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우주왕복선의 이름들(2)

이름들의 오디세이(65)

2019.11.19 09:22 사이언스타임즈 관리자

2년 반 동안 손을 놓았던 우주왕복선 사업은 디스커버리(Discovery, OV-103)의 등장으로 재개되었다. 세 번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는 1984년(STS-41-D)부터 2011년(STS-133)까지 27년 넘게 39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우주왕복선 선단(fleet) 다섯 대 중 혼자서 임무의 30%가량을 해치운 가장 듬직한 일꾼이었다.

디스커버리의 이름도 옛 탐사선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17세기 초에 허드슨 만을  탐사했고, 북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항로를 찾아 나섰던 디스커버리호, 1770년대에 남태평양을 항해하며 하와이를 발견한 영국의 쿡(James Cook) 선장의  디스커버리호, 영국지리협회가 띄워 북극과 남극을 탐사한 디스커버리호가 우주왕복선의 이름으로 부활했다.

‘발견(discovery)’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디스커버리는 먼 우주를 ‘발견’할 인류의 거대한 눈, 허블 우주망원경을 우주에 실어갔다. 1990년 4월에 우주로 쏘아 올린 허블 우주망원경 덕분에 인류는 대기와 광 공해의 간섭이 없는 깨끗하고 선명한 먼 우주의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더하여 다른 태양계와 행성을 발견하고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비극으로 마감한 컬럼비아와 챌린저와 달리 디스커버리는 처음으로 무탈하게 퇴역했다. 현재 워싱턴 D.C. 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디스커버리의 허블 우주만원경 미션 패치.  ⓒ 위키백과

디스커버리의 허블 우주망원경 미션 패치. ⓒ 위키백과

네 번째 우주왕복선은 아틀란티스(Atlantis, OV-104)다. 1985년(STS-51-J)부터 2011년(STS-135)까지 33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아틀란티스란 대서양(the Atlantic Ocean)에 가라앉았는 전설의 대륙 이름이며, 1930년부터 1966년까지 활동했던 미국 해양 탐사선(RV Atlantis)에 붙었던 이름이기도 했다.

아틀란티스 역시 무사히 퇴역하여 미국 우주선 발사기지인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러벌(Cape Canaveral) 케네디 우주센터(KSC)에 전시되어 있다.

대미를 장식한 왕복선은 엔데버(Endeavour, OV-105)다. 챌린저의 후속 왕복선으로 제작되어1992년(STS-49)부터 2011년(STS-134)까지 25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엔데버의 이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NASA는 미국 전역의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탐사선이나 해양 연구선의 이름 중에서 새 우주왕복선의 이름을 선정하도록 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휴스턴이 정치적 고향이다)이 최종 선정작을 직접 발표했다.

‘노력’이라는 뜻의 엔데버는 18세기 영국 탐험가 쿡 선장이 지휘했던 영국 해군 탐사선의 이름에서 왔다. 그래서 철자가 미국식인 Endeavor가 아닌 영국식 Endeavour이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와 엔데버에 자신의 족적을 남긴 쿡 선장은 아마추어 천문학자이기도 했다. 1761년에 있었던 금성의 태양면 통과(the transit of Venus) 때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천문학자들이 세계 각지로 흩어져 이를 관측했는데, 쿡 선장도 관측단을 이끌고 타히티로 갔다. 이 자료들은 나중에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우주왕복선 엔데버는 지금 LA에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센터에 전시되어 있다

제임스 쿡 선장, 런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 박지욱

제임스 쿡 선장, 런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 박지욱

우주왕복선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어부바’다. 궤도선이 어딘 가에 업혀 있다는 말이다. 덩치가 꽤 큰 궤도선은 발사 때는 외장연료탱크(ET)에 매달려 우주로 날아간다. 하지만 지구 귀환 때에는 스스로 조종하여 무동력으로 활공한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에는 특별히 개조한 보잉 747 점보기에 업힌 채 하늘을 날아간다. 이 장면은 우주왕복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이때 우주왕복선의 궤도선을 업어주는 비행기를 셔틀운반기(SCA, Shuttle Carrier Aircraft)로 부른다. 역사상 이 보다 더 거창한 ‘어부바’가 또 있을까?

‘어부바 비행’은 궤도선이 완성된 공장에서 발사장으로, 착륙장에서 발사장으로, 퇴역한 왕복선을 박물관으로 보낼 때 이뤄진다. 3대의 우주왕복선이 퇴역하여 박물관으로 보내졌는데, 이때의 어부바 비행은 일종의 고별 비행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주왕복선이 박물관으로 업혀 가는 비행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 어부바는 2012년에 있었다. 퇴역한 엔데버가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서부의 LA 국제공항까지 업혀 갔으니 미국을 동서로 횡단한 셈이다. 특히 이 비행은 우주왕복선 시대 30년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의미로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심을 저공비행했다. LA국제공항에서 캘리포니아 과학센터까지는 LA 시가지를 관통해서 육상으로 옮기는 장관을 연출했다

임무 수행 횟수를 보면 디스커버리(39회), 아틀란티스(33회), 컬럼비아(28회), 엔데버(25회), 챌린저(10회)의 순이다.

우주왕복선 궤도선(Orbiter)과 셔틀 운반기(SCA). 뉴욕 인트래피드 항공우주해양박물관.  ⓒ 박지욱

우주왕복선 궤도선(Orbiter)과 셔틀 운반기(SCA). 뉴욕 인트래피드 항공우주해양박물관. ⓒ 박지욱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소련의 우주왕복선은 ‘부란(BURAN)’ 프로그램으로 러시아어로 ‘눈보라’란 뜻이다. 1974년부터 추진되어 1988년에는 무인 우주비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는 바람에 1992년에 프로그램 추진이 중단되고 말았다. 언론에 공개된 부란의 궤도선(Orbiter K1)는 미국의 우주왕복선과 놀랍도록 닮았다.

1989년에 공개된 소련의 부란 궤도선.  ⓒ 위키백과

1989년에 공개된 소련의 부란 궤도선. ⓒ 위키백과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후 미국은 어떻게 자국 우주인을 ISS로 보낼까? 러시아의 소유스(Soyuz)를 이용해서다. 러시아 역시 우주왕복선 부란 프로그램을 재개하지 않고 소유스를 이용해 ISS로 수송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기는 해도 우주왕복선 발사 비용이 소유스 이용 금액의 12배에 달하므로 훨씬 더 경제적이다. 조만간 스페이스X 의 드래건2가 개발되면 미국의 소유스 합승도 중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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