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유럽의 과학기술정책 및 최근 동향 (4)

[세계는 지금]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 – 과학, 문화,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나라

2021년 기준 스페인의 GDP는 세계 14위 규모이며 유럽 내에서 6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스페인은, 1인당 명목 GDP도 30,537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제 통화 기금(IMF)이나 경제 협력 개발 기구 (OECD)에 따르면 스페인은 유럽의 대부분 국가처럼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것과는 달리 스페인의 과학 기술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는 무엇보다도 스페인이 문화 예술 방면으로 크게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의 나라답게, 스페인의 과학기술에는 문화 예술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서 과학, 문화 그리고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시의 상징이자 천재 건축가 가우디 건축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과학, 문화,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스페인은 건축이 매우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이다. © C messier

그렇다고 스페인의 과학 기술이 많이 뒤처진 것은 아니다. 스페인은 노벨 문학상을 5명이나 배출한 나라이지만, 과학 분야의 노벨상도 2명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Santiago Ramon y Cajal, 세베로 오초아 드 알보르노즈 Severo Ochoa de Albornoz) 배출했다. 2명 모두 노벨 생리학·의학상 분야 수상자인데, 이는 20세기 초부터 창궐한 스페인 독감의 영향으로 인해서 전염병에 관한 큰 두려움을 느꼈던 스페인이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자연과학의 발전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또한, 1980년대에 들어서 스페인은 유럽 연합의 여느 나라들처럼 과학 기술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이를 위한 연구 개발 투자비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높은 산이 많은 남부 스페인을 중심으로 주로 천문학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21세기 들어서는 다른 생명과학, 임상의학, 농업과학 등으로 대표되는 기초과학과 넓은 땅을 기반으로 에너지 분야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 © Clark University 

스페인 –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과학 기술혁신청 창설

사실 2010년까지의 스페인 과학기술은 양적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다른 유럽 대국들과 비교해서 열악한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스페인의 민간 기업들은 스페인의 국내 총 연구개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는 대부분 응용 분야에 치우쳐 있었으며, 기초과학 연구는 5%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행인 점은 최근 10년 사이에 이러한 인식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정부는 기초과학 및 응용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과학 기술혁신청을 창설했다.

스페인의 연구개발 관련 활동은 2017-2020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답게 자원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방향을 중심으로, 연구분야에 우수인력 유입, 산업분야 리더십 및 역량 강화, 민간 투자 및 산업의 기술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스페인이 적극 투자하고 있는 주요 과학기술 분야로는 바이오산업, 녹색 기술 에너지, 스마트 시티 및 운송, 정보 및 소통 기술, 나노 기술, 자재, 신제품 기술, 항공우주 산업 등이 있다. 

주 연구 기관과 산업공학 개발 센터를 중심으로 과학 기술 정책 전략 수립

스페인은 스페인 과학기술부 산하 AEI(Agencia Estatal de Investigacion: 주 연구 기관)와 CDTI(Centro para el Desarrollo Tecnologico Industrial: 산업공학 개발 센터)와 같은 정부기관들을 중심으로 과학, 기술, 혁신 정책 및 전략 등을 수립하며 추진하고 있다.  

AEI는 과학 분야 정책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연구소 및 대학 연구 결과를 평가하며, 결과를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또한, 스페인 국제 대규모 프로젝트 및 H2020 프로그램에의 자국 연구소 및 기업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AEI는 바이오분야, 청정에너지, 스마트 교통, 기후 변화 및 자원, 디지털 사회, 보안 및 국방, 그리고 농식품 및 해양 연구 등을 주요 연구 분야로 지정했다. 

