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미스터리 밝힐 32억 화소 카메라 등장

[금요 포커스] 조립 완료된 LSST 카메라, 테스트 사진 최초 촬영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0 시리즈에 쏠린 대중의 관심은 단연 카메라였다. 최상위 기종인 갤럭시 S20 울트라에 탑재된 카메라가 1억 800만 화소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그보다 30배 이상 해상도가 높은 32억 화소의 사진이 세계 최초로 촬영됐다. 이는 한 번의 촬영으로 찍은 것 중 가장 큰 디지털 사진이다.

LSST 카메라의 초점면은 32억 화소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CCD 189개로 구성돼 있다. ©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미국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의 연구진이 촬영한 이 사진은 너무 커서 전체 크기로 사진을 보기 위해선 4K 초고화질 TV가 378개나 필요하다. SLAC는 이 시설의 원래 이름인 ‘스탠퍼드 선형가속기 센터(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의 약자이다.

또한 이 카메라는 해상도가 너무 좋아 24㎞ 떨어진 곳의 골프공을 볼 수 있으며,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1억 배 더 어두운 물체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수천㎞ 떨어진 곳의 촛불을 볼 수 있는 민감도이다.

그러나 이번에 찍힌 사진에서는 골프공이나 촛불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다. SLAC 연구진이 촬영한 것은 샐러드나 파스타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이기 때문이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교배시킨 로마네스크 브로콜리는 화려한 프랙털 무늬를 지니고 있어서 복잡하고 상세한 표면의 질감을 표현하기에 좋은 피사체이다.

최초 촬영 피사체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

연구진이 이번에 세계 최초로 32억 화소의 사진을 촬영한 목적은 지난 1월 SLAC에서 조립이 완료된 LSST 카메라의 초점면에 대한 테스트를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32억 화소의 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1600만 화소 CCD 189개를 모자이크 형태로 조립했다.

CCD 9개와 관련 전자부품이 래프트(raft)라고 불리는 유닛 하나에 들어가 있는데, 무게는 약 9㎏, 개당 가격은 약 35억원에 이른다. 총 21개의 래프트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만들어진 후 SLAC로 이송됐다.

SLAC 연구진이 LSST 카메라를 이용해 최초로 촬영한 물체는 로마네스크 브로콜리이다. ©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SLAC 연구진은 지난 1월에 21개의 래프트와 영상 촬영에 사용되지 않는 4개의 특수 래프트를 초점면 격자망에 배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4개의 특수 래프트에는 각각 3개의 CCD가 장착돼 있다.

조립 과정에서 연구진은 이미지 영역을 극대화하기 위해 래프트의 센서 간 간격을 사람 머리카락 5개의 폭보다 좁게 배치해야 했다. 그런데 이 센서들은 서로 닿을 경우 쉽게 부서진다. 그만큼 조립 작업이 힘들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복잡하지만 LSST 카메라의 초점면은 어떤 점에서 휴대폰 카메라의 영상 센서와 유사하다. 물체에 의해 방출되거나 반사되는 빛을 디지털 사진을 생성하는 전기신호로 변환하기 때문이다.

200억 개 은하 담은 가장 거대한 천문 영상

LSST 카메라에 대한 최종 테스트는 내년 중반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후 카메라는 루빈천문대가 건설되고 있는 칠레의 안데스 산맥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전에 ‘대형 시놉틱 관측망원경(LSST)’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루빈천문대의 핵심 시설은 지름 8.4m 망원경과 바로 이 32억 화소의 카메라다.

루빈천문대가 2022년부터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시작하면 이 카메라는 매일 밤마다 하늘의 전경을 촬영해 남쪽 하늘의 완전한 파노라마 이미지를 생성할 계획이다. SUV 한 대 크기의 이 카메라는 보름달 40개 크기의 하늘 일부분을 포착할 수 있을 만큼 초점의 표면적이 크다. 덕분에 매년 20만 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해 1.28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LSST 카메라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과학자 스티븐 리츠(Steven Ritz)는 “이러한 데이터는 은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모델을 매우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32억 화소 카메라의 진짜 목적은 우주의 가장 큰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또한 이 카메라가 앞으로 약 10년에 걸쳐 관측할 은하는 전 세계 인구수보다 많은 200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 그때쯤이면 200억 개의 서로 다른 은하들의 모습을 담은 천문학의 보물창고가 탄생하게 된다는 의미다.

태양계의 상세한 연구에서부터 우주의 가장자리로 향하는 먼 물체들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우주를 들여다볼 LSST 카메라로 인류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천문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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