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가 느끼는 ‘지금 이 순간’

[2020 온라인 과학축제] 사이언스 클래스(2) - 송민령 작가

인간 마음의 빗장을 열고, 인공지능과 로봇 발전의 기틀이 되며, 각종 정신질환을 해결할 열쇠로 떠오르는 학문이 있다.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이다. 우리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사용 에너지의 20% 이상을 사용하는 뇌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이러한 뇌과학은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똑똑한 사람의 뇌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는 무엇이 다른지, 치매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치료법은 없는지 등 일상과 연관된 수많은 질문들이 뇌 구조와 기능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

사이언스 클래스의 두 번째 순서를 맡은 송민령 작가는 이런 뇌과학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실제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등의 저서를 내놓으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4일 진행된 ‘뇌 과학으로 인간을 이해하다!’ 강의 역시 실제 일상과 관련된 많은 사례를 통해 뇌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호평을 얻었다.

송민령 작가는 뇌과학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 사이언스올 캡처

겨울에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

뇌를 비롯한 신경계는 환경과 몸 상태를 예측해서 생존에 필요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생물이 바로 멍게다. 어렸을 적 올챙이처럼 돌아다니던 멍게는 성장하면서 한 군데에 정착하면 신경계를 에너지원처럼 사용하며 없애버린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을 때 신경계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송 작가의 설명.

이러한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 첫 번째는 ‘환경’이다. 송 작가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경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환경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4시간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우리 몸은 생체리듬에 맞춰 혈압 변화나 호르몬 분비 등 많은 변화가 이뤄지는데, 이는 빛이라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송 작가는 이에 대해 “뇌가 하루 생활 리듬에 따라 활동을 조절하는 것”이라며 “겨울에 우울증이 늘어나는 이유 역시 낮의 길이가 짧아 빛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반대로 겨울 우울증에 빛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빛을 쬐어 우울증을 해소시키는 빛 치료가 실제로 존재한다”며 “강철 같은 의지로 환경에 대한 영향을 극복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환경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알고, 환경 자체를 재구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생체리듬에 맞춰 혈압 변화나 호르몬 분비 등 많은 변화가 이뤄지는데, 이는 빛이라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 사이언스올 캡처

서로 영향 주고받는 감정과 신체

두 번째 요인은 ‘몸 상태’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말처럼 신경계 자체가 몸의 정보를 상시적으로 받고, 이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 송 작가는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을 소개하며 보톡스를 예로 들었다. 얼굴 근육을 고정시키는 보톡스가 표정 변화를 방해함으로써 감정을 둔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기쁨, 공포 등의 감정 역시 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요한 시험에 합격했을 때,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팀이 이겼을 때 참으려고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태가 바로 기쁨이다. 송 작가는 “비슷한 예로, 속으로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저절로 굳고 냉정한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바로 공포”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감정과 몸의 반응이 선후를 따지기 어려울 만큼 긴밀함에도 불구하고, 몸의 반응이 감정에 주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몸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만, 그 정확한 내역을 다 알 수는 없다”면서 “긴장상태에서 흥분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해 착각하게 되는 흔들 다리 효과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말처럼 신경계 자체가 몸의 정보를 상시적으로 받고, 이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한다. ⓒ 사이언스올 캡처

나이가 들어도 사람은 변한다

가장 놀라운 세 번째 요인은 가소성(plasticity)이다. 이는 한 마디로 환경, 경험, 신체 상태에 따라 신경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의미다. 송 작가는 ‘과연 무엇이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신경계가 변화를 거듭하는 비밀은 그 구조에 있다. 신경세포의 모양은 곧 신경세포의 기능을 의미하는데, 어떤 자극을 주로 주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뀐다는 것. 송 작가는 “신경세포는 경험에 따라 그 구조가 변한다”고 전했다.

스파인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초 단위로 변화하는 것이 쌓이면, 성격이나 가치관 같은 특징도 바뀔 수 있다. ⓒ 사이언스올 캡처

여기서 주목할 것이 시냅스(신경세포끼리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말단 부위)다. 이를 구성하는 스파인(spine) 부분을 관찰한 결과 외부의 자극이나 경험, 학습 등에 따라 불과 몇 초 만에 그 크기가 유의미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경세포 간 전달되는 전기신호의 세기가 그만큼 달라진다는 의미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지속된다는 것.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는 말이 이론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뜻이다. 송 작가는 “90이 넘은 노인들도 스파인이 생긴다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빨라 초 단위로도 이뤄진다. 결국 성격이나 가치관같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됐던 사람의 특징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점차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전의 기억’과 ‘방금 경험한 일’들이 모두 뇌에 영향을 끼치면서 현재 뇌가 경험하는 ‘지금 이 순간’을 결정한다는 것이 송 작가의 결론이다. 그는 “뇌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현재 오감을 통해 느끼는 자극, 몸 상태, 감정 상태, 과거 경험, 방금 경험한 일들이 모두 어우러진 유일하고 풍성한 순간”이라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뇌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현재 오감을 통해 느끼는 자극, 몸 상태, 감정 상태, 과거 경험, 방금 경험한 일들이 모두 어우러진 유일하고 풍성한 순간을 말한다. ⓒ 사이언스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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