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누수 실시간 제어 기술이 현실로

중수형 원전냉각재 누설검지기술 개발

8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레이저 분광 기술을 이용해 원자로의 방사성 물질 누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자나 분자는 특정한 파장을 갖는 레이저만을 흡수하는데,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원자로의 중수(D2O)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검지해 내는 고감도, 실시간의 ‘중수형 원자로 냉각재 누설 검지기술’을 개발했다는 것. 이 기술을 개발한 박현민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번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중수형 원자로는 냉각재와 감속재로 중수를 쓰고 있다. 중수는 원자로 내에서 만들어진 삼중수소인 일명 트리튬(Tritium)을 함유하고 있어 많은 양이 누출될 경우 피폭이라든가 불시 정지의 위험을 남기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중수 누설을 빨리 알아내야만 안전한 원전 운영이 가능하다.

▲ 레이저 분광 기술을 이용한 중수형 원전 냉각재 누설 검지 기술 개요도.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동안은 ‘트리튬 방사선 측정법’을 사용해 왔다. 이것은 공기를 8시간 간격으로 채취해 트리튬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계측하는 방식이었다. 원전 안의 공기를 밖으로 빼내어 검사하는 방법이라 정확히 어디에서 누출됐는지 알 수 없고, 공기를 빼고 검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검사하는 사이에 더 큰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원전은 안전을 위하여 중수에서 만들어지는 삼중수소를 분리해 따로 저장하는 트리튬 제거 설비(TRF, Tritium Removal Facillity)를 두고 있어 트리튬을 이용한 계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트리튬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을 측정하는 대신, 중수 자체를 검지하는 방식을 따랐다. 중수가 누출되면 곧바로 수증기와 결합해 혼합중수(HDO)를 생성한다. 이 점에 착안하여 포집한 공기에 레이저를 쏘아, 혼합중수 분자에 흡수돼 강도가 낮아진 레이저 세기를 측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검사할 수 있고, 레이저 세기로 누설 위치와 양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중수의 양이 트리튬 양에 비해 100만 배 이상 많으니 중수의 미세 누설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가 싶다.”

– 트리튬 방사선 측정법은 트리튬 제거 설비가 있으면 방사능 검출이 어렵다고 하셨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 중수형 원전냉각재 누설검지 기술을 개발한 원자력연구원 박현민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기존의 기술은 누설된 트리튬에서 배출되는 방사선을 측정했다. 트리튬 제거 설비가 있으면 냉각재에 포함된 트리튬이 줄어들어 방사선을 측정하기 어렵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방사선이 아니라 중수 자체를 측정해 트리튬 제거 설비의 가동 여부와 상관없이 중수 누설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트리튬 제거 설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원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방사선 피폭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설비다. 현재 트리튬 제거 설비는 월성 1, 2호기에 가동되고 있는데 앞으로 월성 3, 4호기에도 도입될 예정이라, 새로이 중수 누설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중수로 원전에서 이번 검출 기기의 성능을 실험한 결과를 보면, 중수로에는 모두 760개의 연료관 마개가 있는데 1개의 마개 당 하루 1g 정도 누설된 양까지 측정이 가능했다. 실제 원전을 설계할 때에는 연료관 마개 1개당 10g 정도의 누설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정밀하면서도 유용한 장비가 아닐 수 없다.”

– 중수가 누설되면 불시 정지한다고 했다. 불시 정지 기능이 원자로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불시 정지 기능은 만약의 원전 사고를 대비한 안전책이다. 원전 운영 지침서에 따르면 중수로는 시간당 200kg 이상의 중수가 누출되면 원전은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설사 기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평상시보다 방사성 농도가 10배 이상 증가하면 안전을 위하여 발전을 멈추기도 한다. 아주 미세한 중수 누설을 조기에 검지하면 만약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중수가 누설되는 사건이 벌어져 원전을 정지한 다음 점검하기도 했다.
 

▲ 중수누설 검사기기. 하루 1g 정도 누설된 양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러한 불시 정지는 안전 운영을 위한 하나의 방안인데 오히려 국민들이 불안에 떨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중수 누출 등으로 중수로를 1주일 간 발전을 멈추게 되면 50억 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에 가능한 불시 정지는 없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의 기술은 불시 중지를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점을 준다.”

– 세계적으로 다양한 원자로가 있다. 중수형 원전에 맞춘 이 기술이 더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중수로의 중수 누설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이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 당장 중수로에 적용해도 무방하다. 측정 감도를 향상시킨다면 경수로에서도 냉각재 누설 검사에 활용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수로 원전보다 경수로 원전이 더 많다. 그래서 경수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누설 검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원리를 보면 우리 기술은 레이저의 분광 기술을 이용하여 기체의 미세 누출을 감지한다.

기술을 조금 보완하면 화학 공장 등에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유독 가스 누설 등을 조기에 검출하여 산업 안전에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하루 빨리 상용화되어 원전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어찌 보면 일본의 원전 사고는 인재의 성격이 없지 않다. 무엇이든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높인 기술 개발이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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