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초기 거대 은하 일부, 왜 ‘텅 빈’ 상태 됐나?

별 생성 가스 떨어졌거나, 연료 공급 차단돼

약 140억 년 전 대폭발(Big Bang)로 우주가 생성된 바로 뒤 30억 년 동안에 형성된 초기의 거대 은하들은, 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차가운 수소 가스를 대량 포함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이 칠레에 있는 대규모 전파망원경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이들을 관찰한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초기 거대 은하 여섯 개가 ‘연료’ 고갈된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그러든(quenched)’ 은하 혹은 별 형성이 정지된 은하로 알려지는 이 여섯 개의 은하들은 고(高) 적색편이에서 확대된 휴면 은하 분석(REsolving QUIEscent Magnified galaxies at high redshift; REQUIEM) 프로젝트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조사 결과 초기 우주에서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던 천문학자들의 예상과는 일치하지 않았다.

ALMA와 허블 우주망원경의 자료를 보여주는 은하단 MACSJ 0138의 합성 이미지. 원으로 확대된 부분은 ALMA 전파망원경에서 관측된 차가운 먼지를 나타내는 밝은 주황 및 빨간색 점을 보여준다. 이 차가운 먼지는 성단의 은하들에 존재하는, 별 형성에 필요한 차가운 수소 가스의 양을 추론하는 데 도움이 된다. © ALMA (ESO/NAOJ/NRAO)/S. Dagnello (NRAO), STScI, K. Whitaker et al

논문 제1저자인 미국 매사추세츠(애머스트) 주립대 천문학과 케이트 위태커(Kate Whitaker) 조교수는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은하는 빠르고 격렬하게 활동하며 매우 이른 시일 안에 수많은 별을 탄생시켰다”고 말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주 생성 초기에 별 형성의 연료인 가스가 풍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에 이 사그러든 은하들이 빅뱅 이후 몇십 억 년 만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믿었으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들 초기 은하가 실제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니라 텅 빈 채로 움직인다(running on empty)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 자에 발표됐다.

중력렌즈에 허블 우주망원경과 ALMA 망원경 활용 

연구팀은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소멸하는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관찰하면서, 은하 안에 있는 별들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은 동시에 ALMA를 통한 관측으로 밀리미터 파장 길이인 은하들의 연속체 방출(먼지 추적자)을 확인해 은하에 있는 가스의 양을 추론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허블 우주망원경(왼쪽)과 ALMA 전파망원경 계열 모습. © NASA / ESO_ Gantz.pro

REQUIEM 조사의 목적은 강력한 중력렌즈를 자연 망원경으로 사용해 더 높은 공간 해상도로 휴면 은하를 관찰하는 것이어서 연구팀은 ALMA와 허블망원경 사용을 신중하게 설계했다.

이 같은 설계를 통해 과학자들은 은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도 비교적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은 텅 빈 채로 움직이는 은하 내부를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었다.

논문 공저자인 텍서스(오스틴)대 저스틴 스필커(Justin Spilker) NASA 허블 박사후연구원은 “은하들이 새로운 별들을 많이 만들지 않으면 매우 빠르게 희미해져서 개별 망원경으로는 자세히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며, “REQUIEM은 중력렌즈로 은하들을 연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는 그 은하들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 은하수에 훨씬 가까이 있는 다른 은하들 주위에서 휘어지고 구부러질 때 늘어나고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스필커 연구원은 “이런 방식으로 허블과 ALMA의 분해능 및 감도와 결합된 중력렌즈는 자연 망원경 역할을 하며 죽어가는 은하들을 실제보다 더 크고 밝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중력 렌즈를 설명한 그림. 멀리 있는 오른쪽 상단 소스에서 나오는 빛이 중간의 거대한 구체 주위를 지나면서 그 중력으로 인해 휘어진다. 이렇게 휘어진 빛으로 인해 왼쪽 하단 구체에서 관찰하는 오른쪽 상단의 소스는 주황색 화살표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 흰색 화살표는 광원의 실제 위치에서 나오는 빛의 경로를 나타낸다. © WikiCommons / NASA

은하의 별 형성 왜 중단됐나?

새로운 관측에 따르면, 여섯 개의 관측 대상 은하에서 별 형성이 중단된 것은 차가운 가스가 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비효율이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은하들에 있는 가스 저장소가 고갈됐거나 제거된 결과로 보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크리스티나 윌리엄스(Christina Williams) 연구 조교수는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지만, 은하에 연료를 공급하는 1차 가스 공급이 차단됐거나 혹은 초거대 블랙홀이 에너지를 분출해 은하에 있는 가스를 뜨겁게 유지하기 때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은하들이 연료 탱크를 다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별 생성 엔진을 재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빅뱅 약 20억 년 뒤, 젊은 은하가 주변의 수소와 헬륨가스를 흡수해 많은 어린 별을 형성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 ESO/L. Calçada

REQUIEM 이룬 성과

이번 연구는 또한 초기 거대 은하들을 측정하면서 수많은 중요한 첫 번째 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몇 년 동안 초기 우주 연구를 안내할 정보들을 취합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위태커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멀리 떨어진 휴면 은하들의 차가운 먼지 연속체에 대한 첫 번째 측정이며, 사실상 지역 우주 밖에서는 처음 실시한 측정”이라며, 죽은 개별 은하들이 얼마나 많은 가스를 가지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는 이들 초기 거대 은하들의 별 형성 연료를 조사해 처음으로 가스탱크 판독 측정을 충분히 심도 있게 수행할 수 있었고, 이들 은하에서 차가운 가스가 결정적으로 누락됐다는 관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제 이 은하들이 텅 빈 채로 움직이고 있고, 무언가가 이 은하들이 가스를 재충전하거나 별 형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번 연구는 어떤 이유로 초기 거대 은하들이 사라지거나 혹은 그렇지 않게 하는가에 대한 일련의 조사 중 첫 번째에 불과하다.

위태커 교수는 “우리는 대부분의 거대 은하들이 우주에서 왜 그렇게 일찍 형성됐고, 매우 많은 차가운 가스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때 왜 별 형성을 중단했는지에 대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하고, “우주의 이 거대한 괴물들이 약 10억 년 안에 1,000억 개의 별을 만들었다가 갑자기 중단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풀고 싶어하는 미스터리로서, 이번에 REQUIEM이 그 첫 번째 단서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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