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면 샘플이 미·중 갈등 해소할까?

중국, 미국에 창어 5호 샘플 제공 의사 밝혀

중국의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달에서 수집한 샘플을 싣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지난 17일 새벽, 중국 북부 네이멍구자치구의 초원지대에 착륙한 귀환 캡슐 안에는 약 1,731g의 월면 토양이 들어있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달 샘플 수집국이 됐다.

인류가 달에서 샘플을 가져온 것은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44년 만이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획득한 월면 샘플을 다른 나라들에 제공했듯, 이번에는 중국의 샘플 기증 여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멍구에 착륙한 창어 5호 귀환 캡슐. ⓒ Xinhua / Ren Junchuan

지난 2일 달 착륙에 성공한 창어 5호 착륙선은 로봇팔을 이용해 달 표면에서 흙과 암석을 채취했다. 또한, 드릴로 2m 깊이의 구멍을 뚫어 지하 샘플까지 확보해서 과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착륙 지점도 13억 년 전 화산 분출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달에서는 30억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뜸해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행성지질학자들에게 샘플 분석 결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회수한 귀환 캡슐과 샘플은 17일 오후 헬리콥터를 이용해 베이징으로 옮겨졌다. 중국국가항천국(CNSA) 발표로는, 월면 샘플은 주로 과학 연구에 사용하고, 국립박물관과 국립천문대에도 전시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의 여러 대학과 연구 기관이 샘플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날 우얀화(吴艳华) CNSA 부국장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조만간 국제 연구 협력을 위해 월면 샘플 데이터를 공유하고, 일부 샘플은 관례에 따라 다른 국가에도 기증할 계획이다”라면서 이미 UN으로부터 샘플 제공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달 표면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창어 5호 착륙선. ⓒ CNSA

샘플 기증 대상국에 미국 포함되나?

지난 21일 홍콩의 온라인 뉴스 매체인 ‘아시안타임즈’에 따르면, 창어 5호가 가져온 샘플을 놓고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산하의 뉴스 포털과 온라인 포럼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국에 샘플을 기증하느냐 여부.

과거 미국과 구소련은 평화적인 우주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각자 획득한 월면 샘플을 서로 나눴고, 여러 나라에 과학 교류 및 외교 목적으로 조금씩 기증했다. 중국의 경우, 1978년 미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 직전에 아폴로 샘플 1g를 받았다.

당시 극소량의 월면 샘플을 받자 몇몇 중국 연구자는 이 사실을 굴욕적인 일로 여겼다고 한다. 미국이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정작 연구에 충분한 분량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폴로 우주선들이 지구로 가져온 월석과 토양 샘플은 총 381kg에 달한다.

1978년 미국이 중국에 기증한 월면 샘플. ⓒ Beijing Planetarium

그럼에도 중국 과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은 자국 과학자들이 샘플을 우선 활용하고, 가급적 적은 양을 미국에 답례로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정치·외교적 걸림돌부터 해결해야 가능

지난 2011년 미 의회는 중국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양자 협력을 전면 금지하는 연방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프랭크 울프 공화당 의원이 중국의 인권 침해에 반대하며 발의한 이 조항은 ‘울프 수정안(The Wolf Amendment)’이라고도 부른다.

이를 의식한 우얀화 부국장은 기자 회견에서 “중국은 전 세계와 협력하고 달 샘플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 법률로 인해 NASA와 협력하기 매우 어렵다”라면서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중국 외교부는 위챗을 통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에 샘플을 기증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과의 정치·외교 갈등을 창어 5호 샘플 제공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 측 관계자들의 입장도 호의적이다. 지난 11월 23일 창어 5호가 발사되자 NASA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아폴로 계획이 그랬던 것처럼 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제 과학계와 데이터를 공유하기 바란다”라고 전했고, 이후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도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울프 수정안을 피하고자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축하 선물로 월면 샘플 수 g를 보내는 방안도 제안됐다. NASA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닌, 국가 간 답례에 해당해서 문제가 없다는 발상이다.

이 같은 우주 냉전 종식 움직임이 실현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결국, 양국 지도자의 결정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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