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실버 세대, 로봇이 보듬는다!

ETRI, ‘실버케어 로봇’ 시대 열어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 손질 등 집안 일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가전제품. 게다가 아이들과 놀아주니 이보다 더 유용한 가전제품이 어디 있을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져 인간의 편리를 위해 쓰이는 로봇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로봇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로봇이 시범 운용되고 있다.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지라 아이들이 가장 빠른 고객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27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원장)에서는 로봇을 실버케어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재홍 박사는 기술 적용 사례를 통해 많은 가능성을 보았다며 실버케어 로봇의 황금빛 미래를 점치고 있었다.

ETRI의 실버케어 로봇은 국내외에 걸쳐 10여 건의 특허가 걸려 있다. 목표 지점을 스스로 알고 찾아갈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안면인식기술’, 사람의 위치나 행동을 인지할 수 있는 ‘착용형 위치인식기술’이 대표적이다.

▲ 김재홍 박사는 우리의 IT 기술이 세계 실버케어 산업을 주도할 여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말한다. ⓒETRI

“고령자, 특히 70대 이상의 고령 인구에게는 첨단 기술이 무척이나 낯섭니다. 그래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은 무엇보다 쉬워야 하죠. 하지만 고령자들이라고 해서 로봇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실제 로봇을 접한 고령자들은 어린이들처럼 로봇에 많은 흥미를 느꼈으니까요. 아마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분들이라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함께 놀아주는 친구이자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사용하기만 쉽다면 로봇은 실버케어 분야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재홍 박사는 “실버케어 분야에서 로봇 기술은 매우 매력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로봇의 위치기반 인지시스템은 고령자의 위치를 인지하여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한다. 다음은 로봇의 인지기술과 함께 쉽게 만들어진 인터페이스 기술을 꼽는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면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춘다. 로봇은 곧바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사용자는 로봇에 미리 등록된 가족의 사진을 화면에서 터치해 쉽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다음은 김재홍 박사와의 일문일답.

– 고령자들은 이번 실버케어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실버케어 로봇을 적용하기 5개월 전부터 노인병원 관계자, 의사, 로봇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갖가지 회의를 거쳤습니다. 이 토의를 기반으로 필요한 서비스가 개발되었고요. 우리가 실험한 요양원의 고령자들은 전래동화나 옛 노래를 좋아하신 까닭에 관련 콘텐츠를 로봇에 탑재했습니다. 사전 조사 덕분인지 반응이 좋았죠. 특히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 이를테면 혈압 측정이나 엔터테인먼트 플레이 기능들은 요양 보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고령자들을 돌본다는 개념에서 기술 개발에 애썼는데, 우리가 감안해야 할 고객으로 요양 보호사가 빠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사용하기만 쉽다면, 로봇은 실버케어 분야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이 아닐까 한다. ⓒETRI


– 실버케어 로봇은 딱딱하고 기계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지난 2007년 ETRI는 감성 로봇 코비를 개발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기계에 접목된 실버케어 로봇이 더 친근하고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령자를 위한 실버케어 로봇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코비나 일본에서 개발된 파로(PARO)처럼 고령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동반자 로봇도 있지만, 이번에 ETRI가 개발한 실버케어 로봇은 건강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생체 신호를 측정하려면 관련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야 하고, 로봇에 콘텐츠가 들어가다 보니 터치가 가능한 큰 화면이 필요했습니다. 아울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려면 지금의 로봇 형태가 가장 적합했죠. 우리 역시 사전 조사를 했습니다. 고령자들 역시 기능에 주안점을 두면서 그 기능을 가장 잘 지원해 주는 형태를 선호하더군요. 실버케어 로봇은 다양하게 발전할 것입니다.”

▲ ETRI에서 개발한 감성 로봇, 코비와 래비. 이들 로봇은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ETRI


– 6주에 걸쳐 노인 요양병원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실버케어 로봇을 적용하셨는데, 이번 연구로 느끼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연구를 시작하면서 고령자, 요양 보호사와 간호사들에게 로봇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느낌이나 로봇의 기능별 만족도, 로봇 사용의 어려움 등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단순히 설문 조사만 한 것이 아니라 실험 과정을 녹화해 분석했죠. 1월이면 그 결과가 나오겠지만, 요양원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면 로봇을 사용하는 고령자뿐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요양 보호사와 간호사까지 염두에 둔 로봇 개발에 치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울러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사용하기 쉬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로봇을 체험한 어르신들도 개개인의 신체와 건강 상태에 맞는 좀 더 쉬운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콘텐츠를 기대했습니다. 로봇을 쓰면 쓸수록 로봇이 더욱 지능적이기를 바라셨고요. 연구자들 역시 로봇이 활동하는 공간에 대한 더욱 세세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2018년이면 인구의 14%가 고령 인구인 고령 사회,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20%)에 진입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이는 출생률 저하나 경제 활동 인구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자를 돌볼 인력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실버케어 분야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사회 여건은 실버케어 분야에 로봇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재홍 박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발한 실버케어 로봇들이 전 세계로 진출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며, 우리의 실버케어 로봇 기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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