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우리 기술로 바다의 미래를 연다

[국민 생활 도움 주는 과학기술센터] (34)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해양 생물인 불가사리는 그동안 ‘해양 폐기물’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었다. 식용으로는 불가능한데도 엄청난 포식력으로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면서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매년 적게는 1000톤에서 많게는 4000톤 정도의 불가사리를 수거하여 폐기처분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거한 불가사리를 제설제(除雪劑)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설제는 눈의 어는 점을 낮춰 얼지 않고 녹도록 하는 화학제품으로서, 물을 흡수하면 열을 발생시키는 염화칼슘(CaCl2)이 주성분이다. 눈 위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눈의 습기를 흡수하면서 동시에 열을 발생시켜 또다시 눈을 녹이는 것이다.

문제는 염화칼슘 사용 시 부작용이 많다는 점이다. 철근이나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 등에 닿으면 부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균열을 유발해 구조물의 성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염화칼슘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분진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불가사리의 구조를 활용한 천연 제설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그런데 불가사리가 이런 제설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제설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온을 흡착할 수 있는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를 활용하여 염화칼슘에서 배출되는 염화이온을 흡착하여 부식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 원리다. 또한 불가사리를 갈아서 특수 코팅된 알갱이 형태로 만들면 분진도 생기지 않고 제설 기능도 뛰어난 제설제로 변신하게 된다.

이와 같이 혁신적 제설제가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이 개최한 수산 창업 콘테스트 덕분이다. 지난 2018년에 열린 수산 창업 콘테스트에서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는 사업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해양과학이라고 하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처럼 국민의 삶에 있어 꼭 필요한 기술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해양수산 분야 R&D 환경도 변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바다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격적인 도래로 기술과 산업 간에 활발한 융·복합이 이루어지면서 해양수산 분야의 R&D 환경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에서는 해양수산 분야 과학기술의 창의적 기획 및 기술 개발 선도에 힘쓰고 있다. 또한 협업사업 발굴 및 선제적 정책지원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2021년 경영목표 ⓒ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이뿐만이 아니다. 해양수산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화 및 정보화, 그리고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다양한 기술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양수산 기업과 산업을 육성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해양수산 R&D 환경에서 기술 동향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해양수산 분야 예비창업자를 위해 단계별 맞춤형 창업 지원 및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해양수산 과학기술 분야의 사업화 촉진 등 R&D 성과확산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제 통해 인공동면 기술 빛 봐

앞에서 소개한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개최한 수산 창업 콘테스트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면, 물 없이도 광어를 수출할 수 있는 인공동면 기술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인증하는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제’에 의해 공신력을 인정받은 경우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광어를 해외로 운송하려면 비닐봉지에 넣은 다음 물과 산소를 주입하고 밀봉하여 항공으로 운송하거나 광어를 컨테이너 수조에 넣어 배로 수출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광어를 컨테이너 수조에 넣어 배로 수출하는 방법은 대형 상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면 수송이 어렵고 운송 기간이 15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한 기술이 바로 인공동면을 활용하여 수출하는 시스템이다. 어종에 따라 수온을 단계적으로 조절해서 어류의 인공동면을 유도하는 것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인공동면 기술을 사용하면 물 없이도 광어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 더피쉬

인공동면 기술의 절차는 어류의 안정화에 이어 적응과 동면 준비, 그리고 동면 유도 단계를 거친다. 물이 없는 환경에서도 36시간 이상 생존이 가능하고, 배송 시 물과 수조가 필요 없어서 운송비를 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인공동면 유도 기술은 광어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의 활어 항공운송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국내에서 활어 운송 시 대부분 활어 탱크차를 활용하고 있으나, 물 없이도 운송하면 같은 시간에 같은 차로 더 많은 활어를 운송할 수 있어 운송비가 절감되어 국내 활어유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사실 인공동면 유도 기술을 개발한 기업인 더피쉬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이 없어서 실제 사업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인증하는 ‘해양수산 기술 인증’을 통해 기술에 대한 공신력을 인정받으면서, 이를 통해 미국 수출길을 여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실제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해양수산 분야 신기술 인증제는 기술력을 갖춘 해양수산 중소업체의 사업화 및 판로 개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해양수산 인증 획득 기업 중 신기술을 제품화해서 판매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모두 9곳으로서 총 50억 18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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