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올해 최고의 여성과기인은 과연 누구?

2020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 23일 진행

한바탕 여성과학기술계 연대 교류의 장이 열렸다. 지난 23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이하 연차대회)’가 그것. 지난 200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연차대회는 여성과학기술인 지위 향상에 힘쓴 기관 및 유공자를 포상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여성과학기술계 대표 축제다.

‘2045 미래비전 젊은 과학, 더 나은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올해 연차대회에서는 각종 시상식과 함께 여성과학자 5인의 토크 콘서트,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의 기조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실시간으로 연차대회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추첨을 통해 선물을 보내는 등 온라인 생중계라는 형식을 십분 활용한 소통 방법으로 쌍방향 호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 23일 ‘2045 미래비전 젊은 과학, 더 나은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2020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는 여성과학기술인 지위 향상에 힘쓴 기관 및 유공자를 포상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여성과학기술계 대표 축제다.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비롯해 올해의 멘토상, 우수 공학연구팀, 우수 담당관, 우수 경력복귀 연구자, 채용 목표제 우수기관에 대한 시상도 진행돼 올 한해 거둔 성과와 소감을 풍성하게 공유했다.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박상희‧이명선 교수, 장영래 수석연구위원 최고 여성과학기술인 ‘영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영예는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 이명선 청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와 함께 올해의 멘토상, 우수 공학연구팀, 우수 담당관, 우수 경력복귀 연구자, 채용목표제 우수기관에 대한 시상도 진행돼 올 한해 거둔 성과와 소감을 풍성하게 공유했다.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는 스타트업, 제약회사, 연구원, 대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현역 여성과기인이 출연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화두를 던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여성과학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이현승 걸스인텍 한국공동지부장 및 텔레파씨 대표는 ‘2045’의 의미에 대해 “일부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되는 해”라고 설명하며 “25년 후의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과학기술인들의 가치관에 따라 미래 역시 많이 달라진다는 의미. 이 대표는 “성별에 따른 인공지능의 음성 인식률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를 좀 더 학습시킨 결과 실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라며 “이렇게 지금의 작은 움직임이 미래 방향성 설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더욱 여성 과학기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크콘서트에서는 스타트업, 제약회사, 연구원, 대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현역 여성과기인이 출연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화두를 던졌다. © 유튜브 채널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동영상 캡처

김수현 고등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조직생활을 ‘생존’에 비유하며 여성과학기술인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여러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이에 대해 “한 마디로 각별히, 절실하게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단순히 지식만 있다고 조직에서 생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김 수석연구원이 밝힌 입장. 그는 “자신을 잘 표현하고, 협업도 능숙하게 진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량이 필요하다”며 “너무나 빨리 변하는 시대에서 생존의 법칙이 달라지기에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도 필수”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조금 희생하더라도, 나의 발전을 조직의 발전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UNIST 에너지공학과 부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러 감상을 표현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장점도 있다”라며 그중 하나로 출장의 축소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코로나19는 학부모 과학자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안겨주기도 한다. 예상치 못했던 육아가 이어지면서 시간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 김 교수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성과기인 자체가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자아실현하면서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동료, 선배 연구자들의 모습이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아무쪼록 여성 과기인 수가 많아져서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고경력 은퇴 여성과기인 활용하면 일과 가정 양립 가능”

전상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구원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해 발언했다. 전 선임연구원은 특히 “아이들은 부모와 깊은 유대관계를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그런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해서 사회에 봉사하는 좋은 인력으로 자라난다”라며 “이런 선순환을 위해서는 젊은 여성 과기인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출산, 육아 휴직의 확대 및 유연근무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과기인에게 일과 가정 양립은 어려운 것이 사실.

