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언어 분석하면 파악할 수 있다

1인칭 대명사 · 절대적인 단어 자주 사용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들은 정신적인 질병이 얼마나 인생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안다.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지고, 삶의 활력이 줄어들면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울증의 증상을 나타내는지 일상생활 가운데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성이나, 말하는 습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기 중심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절대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특징을 보인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한다. 사람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분석하면 우울증에 시달리는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울증과 염려에 빠진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과는 다르게 말하므로, 우울증을 진단하는 방식과 이해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우울하면 언어사용법이 달라진다. ⓒ Pixabay

우울하면 언어사용법이 달라진다. ⓒ Pixabay

영국 레딩대학(University of Reading) 심리학과의 박사과정 연구원인 모하메드 알-모사이위(Mohammed Al-Mosaiwi)는 임상심리과학(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울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며,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의 짧은 단어들은 단서를 준다”고 말했다.

63개 사이트 6,400명의 글 분석 

연구팀은 63개 인터넷 사이트 회원 6,400명의 글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어떤 단어나 문장을 통해 어떤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해 줬다. 연구팀은 언어분석프로그램(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을 이용해서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특징을 찾아냈다.

우울증에 눌린 사람들은 1인칭 단수 대명사를 많이 사용한다. 나를(me), 나 자신(myself), 나(I) 같은 단어들이다. 이들은 당신(you), 그들을(them), 그녀( she)같은 2인칭이나 3인칭 대명사를 적게 사용했다.

대명사는 말하는 사람의 습관이나 관점을 반영하지만, 내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대명사는 무의식적이어서 숨겨진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1인칭 단수 대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알-모사이위는 말했다.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보다 대명사가 더욱 더 우울증을 구분하는데 믿을만한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우울증 증상을 갖는지, 혹은 우울증이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만드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언어의 스타일은 우리가 표현하려는 내용보다 어떻게 우리를 표현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우울증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적인 등급이나 절대적인 가능성을 표현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예를 들어 항상(always), 아무것도(nothing), 완전히(completely) 같은 단어들이다. 세상을 좀 더 흑백논리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언어의 스타일에 나타나는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육아사이트인 멈스넷(Mumsnet)이나 영국 최대의 대학생 커뮤니티인 스튜던트룸(StudentRoom)을 포함한 19개의 비교사이트에 비해서 확실히 63개 사이트 회원들은 큰 차이를 보였다. 염려와 우울증을 다루는 사이트에는 절대적인 단어들이 대략 50% 많이 나왔으며 자살생각을 표현하는 사이트에서는 80%가 더 많이 나타났다.

절대주의자들은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어떤 미묘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졌다. 절대주의자들이 자주 쓰는 언어나 문장이나 생각에 이런 냄새가 묻어난다. 이들은 사물이나 상황을 절대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자살생각이나 경계선성격장애(BPD ·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나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격이다.

‘슬프다’, ‘우울하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도 이번 연구에서 분석되었지만, 부정감정 단어를 사용한다고 반드시 우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살생각을 한 사람은 우울한 사람에 비해서 부정감정 단어를 적게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살 경험자들이, 자살은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걱정하거나 우울한 보통 사람들 보다 더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3억명 이상이 우울증과 함께 사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에 대해 매일 새로운 발견이 나오고 있어서 해가 지날수록 사람들은 우울증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글이 많아도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다. ⓒ Pixabay

글이 많아도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다. ⓒ Pixabay

빅 데이터 기록, 인공지능으로 분석 

언어를 통해서 우울증을 가려내는 전통적인 방법은 읽고 기록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로 기록된 아주 많은 문서들을 순식간에 분석하고 처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새 방법은 사람들이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언어를 콕 집어내는 것을 도와주면서,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쉽게 찾아준다. 어휘의 다양성, 평균적인 문장의 길이, 문법적 패턴과 다른 여러 가지 언어습관 등을 찾아내기도 쉬워졌다.

언어를 두 개로 분류한다면, 하나는 내용이고 하나는 형식이다. 내용은 우리가 표현하려고 하는 의미나 주제 등이다.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외로운, 슬픈, 괴로운 같은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사용한다.

엄청나게 많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기법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공급되면서 더 세련된 알고리즘이 나오면 언어에 대한 이해는 갈수록 깊어질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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