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맞이할 미래를 상상하다

[2019 우수과학도서] 2019우수과학도서 / 포스트 바디 레고인간이 온다

포스트 바디 레고인간이 온다  ⓒ 필로소픽

포스트 바디 레고인간이 온다 ⓒ 필로소픽

과학기술의 발전은 불가능이라 여기는 다양한 것들을 가능으로 바꾸고 있다. 최첨단 의학기술은 인간의 몸도 자동차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부품 바꾸듯 교체할 수 있는 시대를 꿈꾸게 한다.

이 책은 몸이 그저 주어진 고정불변의 것이라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몸’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쟁점을 다룬다. 인공 자궁과 맞춤 아기 시술, 두뇌 임플란트 기술 등 인류에 새롭게 등장한 과학 기술을 살피고 노화와 죽음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욕망의 이면을 파헤쳐 본다.

로봇과의 연애와 사랑을 가정해 미래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포스트바디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법적 문제를 살피면서, 궁극적으로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이고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독자를 이끈다.

장기 하나를 교체하는 게 아닌 몸 전체를 바꾸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 게티이미지

장기 하나를 교체하는 게 아닌 몸 전체를 바꾸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 게티이미지

포스트바디 시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내 몸을 언제든 교체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고민을 거듭해왔던 ‘생로병사’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불멸의 삶을 살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꿈만 같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포스트바디 시대가 오면 우리 앞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은 삶의 유한성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불멸의 삶을 살게 된다면, 더 이상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상실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사는 게 무료해지지는 않을까?

역설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몸을 AS할 비용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다가 죽고, 부자들은 늘 젊고 건강한 육체를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바디 시대를 성찰하는 몸의 인문학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 9인이 쓴 ‘포스트바디: 레고인간이 온다’는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 몸이 맞이하게 될 미래를 상상하는 책이다. 포스트바디 시대에 나타나는 사회적·법적 문제를 살피기도 하고, 로봇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또한 노화와 죽음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욕망의 이면을 파헤쳐 보기도 한다.

​특히 최근 페미니즘이 대두되는 한국 사회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주제도 등장한다. 바로 인공 자궁의 개발과 맞춤아기 시술이 전통적 모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부터의 해방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페미니스트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인공 자궁이 개발됨으로써 과연 여성의 본질로 간주되었던 모성은 어떻게 변화되고 규정되어야 할지 독자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2017년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는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술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 문제는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윤리적·철학적 쟁점을 이끌어낸다.

몸과 마음의 관계, 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 특히 자유주의 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심신 관계 이론에 커다란 도전 과제를 던진다. 그 논의의 중심에 ‘인격 동일성(person identity)’의 문제가 있다.

당신의 머리와 타인의 몸통 또는 당신의 몸통과 타인의 머리가 이식 수술로 결합하게 될 때, 그 각각의 경우에 살아남은 생존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생존한 신체는 누구라고 불러야 하는가? 당신인가 아니면 타인인가? 머리 쪽이 생존자인가? 몸 쪽이 생존자인가? 아니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인가? 혹은 그 누구도 아닌 제삼자 X인가? 우리는 이에 대해 원리적으로 하나의 3인칭적인 객관적인 답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바디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다. 머리 이식 수술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포스트바디 시대,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21세기 인문학은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러한 화두를 던지고 함께 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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