 하나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주립 쾨니히슈툴 하이델베르크 천문대(이하 쾨니히슈툴 천문대, LSW, Landessternwarte Königstuhl)는 쾨니히슈툴 (Königstuhl) 산에 위치해있으며 1898년 6월 20일 바덴공국의 프리드리히 1세 공작에 의해 개장되었다.

쾨니히슈툴 천문대는 2005년 1월 1일부터 천문학 계산 연구소(ARI, Astronomisches Rechen-Institut) 및 이론 연구소(ITA, Institut für Theoretische Astrophysik)와 함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천문학 센터(ZAH, Zentrum für Astronomie)의 일부로 편입되었다. 위 천문대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뽑혔으며, 천문대에서의 일은 하이델베르크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직업 중 하나로 뽑힌 바 있다.

쾨니히슈툴 천문대의 모습 © Gerhard Klare, Gabriella Ramge, and Otmar Stahl

2006년부터 쾨니히슈툴 천문대를 이끌고 있는 천문대장인 안드레아스 퀴렌바흐(Andreas Quirrenbach)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쾨니히슈툴 천문대는 크게 일반 천문학, 외계 은하 관련 천문학, 항성 천문학, 천문학 관련 기계 개발 등의 총 4가지 큰 부문에서의 천문학을 연구하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작지만 큰’ 천문대”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시간 분해 천문학(Time Resolved Astrophysics), 고에너지 천문학(Very High Energy Astrophysics), VLT 망원경에 붙어있는 2개의 Fors를 이용하는 Fors Deep Field 프로젝트, 퀘이사(Quasar)의 가변성에 대한 EC-TMR 프로젝트인 ENIGMA, AGN의 방출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은하 연구, 높은 적색 편이 활성 은하 연구, 온도가 뜨거운 별 연구, 적은 금속을 함유한 별 연구, 근적외선 및 광학 에쉘레(Échelle) 분광기를 사용하여 또 다른 지구를 찾는 카르메네스(Carmenes)프로젝트, 대형 쌍안경(LBT, Large Binocular Telescope)을 이용한 프로젝트, LBT용 근적외선 카메라와 분광기 프로젝트, 4m 분광 망원경을 이용한 4MOST 프로젝트, 광자재 포맷을 이용한 천문학 계측 NAIR (Novel Astronomical Instrumentation through Photonic Reformatting) 프로젝트, 초고에너지 천체 관측 망원경 HESS (The High Energy Stereoscopic System) 프로젝트, 광학 모니터링을 위한 자동 망원경 (ATOM) 프로젝트, 그리고 가시광선 분광기를 이용한 FEROS (The Fiber-fed Extended Range Optical Spectrograph) 프로젝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퀴렌바흐 교수 (LBT Board Meeting April, 2009) © LBT team

최근의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그가 총책임자로 이끌고 있는 카르메네스 프로젝트의 여러 발견을 들 수 있다.

그는 “CARMENES 프로젝트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천문학 프로젝트입니다. 스페인과 독일의 11개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프로젝트의 고안과 장비 설계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스페인 알메리아 지방에 위치한 Calar Alto 천문대에 설치된 3.5m 망원경을 통해 관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1월 1일 성공적인 첫 관측을 통해 두 번째 지구를 찾기 위한 중대한 첫 발자국을 내딛게 된 카르메네스 프로젝트는 외계 행성 발견에 최적화되어있는 두 개의 분광기(가시광선 영역 분광기와 적외선 영역 분광기)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며 이는 우주탐사의 최대 화두인 두 번째 지구를 찾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메네스는 M 등급의 적색 왜성을 공전하고 있는 외계 행성을 찾고 있다. 적색왜성들은 매우 작은 별들이며, 카르메네스 프로젝트가 관측할 수 있는 가까운 궤도 안의 외계 행성들에 적당한 온도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퀴렌바흐 교수는 “적색 왜성들은 태양보다 차갑고 더 긴 파장을 방출하기 때문에, 대부분 빛을 근적외선 근처에서 방출합니다. 따라서 카르메네스는 적외선에 민감한 독자적이고 특수한 분광기를 개발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다른 어떤 프로젝트도 하지 못했던 카르메네스만의 혁신입니다.”라고 설명했ㄷ.

카르메네스의 관측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지구로부터 약 6광년 떨어졌으며 상대적으로 어두운 적색왜성 버나드 (Barnard) 별을 도는 슈퍼지구의 존재를 확인했다. 버나드 b로 명명된 이 행성은 지금까지 발견된 수천 개의 외계행성 중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외계행성이다.

