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순간에 끝나는 대화는 없다

상대가 대화를 더 하고 싶은지를 알아채기가 어렵다는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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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대화’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해가는 데에 필수 요소다. 크게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각 단체의 의결 사항을 논의하는 일, 작게는 언제, 어디에서 만나 무얼 먹을지와 같은 것을 결정하는 일에 대화가 사용된다. 서로의 요구를 명확히 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작용하는 대화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심리학에서 활발히 다루는 주제다. 상황에 따라 대화가 수행하는 기능이나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얻은 명시적이거나 암시적인 모든 정보와 같은 다양한 측면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논문은 ‘두 사람이 하는 대화는 둘이 모두 원하는 순간에 끝이 날까?’라는 질문에 대해 답한다. 이것은 ‘대화가 어떻게 끝나는가?’에 관한 질문인데, 그간 대화를 끝내고 싶을 때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구로 어떤 말들이 자주 사용되는 가와 같은 연구들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고 연구진은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대화라는 것은 기능상으로는 야유회 장소를 정하는 일이든 소소하게 말을 섞는 것이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고, 이를 달성하면 끝나게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사교적 성격도 갖는다. 따라서 대화를 끝내는 일은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그런 만큼 대화를 끝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 된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신의 평판에도 해를 끼치지 않도록, 대화를 끝내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의 의중을 읽고 끝내는 시점을 결정할 것이고, 그렇다면 대화를 끝내는 일은 ‘죄수의 딜레마’와 마찬가지로 ‘협력의 문제’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연구진은 1,000개 가까운 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양자 모두 그만하고 싶어서 대화가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두 사람 중 하나가 대화를 끝내기 원하는 순간으로부터 실제로 대화가 끝나는 순간까지의 차이는 대략 실제 대화 길이의 절반 정도였다고 보고했다. 연구에 사용된 대화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같이 친밀한 사람과의 일상 대화에 관한 것과 낯선 사람과 실험실에서 한 대화 두 가지였다.

친밀한 사람들의 대화에 관한 분석에는 여성 367명과 남성 439명, 평균 나이 37세의 성인 총 8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사용되었다. 참여자에게 가장 최근에 했던 대화를 기억하도록 하고 그것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물었다. 그런 뒤에 그들이 대화를 끝맺기를 원했던 시점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이 언제쯤이었는지, 없었다면 대화가 얼마나 지속되기를 원했었는지, 상대방이 대화를 끝내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등을 물었다.

분석 결과,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대화가 실제 길이보다 24% 더 길기를 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것은 평균치로, 대화가 빨리 끝나기를 원했던 사람의 경우와 대화가 더 길기를 원했던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매우 컸다고 덧붙였다. 반면, 상대가 대화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는지와 관련해서는, 상대가 실제 대화보다 62% 정도 더 길게 대화하고 싶어 한 것으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것을 응답자와 상대방이 서로 원하는 대화 종료 시점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편,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 관한 분석에서는 157명의 여성과 92명의 남성, 기타 3명, 평균 나이 23세의 성인 총 252명을 대상으로 1시간짜리 실험을 했다. 참여자들은 낯선 사람 한 명과 짝이 되어 “1분에서 45분 사이의 길이로 원하는 만큼 원하는 주제로 이야기하기”라는 지령을 받았다. 대화가 끝난 후에 참여자들은 대화를 끝내고 싶은 시점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이 언제였는지, 없었다면 대화가 얼마나 더 지속되기를 바랐는지, 상대방은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했을 거로 생각하는지를 답했다.

분석 결과, 참여자들은 대화가 평균적으로 14% 더 길었기를 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사람들 간의 대화에 대한 분석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화가 더 빨리 끝나기를 바랐던 사람들과 더 길기를 원했던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컸다.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을 거로 생각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상대가 0.7% 정도 대화 길이가 더 짧기를 원했을 거라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참여자들과 상대방은 서로 원하는 대화 종료 시점을 눈치채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최종적으로, 연구진은 47%의 대화는 대화하는 두 사람 모두가 원하는 종료 시점보다 더 늦게 끝났고, 10%의 대화는 두 사람 모두가 원하는 종료 시점 이전에 끝났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대부분의 대화가 대화를 하는 사람 둘 중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점에 끝나버린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화에 대한 기대가 서로 다르고, 상대가 언제 대화를 끝내고 싶은지를 잘 알아채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대화가 두 사람이 원하는 순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문제가 될까?

연구진은 연구 결과에서 10%의 대화가 두 사람이 모두 원했던 것보다 먼저 끝났던 점에 특히 주목했다. 매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대화하는데, 상대의 의중을 몰라 어색하게 일찌감치 끝나버리는 대화가 얼마나 많을지,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심리적 안녕과 건강, 수명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대화의 기작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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