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감사’의 효과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감사하면 행복해지고 뇌도 이타적으로 변해

경제학자이자 미국기업연구소 소장인 아서 브룩스 교수는 십수 년 전에 자선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책을 출간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독자로부터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당신은 사기꾼이에요’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그 이메일은 단원별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었다.

브룩스 교수는 긴 내용의 이메일을 모두 읽은 다음 답장을 보냈다. 그 독자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반박하는 문구도 있었으나, 전체적인 결론은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책을 꼼꼼히 읽어준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 독자도 무척 친절한 어투로 다시 답장을 보내왔다.

후에 브룩스 교수는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타인에게 감사를 표시하면 그 사람 역시 공격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됐다고 고백했다.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갖게 되면 우리의 뇌가 더욱 자비롭게 변해 자선 기부 같은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 ⓒ Image by June Laves from Pixabay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갖게 되면 우리의 뇌가 더욱 자비롭게 변해 자선 기부 같은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 ⓒ Image by June Laves from Pixabay

브룩스 교수가 진짜 그 독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브룩스 교수는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는 2003년에 진행한 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감사한 일을, 다른 집단에는 힘들었던 일을 매주 적도록 했다. 10주 후 두 집단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감사한 일을 적었던 집단이 삶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감사하면 자기 절제력 강해져

감사하는 마음은 성공의 열쇠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스이스턴대학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디스테노 교수팀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이 대표적인 연구 사례다. 마시멜로 실험이란 절제성과 미래의 성공을 연관 짓는 실험으로 유명하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몇 분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순간, 아무런 감정이 없던 순간, 행복을 느낀 순간을 각각 떠올리도록 한 후 1년 뒤에 100달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당장 18달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아무런 감정이 없거나 행복감을 떠올리는 경우에는 18달러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감사함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100달러를 선택하는 이들이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감사하는 마음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불안감 및 우울감을 감소시켜 미래를 더 가치 있게 여기게 되므로 절제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감사의 효과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갖게 되면 우리의 뇌가 더욱 자비롭게 변해 자선 기부 같은 이타적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연구는 2017년에 오리건대학의 신경과학자 크리스티나 칸스가 진행한 감사와 기부의 신경적 연관성에 대한 실험이다.

칸스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제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옮기거나 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보게 한 뒤 뇌를 영상 장치로 관찰했다. 그 결과 사전 설문조사에서 평상시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타적으로 밝혀진 실험 참가자들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인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를 표시하는 효과적 방법

칸스는 다음 단계로 사람들이 감사를 계속 느끼게 하면 뇌가 반응하는 방식도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3주에 걸쳐 한 그룹은 자신이 감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자신의 인생에서 감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한 것.

그 결과 감사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 그룹은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변화돼 자신의 계좌로 돈이 입금될 때보다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를 이야기한 그룹이 감사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 그룹보다 훨씬 더 감사를 많이 느끼게 됐음은 물론이다. 다만, 이 같은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의 변화가 영구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타인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데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고 한다. 피상적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한 가지 특정한 사건에 대해 자세히 감사하며, 사물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또한 감사를 전할 때 자신이 받은 이익에 이야기하지 말고 상대의 성품이나 능력을 칭찬해야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신 덕분에 내가 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 사람인지를 칭찬하는 식이다.

거리마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연말은 기부와 감사 계절이기도 하다. 이때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내 인생에서 감사하게 여길 것들을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에는 행복한 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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