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본 지구, 초라하지만 아름다워”

[2020 온라인 과학축제] 사이언스 클래스(4)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 칼 세이건”

천문학자이자 ‘콘택트’ , ‘코스모스’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성간 영역으로 진입하기 전 태양계 행성들의 사진을 찍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지를 관철한 결과가 가장 유명한 우주 사진 중 하나인 일명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이는 명품 과학강연 사이언스 클래스의 마지막 강연의 주제이기도 하다. 전파천문학 박사이자 SETI 연구소 한국책임자였던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는 강연 내내 관련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며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

전파천문학 박사이자 SETI 연구소 한국책임자였던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는 강연 내내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 ⓒ 사이언스올 캡처

“둥근 지구, 실제 육안으로 본 사람 극소수”

이 대표는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감이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설명했다. 해외로 운항하는 비행기가 떠 있는 고도, 깊고 깊은 바닷속 심해 등이 고작해야 10㎞ 남짓이라는 설명. 그는 “심해 10㎞라고 하면 엄청 깊은 것 같지만, 지구 자체 크기에 비하면 그리 큰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지구 입장에서 보면 표면에 붙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거리감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상기한 것은 본격적으로 지구를 떠나기 위한 워밍업. 이 대표는 이어 “다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거리에 따라 지구가 어떻게 보이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 단계는 ‘지구는 둥글다’는 당연한 사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야 확인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둥근 지구 모습을 육안으로 관찰한 사람은 거의 없다”며 시간을 1936년으로 돌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기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 37㎞까지 올라가 신기록을 세운 이 비행은 지구의 둥근 면, 즉 곡선을 관측할 수 있는 첫 번째 시도였다고 한다. ⓒ 사이언스올 캡처

그가 소개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기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누가 높이 지구 표면에서 높이 올라가는지’를 둘러싸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그에 따르면 37㎞까지 올라가 신기록을 세운 이 비행은 지구의 둥근 면, 즉 곡선을 관측할 수 있는 첫 번째 시도였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지구의 둥근 면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 결국 1966년 소련의 루나 오비터1호가 달의 위치에서 지구 사진을 찍으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온전히 둥근 모습의 지구를 관측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완벽한 구의 모습은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유인 탐사선인 아폴로 17호가 1972년 촬영했다. 이 대표는 “당시 지구의 모습을 사람들은 푸르게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 즉 블루 마블(Blue Marble)이라 표현했다”라고 부연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완벽한 구의 모습은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유인 탐사선인 아폴로 17호가 1972년 촬영했다. 블루 마블(Blue Marble)이라는 표현답게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 사이언스올 캡처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 전체를 실제 육안으로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이 대표는 “아폴로 프로젝트 등을 경험한 우주인 등 몇몇 선택된 사람들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인류 역사상 2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조차 온전한 구의 모습을 눈에 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창백한 푸른 점’ 하나에 담긴 커다란 의미

이후 강연은 거리를 훌쩍 건너뛰어 진행됐다. 지금까지 지구 관측이 달 정도에서 이뤄졌다면 이제 토성, 목성 등 훨씬 먼 거리까지 진출한 탐사선들이 등장하면서 그 수준이 달라져 버린 것. 이 대표는 “목성 탐사선이었던 쥬노가 966만㎞ 거리에서 찍은 사진에선 그 크기가 매우 작아 보인다”라며 “달에서 봤을 때만 하더라도 빛나는 보석 느낌의 지구가 그저 무심하게 떠 있는 점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목성 탐사선이었던 쥬노가 966만㎞ 거리에서 찍은 지구 모습. 지구가 한낱 점으로만 보인다. ⓒ 사이언스올 캡처

이번 강연의 주제인 ‘창백한 작은 점’ 역시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정작 칼 세이건의 제안을 과학자들과 미항공우주국은 반대했다. 보이저 1호에 달린 카메라가 고장 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그의 설득에 결국 카메라를 돌려 촬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64억㎞라는 거리를 두고 촬영한 일명 ‘태양계 가족사진’에서 지구는 정말로 작고 연약해 보인다. 이 대표는 “사진을 찍었던 1990년이라는 시기는 걸프전 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던 시기”라며 “그런데 진짜 무심하게 찍혀있는, 한 픽셀도 되지 않는 작은 점 하나에 그런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NASA에서 30주년 기념으로 디지털 리마스터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 가운데 보이는 작은 점 하나에 인류의 온갖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 NASA/JPL-Caltech

그는 이어 “비록 연구를 위한 과학적 데이터이지만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과 울림을 준다”고 말하며 ‘재미있는 상상’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바로 푸른색 빛을 발하는 화성의 해 질 녘 무렵 지구를 바라보는 상상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푸른 노을이 지는 곳에서 푸른 행성인 지구를 보는 것도 극적인 대비를 이룰 것”이라고 상상했다. 태양계로부터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에서 지구와 태양계를 바라보는 것도 즐거운 지적 유희다.

창백한 푸른 점을 촬영한 보이저 1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보이저 골든 레코드라는 이름의 LP판. 이는 혹시라도 외계 문명을 만날 때를 대비해 인류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들을 집약해 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각종 악보, 여러 나라의 이미지, 세계의 많은 언어로 된 인사말에서부터 아기 울음, 화산 폭발음 같은 소리까지 3장의 LP에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다”라며 “아마 인류가 멸종한 이후에도 우주를 떠돌며 인류의 모습을 전해줄 일종의 타임캡슐”이라고 묘사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라는 이름의 LP판에는 인류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들이 집약돼 있다. ⓒ 사이언스올 캡처

이 대표는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하며 약 1시간 동안의 우주여행을 매듭지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 그는 “지구를 아끼고 서로를 더 배려하자”고 강조하며 사이언스 클래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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