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금요 포커스] 뉴런 연결의 증감 통해 뇌가 균형 유지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 메달의 앞면에는 한 과학자의 얼굴과 알 수 없는 문자로 적힌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와 ‘스스로를 극복하고 세계를 움켜쥐라’는 뜻의 라틴어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던 중 ‘유레카’라는 큰소리를 외친 평범한 그리스인이 아니라 유명한 과학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연구내용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과학을 위한 공용어가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바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이 사용한 라틴어다. 라틴어는 2012년까지 식물의 국제 명명기호의 지위를 독점했을 정도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왜 그처럼 어려운지를 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과학자들이 다른 국가의 연구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의 번역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학을 위한 공용어의 필요성을 추구해왔으며, 현재 그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 영어다.

이에 대해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마이클 고딘 교수는 ‘과학의 바벨탑’이란 저서에서 “만약 바벨탑이 필요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언어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궁금하다면 과학자들을 보면 된다. 그들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유국을 제외하고 부유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주장도 있다.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이 좋은 예다. 이 국가들이 부유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수출 시장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도 모국어와 외국어를 함께 구사하게 되면 아동 발달 및 치매 예방이 도움되며, 공리주의적이고 덜 감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전극 이식한 간질 환자 대상으로 연구

하지만 외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 과정과 난관들을 겪어야 한다. 특히 성인이 된 후에 외국어를 배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왜 그처럼 어려운지를 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신경과학연구소의 매트 레너드(Matt Leonard) 박사팀은 모국어가 영어인 만 19~59세의 자원봉사자 10명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배울 때 언어와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간질 때문에 뇌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이 자원봉사자들은 발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상태였다. 연구진은 음성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표면에 있는 256채널의 고밀도 전극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표준어인 만다린어는 단어의 의미가 모음과 자음 소리뿐만 아니라 음높이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대표적인 성조 언어다. 따라서 영어와 같은 비성조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소리를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연구진은 음높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중국어 단어를 자원봉사자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학습하게 한 다음 이들이 생성해낸 신경 신호와 언어 관련 피질의 활동을 살펴보았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특정 언어에 익숙해질수록 언어 피질 전체의 활동은 증가한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그것과는 약간 다른 결과를 얻었다. 즉, 뇌의 특정 영역에서는 활동이 증가하지만 바로 그 옆에 있는 다른 영역에서는 활동이 감소하여 뇌가 전체적으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신경가소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

우리의 뇌는 외부 환경의 양상이나 질에 따라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외국어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면 이미 형성된 대뇌피질의 뉴런들에 새로운 연결을 증가시키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그 같은 신경가소성과 더불어 기존의 것들을 통합하는 네트워크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정성도 동시에 추구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즉, 뇌의 어떤 영역에서는 활동이 증가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감소하여 균형을 유지한 것이다.

UCSF 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신경외과 조교수인 매트 레너드 박사.

이에 대해 매트 레너드 박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우리의 뇌는 서로 경쟁하는 그 두 가지 힘을 어떻게든 수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8월 30일자에 게재됐다.

또한 개인에 따라 어떤 뇌 부위가 어떤 음높이에 의해 더 활성화되는지도 밝혀졌다. 다시 말해서 중국어라는 특별한 소리에 익숙해지는 동안 아주 미세하게 조정되는 독특한 장치를 개인마다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어떤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거기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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