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팽창한다는 빅뱅이론은 우주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주춧돌이다. 미국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이 그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고 알려졌기에 ‘허블의 법칙’(Hubble’s Law)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 허블의 법칙이 앞으로는 ‘허블-르메트르의 법칙’(Hubble-Lemaître’s Law)이라고 불릴 예정이다.
국제천문연맹(IAU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은 지난 10월 29일 다소 이색적인 투표를 실시했다. 허블의 법칙을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이름을 바꿀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르메트르가 우주팽창 원리 먼저 발표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amaître 1894–1966 )는 벨기에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성직자였던 인물이다. 그는 1927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빅뱅이론을 제안했다. 이는 미국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 보다 2년 앞선 것이다.
국제천문연맹이 실시한 이름 바꾸기 투표에는 총 4,060명이 참가했다. 이중 78%가 개명 찬성, 20%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나머지 2%는 기권했다.
지난 8월 국제천문연맹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이탈리아 파두아대학교(University of Padua)의 피에로 벤베누티(Piero Benvenuti) 박사는 지난해 개명을 제안했다. 그는 당시 “허블의 법칙으로 부르는 것은 역사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르메트르는 1927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공식의 답을 계산했다. 이 공식에 의하면 우주는 정적일 수 없으며 팽창해야 한다. 르메트르는 도플러효과를 이용, 은하들의 거리와 그 속도 등을 측정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르메트르는 이 연구를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벨기에의 저널에 프랑스어로 발표했다. 때문에 그의 주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잊혀졌다.
그 뒤 미국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이 후퇴하는 은하의 거리와 속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신의 관찰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은 허블의 법칙이 됐다.
국제천문연맹이 개명 투표에 앞서 회원들에게 보낸 자료에 의하면, 허블과 르메트르는 1928년 네덜란드 라이덴(Leiden)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총회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우주가 팽창한다는 엄청난 이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78%가 개명 찬성,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아
물론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국제천문연맹의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개명을 제안한 벤베누티 박사는 “허블의 조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허블은 라이덴 총회 이후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받아쳤다. 이 내용을 르메트르 말고 허블에게 이야기해 줄 다른 사람이 없었으리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한편 개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사항을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나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은하계에 있어서 거리와 속도 사이의 관계, 다시 말해 허블상수(Hubble Constant)에 관한 것이다.
개명반대자들에 따르면 허블은 그가 결코 우주팽창을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허블은 얼마나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는가에 대해서 시야를 맞추어 관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개명하고자 하는 법칙이 ‘거리와 속도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면 허블의 법칙이 맞고, ‘우주팽창에 관한 것’이라면 르메트르의 법칙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이번 투표에는 많은 이견이 따른다. 그중 가장 큰 불만은 이번 투표의 일정에 대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국제천문연맹은 총회에서 3년마다 한번씩 결의안을 토론에 부친다. 그런데 최근에는 총회에 참석한 사람만 투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에 따라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투표를 하기로 바꿨다.
하지만 허블의 법칙 개명결의안은 지난 8월 총회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너무 짧게 토론이 끝났다.
이후 국제천문연맹은 10월초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때문에 토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다른 이견도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허블의 법칙이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이를 하루아침에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개명 논쟁과는 별도로 천문학자들은 이번 투표를 계기로 르메트르의 이름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람들은 빅뱅이나 허블망원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정작 빅뱅이론을 처음 발표한 르메트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때문에 잊혀진 과학자를 재조명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르메트르는 천문학자이면서 성직자였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당시 르메트르가 발표한 빅뱅이론에 대해서 과학계가 점점 큰 관심을 보이기 사작했다. 그러자 교황은 천지창조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르메트르는 교황 비서실을 통해 이를 강력히 제지했다. 만약 빅뱅이론이 우주창조의 모든 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질 경우,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적 발견을 종교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지극히 과학적으로만 접근, 혹시 있을지 모르는 혼란을 방지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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