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운동이 치매 예방에 좋은 이유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호미닌이 진화시킨 뇌 기능 향상법

아무리 작심삼일이라고는 하지만 새해가 되면 누구나 반드시 실천해야 할 목표를 세우기 마련이다. 아마 그 목표로 가장 많이 세워지는 계획은 ‘운동하기’일 것이다. 운동은 근육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혈관을 형성해 심혈관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뇌기능을 보존하는 데 있어 운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성인의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즉, 어른의 뇌에서는 신경세포가 죽어갈 뿐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미국 소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쥐들에게 쳇바퀴를 지속적으로 달리게 한 결과, 뇌의 해마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관찰된 것. 추가 연구 결과, 운동으로 인한 신경세포 형성은 설치류에서 기억력 향상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인지적 활동을 겸한 유산소운동을 하면 노화성 기억 저하를 늦출 수 있다. ⓒ Image by skeeze from Pixabay

인지적 활동을 겸한 유산소운동을 하면 노화성 기억 저하를 늦출 수 있다. ⓒ Image by skeeze from Pixabay

이 연구 결과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끌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특징 중 하나는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해마의 위축은 노년의 기억력 문제와 관련이 크다. 게이지 박사팀은 발견은 운동이 해마의 위축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운동의 효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아서 크레이머 교수팀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12개월간 유산소운동 요법을 시행한 결과, ‘BDNF’라는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의 수치 및 해마의 크기가 증가하고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호미닌의 생존력을 향상시킨 유산소운동

사실 운동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은 인류의 기원인 수백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 인류의 조상과 멸종된 친척들을 포함하는 집단인 호미닌은 약 600~700만 년 전에 침팬지 및 보노보와 이어지는 혈통에서 갈라졌다.

이후 호미닌은 운동과 연관된 뇌 기능에서 두 가지 요소를 진화시켰다. 첫 번째는 바로 이족 보행이다. 사지가 아니라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인류의 뇌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몸 전체의 근육 활동에 대한 세밀한 정보의 조정이 필요해졌다.

두 번째는 수렵채집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먹이 조달법이다. 인류의 조상은 열매를 채집하고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다른 유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유산소운동을 해야 했다. 더구나 처음 가보는 먼 지역을 탐색할 때는 음식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각 및 청각 등의 감각 정보를 사용해 끊임없이 주변을 살펴야 한다.

또한 언제 어느 곳에 가야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도 머릿속에 뚜렷이 기억해야 했다. 이 같은 공간 탐색력 및 기억력은 나이가 들수록 위축되는 뇌의 해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뇌의 신경세포는 우리 조상의 생존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바꾸어 말하면 규칙적으로 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그런 혜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치매 환자 수 급속한 증가 추세

더 이상 먹잇감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현대인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치매 환자와 노년층의 인지 저하 현상은 우리의 좌식 습관과 일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2018년에 5000만 명이던 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2030년 7500만 명, 2050년 1억 315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고령화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증가 속도다.

그럼 단순히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다소 논란이 있긴 하지만 기존 연구에 의하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은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걷기 등의 유산소 운동이다.

이때 유산소운동은 우리 조상들이 그랬듯이 몇 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행해야 효과가 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호미닌이 수렵채집을 할 때처럼 인지적 활동을 겸한 유산소운동이 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점이다.

독일 드레스덴 재생치료센터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만으로도 해마가 좋아지지만 인지적 요구와 결합된 자극적인 환경에서 운동을 할 때 새로운 신경세포가 훨씬 더 많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 헬름홀츠 뇌질환센터 연구진 역시 시각 및 청각 자극이 동시에 병행되는 댄스 트레이닝 같은 유산소운동이 노화성 기억 저하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의 많은 연구 그룹에서는 유산소운동과 인지적 활동을 겸하는 운동기구의 개발에 이미 나서고 있다.

예를 들면 적당한 운동 강도로 자전거를 타면서 앞에 설치된 비디오 게임기에서 공간을 탐색하고 기억력 과제를 완성하는 식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인류는 호미닌이 진화시켰던 인지적 감퇴의 예방법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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