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샤워 중이나 산책 중에 나올까?

갑작스러운 깨달음(에피파니)에 숨겨진 심리학

유레카! 

기원전 270년부터 215년까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안의 도시 시라쿠사를 다스렸던 히에론 2세는 금 세공사에게 순금을 주며 신에게 바칠 금관을 만들도록 시켰다. 완성된 금관을 받은 히에론 2세는 자신이 맡긴 순금이 모두 사용되었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이를 확인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히에론 2세는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에게 위 왕관이 순금으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의뢰하였다.

아르키메데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머리를 두드리며 목욕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갑자기 사람이 욕조에 들어가면 일정량의 물이 차오르는 것에 착안하여 물질의 밀도(Density)에 따라서 비중(Specific Gravity)이 달라짐을 발견했다.

즉,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 다른 물질은 부피가 다르므로 물에 집어넣었을 때 다른 비중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을 통해서 아르키메데스는 옷을 입는 것도 잊어버린 채 “찾았다(그리스어: εὕρηκα 유레카)!”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아르키메데스는 금 세공사가 속임수를 썼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아르키메데스는 갑작스러운 발견으로 옷을 입는 것도 잊어버린 채 “유레카!”라고 외쳤다고 한다. © Freepik

 

갑작스러운 과학적인 발견의 공통점

아르키메데스가 옷도 입지 않은 채 목욕탕에서 나와서 유레카를 외쳤다는 부분은 후대에 각색된 부분이지만,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어떤 물체가 유체 안에 있을 때 받는 부력의 크기가 물체가 유체에 잠긴 부피만큼의 유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와 같다는 원리인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한 점은 사실이다.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이작 뉴턴 경도 케임브리지의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사과가 머리에 떨어지며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또 한 명의 천재인 아인슈타인도 스위스 베른에서 전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작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이를 정리하며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게 된다. 위 발견의 공통점은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때 갑자기 일어났다는 점이다. 왜 깨달음과 과학적인 발견은 갑작스럽게 오는 것일까?

 

생각을 하고, 긴장을 풀고, 깨달음(에피파니)을 얻는다

기독교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인데, 동방박사들은 유대의 왕, 즉 메시아의 탄생을 이미 예언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알지 못해서 사막에서 헤매고 있을 때, 그 순간 동쪽에서 별이 밝게 빛났다. 동방박사들은 그 별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나섰고 예수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기독교에서 ‘에피파니(epiphany)’라고 부르는데, 서양에서는 위 단어가 일상생활에서 우연한 순간에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나 그에 대한 직관 혹은 영감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동방박사들은 우연치 않게 별이 인도하는 길을 통해서 예수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에피파니’라고 부른다. © iStock

이러한 에피파니는 언제 일어나는 걸까? 세기의 발견들을 통해서 에피파니는 긴장과 반대로 몸이 이완되었을 때,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 일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리학 이론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의 마음에 창의력이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휴식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오랜 기간의 집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세기의 발견이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기만 하면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점은 모두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한 문제에 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오랜 기간의 집중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에피파니인것이다. 깨달음을 유도하는 방법은 명확하지 않지만 먼저 열심히 일한 후 긴장을 푸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에피파니는 발견하는 방법은 다르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인지과학 및 철학을 연구하는 재커리 어빙 교수(Prof. Zachary C. Irving)이 이끄는 연구팀의 최근 결과(Irving et al. 2022)에 따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 샤워하기 혹은 뜨개질과 같이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지만 ‘생각 없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작업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아이디어 사이의 자유로운 연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생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걷는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여러 생각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반복적이고 생각 없는 작업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에피파니는 과학적 발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그래머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로 변모하고 있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통해서 단계적으로 코딩을 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때의 쾌감이란 어느 직업도 느끼기 힘든 프로그래머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찬 보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일지라도 모든 모듈의 함수를 외울 수 없기에 어떤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해서는 매번 여러 다른 함수를 다양하게 조합하며,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합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 프로그래머들은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고, 또 샤워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그리고 이처럼 긴장을 풀고 반복된 행동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최적의 방법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에피파니에 대한 심리학적인 설명

심리학에서는 칼 융(Carl G. Jung)이나 크리스토퍼 볼라스(Christopher Bollas)와 같은 심리학자들이 에피파니에 대해서 설명하고 언급한 바 있다. 융은 에피파니를 “무의식의 마음이 의식으로 파고드는 흔치 않은 순간”이라고 설명하며 우리의 무의식에 대한 자아의 통제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융은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며 이를 ‘운명’이라고 부른다는 명언을 남겼으며, 에피파니를 무의식과 의식의 소통 관점에서 설명하려 노력했다. 융의 이런 이론을 기반으로 여러 심리 치료에서는 무의식이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생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법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볼라스 역시 융의 의견을 기반으로 이를 “생각지 못했지만 알고 있는 것(unthought known)”이라고 설명했다. 즉, 우리가 다만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뿐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깊숙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깨달음(에피파니)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에피파니가 계획을 통해서 나타나는 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에피파니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우리는 에피파니가 직접 일어나도록 만들 수는 없다.

다만 여러 이론들을 기반으로 에피파니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가지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과 생각’을 바탕으로 ‘몸을 이완시키며 무의식과 연결’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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