CDTI는 주로 산업 리더십 부문을 담당하며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평가하고 있다. 스페인 유수 기업과 콤플루텐세 마드리드 대학교를 중심으로 유수 연구소 – 대학 간 네트워크 연계 지원을 추진하며 민관 합동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은 자국 기업들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H2020이나 EUREKA과 같은 유럽 여러 국가 간 공공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과학 프로젝트의 산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스마트 산업 4.0으로의 진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마드리드에 위치해 있는 스페인의 CDTI(산업공학 개발 센터) © Zarateman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 기초과학 분야는 세계적으로 우수

이탈리아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보이고 있는 나라이다. 예를 들면, 국가별 명목 GDP 순위나 국가별 1인당 명목 GDP 순위가 모두 우리나라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국가별 명목 GDP 순위는 212만 달러로 전 세계 8위 (우리나라는 182만 달러로 전세계 10위) 이며 국가별 1인당 명목 GDP 순위도 38,170달러로 25위(우리나라의 경우 36,790달러로 26위) 수준이다. 이탈리아는 무엇보다 G7에 속하는 국가로 여러 분야에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가 산업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사실 이탈리아는 기초 과학 분야에서의 성과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제국부터 시작된 과학분야의 전통을 피보나치, 갈릴레오 갈릴레이, 라그랑주, 카시니, 엔리코 페르미 등으로 대표되는 기초과학 분야 천재들이 성공적으로 이어나간 나라이다. 현재 이탈리아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20명으로 이 중 12명이 과학 및 공학 분야 수상자들이다. 최근 수상자는 2021년 이론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Prof. Giorgio Parisi) 로마 라사피엔차대 교수인데, 그는 원자에서 행성 단위에 이르기까지 물리학적 체계에서 무질서와 변동의 상호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

흥미로운 점은 그가 수상을 하면서 62년 만에 이탈리아의 과학 부문 노벨상 수여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탈리아의 지난 10~15년간 연구자금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최소 10억 유로 이상의 추가적인 자금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금이 수많은 프로젝트로 분산되기보다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서 선정된 지원 분야에 선택적으로 투자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사실에 가깝다.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로 보면 분명히 선진국이지만 연구·개발 관련 지표를 보면 신흥국의 그것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탈리아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GDP 대비 겨우 1.47%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론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 교수 © 노벨상 위원회

이탈리아 최근 국가 연구 계획 발표 – 자국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국가 연구 계획(National Research Plan-2015~20)을 발표하며 민간과 공공 부문 간의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위 프로그램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마무리 된 2015 산업 프로그램 (Industry Programme 2015: 2006-15)은 이탈리아 자국 기업의 재정 보조를 위한 기금을 포함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산업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유럽 지방 발전 기금(ERDF-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의 지원을 받으며 국가 전략 체계(National Strategic Framework 2007-13) 프로그램과 연구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운영 프로그램(PON-National Operational Programme for Research and Competitiveness 2007-13)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지방의 화합 및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위 프로그램은 민간 기업의 연구 실적이 기업과 지역에 따라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탈리아의 주요 연구기관 및 기업으로는 기초 과학과 응용과학의 모든 분야에 투자 집중하고 있는 국가 연구 기구(Consiglio Nazionale delle Ricerche), 기초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밀라노 공대 (Politecnico di Milano), 토리노 공대(Politecnico di Torino), 볼로냐 대학교(University of Bologna)등의 대학교들, 응용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이탈리아 공학 연구소 (Italian Institute of Technology)등이 있다. 

로마에 위치해 있는 이탈리아의 국가 연구 기구 본부 © LP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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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 손준하 2022년 March 29일7:37 pm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분야 투자와 관련되어 종사하는 정재계 분들도 꼭 이 글을 읽어봤으면 좋겠네요.

    • 김민재 2022년 March 30일9:56 pm

      안녕하세요 손준하님, 기사에 관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느낀점은 응용 과학이나 공학 분야는 우리나라도 유럽 국가들 못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기초과학 분야에 관한 투자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것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준하님 말씀대로 정재계분들께서 노력해주셔서 장기적이고 확실한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 북유럽편도 곧 업로드 될 예정이니 역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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