퀴렌바흐 교수는 “버나드 별은 적색왜성이기에 당연히 카르메네스팀의 표적이 되었고, 이 발견으로 인해서 예전부터 논쟁이 일던 버나드 별의 외계행성 존재 여부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지구 질량의 대략 (최소) 3.2배 정도 되는 이 행성은 233일 정도를 주기로 버나드 별을 공전하고 있다. 대략 지구와 비슷한 공전 주기에도 불구하고 행성 표면의 온도는 영하 170도 정도로 낮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이 행성은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기가 두껍게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도 우호적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버나드 b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슈퍼지구로 앞으로도 외계행성의 연구에 가장 중요한 표적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카르메네스 스펙트럼 분석팀은 태양계에서 약 12.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티가든의 별’을 도는 티가든 b, 티가든 c 등의 2개 행성을 새로이 발견했습니다. 2 행성들은 각각 약 4.9일 그리고 11.4일 정도의 주기를 두고 티가든의 별을 공전합니다. 2개의 행성 중 하나는 지구와 정말 비슷한 온도이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되었고 모든 면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수치의 값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며, 크기도 지구의 1.1배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퀴렌바흐 교수의 말처럼 지구 유사도(ESI: Earth similarity index)를 계산했을 때에 새로이 발견된 티가든 b는 가장 지구와 유사한 행성으로 간주된다. 티가든의 별은 적색왜성인 만큼 나이가 많다.

그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적색왜성의 많은 나이는 생명체가 존재할 만큼 진화를 허락함에 충분한 나이라는 점입니다.”라고 의견을 밝히며 앞으로도 놀라운 발견들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퀴렌바흐 교수는 최근 쾨니히슈툴 천문대의 또 다른 성과로 갈색 왜성에 대한 연구를 들었다.

갈색 왜성은 제일 무거운 가스 행성과 가장 가벼운 항성 사이 질량 범위를 넘나드는 작은 천체로 이름과는 다르게 별이 아니며 준 항성 천체(substellar object)로 분류된다.

현재까지는 주로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차가운 성간 구름이 중력에 의해 붕괴되면서 시작되는 보통의 별과는 다르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시별의 질량이 태양의 8% 미만이기에 중심핵에서 일반적인 수소 열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중력 수축이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중심부가 가열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원시별의 질량과 밀도는 충분하지 않아서 수소 융합에 실패하게 되고 중력 수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갈색 왜성을 ‘실패한 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갈색 왜성의 크기는 행성과 크게 차이 나지 않기에 보통의 행성처럼 원시 행성 원반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고도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갈색 왜성을 ‘슈퍼 행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한 발생 원인이나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는 “하이델베르크의 천문학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망원경으로 행성과 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갈색 왜성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약 150광년 떨어져 있는 별 뉴 오피우치(ν Ophiuchi)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무거운 두 개의 천체가 뉴 오피우치의 궤도를 돌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후로 천문학자들은 별의 작은 움직임을 더 자세히 관찰하였고 갈색 왜성의 범주에 속하는 두 개의 물체가 별을 돌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중 첫 번째 갈색 왜성의 질량은 약 22개 목성 질량과 비슷하며 나머지 갈색 왜성은 약 25개의 목성 질량과 비슷한 질량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두 개의 갈색 왜성이 별을 공명 형태로 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들의 공전궤도는 각각 3185일과 530일로 거의 6 : 1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궤도 공명은 행성계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다중 항성계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두 갈색 왜성이 다른 행성과 유사하게 한 평면에서 별을 공전한다는 사실은 뉴 오피우치의 원시 행성 원반에서 행성처럼 형성되었을 가능성에 더 가까움을 나타낸다. 따라서 위 관측이 정확하다면, 갈색 왜성은 ‘실패한 별’보다는 ‘슈퍼 행성’의 형성 과정을 지니면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갈색 왜성의 상상도 © NASA/JPL-Caltech

퀴렌바흐 교수와 그의 팀은 “위 발견은 원시 행성 원반 내에서 갈색 왜성이 발생한다는 중요한 암시를 나타냅니다. 이 경우에만 새로 생성된 갈색 왜성 궤도가 수백만 년 동안 안정되며 진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대한 행성은 형성 후에도 여전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공명 궤도로 표류합니다.”라고 밝히며 현재까지 이러한 ‘슈퍼 행성’의 공명 현상은 발견된 적이 없기에 이러한 종류의 더 많은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쾨니히슈툴에는 봘츠 망원경(Waltz Telescope)이라는 작은 망원경이 있다. 망원경의 이름은 봘츠(Waltz) 가족이 자금을 지원했기에 이처럼 명명되었으며 칼 짜이스 (Carl Zeiss) 광학회사가 제작한 최초의 반사망원경이다. 100여 년간 주로 분광학적으로 이용되곤 했으며 최근 2015년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야간 관측 경험을 제공하고자 봘츠 망원경용 고해상도 에쉘레 분광기를 구축했다. 외계 행성의 관측을 위한 시선속도법을 이용하고자 특별히 설계되었으며 목표는 대략 5m/s 정도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2017년도부터는 이 망원경을 이용한 첫 번째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쾨니히슈툴에 위치한 봘츠 망원경 © Sabine Reffert

쾨니히슈툴 천문대는 단일 천문대 중 작년 한 해만 해도 70여건이 넘는 논문이 나올 만큼 논문 활동이 활발하며 학생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은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난 독일의 천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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