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운동하는 빛과 색 ‘라이트 아트’의 세계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라이트 아트(Light Art)’는 백열등, 형광등, 네온등, 레이저 광선, LED 등과 같은 전광(電光)의 빛의 효과를 극적으로 살려 새로운 기하학적 시각 이미지와 운동하는 색상을 창출하는 시각예술로서, 1960년대 초반부터 형성되어 과학과 미술의 결합 가능성을 추구한 현대 미술 운동이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출신으로 20세기 최고의 ‘빛의 예술가’로 불리는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Carlos Cruz-Diez, 1923~2019)는 이러한 과학적 원리와 수학적 규칙성을 활용한 ‘라이트 아트’를 대표하는 거장(巨匠)으로 색채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카라카스 예술 학교(School of Fine Arts in Caracas)에서 공부하였고, 신문사와 잡지사의 일러스트와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는 1947년 첫 번째 개인전 ‘12 gouaches de Carlos Cruz-Diez’를 계기로 하여,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옵 아트(Optical Art)’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Physichromie 1 Ⓒ Cruz-Diez Foundation

‘Physichromie’ 연작은 1959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발표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좁은 원색의 띠를 교차시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색의 일루전을 보여주는 ‘색의 유도(Induction chromatique)’와 ‘색의 반음계(半音階)’라는 자신의 이론과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였다. ‘Physichromie’ 연작에서 색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관람자의 시선 방향과 각도, 빛의 강도, 색의 반사 등에 따라 다양한 진화적 상황을 만들어낸다.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의 ‘Physichromie’ 연작은 50여 년 동안 총 74점이 제작되었으며, ‘현실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awareness of the instability of reality)’을 콘셉트로 하여, 공간과 시간 속에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자율적 현실로서의 색채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제시한다. <관련 동영상>

Couleur Additive 17 Ⓒ Atelier Cruz-Diez Paris

‘Couleur Additive’ 연작은 색의 방사선(放射線)에 기반한 작품으로,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색채론과, 프랑스의 사진학자 루이 두코스 데 하우론(Louis Ducos de Hauron, 1837~1920)의 감색 이론(subtractive color mixing),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만든 에드윈 랜드(Edwin H. Land, 1909~1991)로부터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가 1959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Couleur Additive’ 연작 또한 서로 접촉하는 색과 면 사이에서 새로운 색이 나타나는 광학적 현상과, 색상의 지속적 변형을 형성하는 ‘크롬 이벤트 모듈(Chromatic Event Modules)’을 활용한 작품이다.

Douche d’Induction Chromatique Ⓒ Atelier Cruz-Diez Paris

그의 ‘Induction Chromatique’ 연작은 특정 색을 바라본 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눈을 감으면 순간적으로 반대색인 보색(補色, complementary colour)이 나타나는 눈의 망막 잔상(殘像, after image) 현상을 활용한 작품으로, ‘Induction Chromatique’ 연작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안정화되어 나타난다.

‘Douche d’Induction Chromatique’는 2011년 제작된 ‘Induction Chromatique’ 연작 중 하나로 프랑스 Chateau de Lacoste 고성(古城)에서 열린 ‘Sculptures en Mouvement’ 전시회에 발표된 설치 미술이다. 작품은 좁고 반투명한 단색 시트로 둘러싸인 원형 구조물 안에서 바깥쪽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관람자는 시트의 틈새로 색의 감색(減色)과 망막 잔상 보색 현상이 겹쳐져 외부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Architectural Integrations Ⓒ Atelier Cruz-Diez Paris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는 작품 활동 이외에도 ‘Cruz-Diez: Reflection on Color’, ‘Color in Space and Time’, ‘The Autonomy of Color’ 등의 서적을 저술하였고, 체코 ‘The International Trebbia Award’, 영국 ‘Turner Medal’, 프랑스 ‘Legion of Honour’, 스페인 ‘Premio Penagos de Dibujo’, 베네수엘라 ‘Honorary Doctorate of Fine Arts’ 등을 수상했다.

또한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는 거리와 공공장소에 공공미술(Public Art)로서의 라이트 아트 작품을 제작, 설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예술은 사회와 고립되면 안 된다. 예술은 하나의 소통 방식이며, 네 면의 벽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거리에 있기를 좋아했고, 최선과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에게 예술을 건넸다”라고 자신의 예술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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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8일1:13 오후

    일련의 반복적인 패턴이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커다란 스카프나 거실의 매트무늬여도 좋을거 같네요. 미술시간에 방안지에 손이 아프게 수도 없이 그렸던 옵아트가 생각납니다. 예술의 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다양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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