전 선임연구원은 그 해결책으로 고경력 여성 과기인 활용을 제안했다. 젊은 여성과기인들은 오후 2~3시까지 연구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는 “61세 이후는 안정된 생활과 여유로운 생각을 통해 축적된 연구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며 “여성 과기인들의 오후 시간을 고경력 여성 과기인들이 채워준다면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시간으로 연차대회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추첨을 통해 선물을 보내는 등 온라인 생중계라는 형식을 십분 활용한 소통 방법으로 쌍방향 호응을 이끌어 냈다. © 유튜브 채널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동영상 캡처

박하영 일동제약 HS팀 팀장은 제약 부문에서의 여성 과기인의 약진을 소개했다. 20년 전 박 팀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여직원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38%가 여성 직원일 정도로 성비 불균형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박 팀장은 “영업 위주였던 과거에는 남성 직원이 많았지만, 연구개발의 비중이 커지고 마케팅이 주목받으면서 여성 인력의 자리가 넓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래 유망산업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더욱 늘어난다는 신호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 팀장은 “특히 네트워킹, 언어, 멀티태스킹 능력에서 우수한 경우가 많다”라며 “미래 트렌드를 이끄는 무대에서 여성과기인이 주인공으로 발돋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의 ‘여성과학기술인이 열어가는 변화의 시대’ 기조강연과 함께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수상자들이 직접 진행하는 성과 발표가 진행되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박상희 수상자, “아들과 남편에게 감사…육아 지원 시스템 마련돼야”

한편 사이언스타임즈는 2020년을 빛낸 수상자 3인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소감과 함께 후배 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 조언을 건네는가 하면, 여성과학기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학술부문 수상자인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산화물 반도체 연구를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는 기존 OLED TV를 비롯해 약품 및 생체정보를 감지하는 센서, 메모리 반도체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핵심 기술이다.

학술부문 수상자인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산화물 반도체 연구를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제가 연구하고 있는 전자소자가 모든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박 교수는 먼저 아들과 남편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여유 있는 사람이 좀 더 도와주고, 서로를 이해하며 위로해 주었기에 육아와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는 설명. 그는 이어 “한 명의 엄마로서 자식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연구원들이 자신의 일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연구원, 과학도로서의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언제까지 육아나 가사의 모든 것들이 여성만의 몫은 아니다”라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 그는 “다행히 남성들도 육아 휴직을 많이 내는 등 요새는 인식이 많이 바뀌는 추세”라고 분석하며 “성별에 관계없이 좀 더 잘하는 사람이 육아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국가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후배들에게는 “여성이기 전에 과학자”라고 강조하며 “과학자로서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모습을 꿋꿋이 잘 지켜 나가는 것이 결국 가족, 사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장영래 수상자, “소통과 협업 능력이 내 경쟁력”

산업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광학 필름용 코팅 소재 개발의 선구자다. TV, 노트북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증강현실 디바이스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의 특성에 맞춘 코팅 소재를 개발하며 지난 2017년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등 그 업적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 수석연구위원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그는 “30년이 넘는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출산과 육아”라며 “가정 생활에서도 힘을 써야 하고, 회사에서도 제 역할을 다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좀 더 회사일을 하고 싶었지만, 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광학 필름용 코팅 소재 개발의 선구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지금보다 불균형한 성비 역시 어려웠던 지점. 장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여성 연구원 비중이 30% 정도 된다지만, 예전에는 훨씬 적었다”라며 “특히 남자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던 사업 부서와 트러블을 겪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열쇠가 소통과 협업이었다”는 장 수석연구위원은 소통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주 만남을 가지려 했고,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약속을 지켜나가며 쌓인 유대가 현재의 빛나는 업적을 만들어 낸 비결이라고. 장 수석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제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오늘 상을 받게 된 것 역시 동료들의 덕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장 수석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성별과 무관하게 사회생활이란 건 힘든 일이다. 특히 가정과 조직생활을 병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온다”라며 “그러나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돌아온다. 힘들 때일수록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자신만의 조직 내 생존 방법을 찾아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후배 과학기술인에게 당부했다.

이명선 수상자,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칭찬”

진흥부문 수상자인 이명선 청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과학기술인으로 손에 꼽힌다. 이공계 인력양성 멘토링, 국제 교류 추진, 학술 세미나 개최 등 수많은 과학기술 진흥활동을 펼쳐 나가는 와중에 연구자로서의 본분 역시 놓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 교수는 “최고의 상을 받아 기쁘다”라며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결혼 후 1주일이 채 안 되어 대학원에 입학하고 출산 전날까지 근무를 서는 등 이 교수의 연구 생활은 빡빡했다. 언제나 밤 12시까지 근무는 기본이었다고.

진흥부문 수상자인 이명선 청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는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과학기술인으로 손에 꼽힌다.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그래도 그런 노고를 인정받은 덕분에 홀로 2년간 미국 유학을 떠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그 2년의 세월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결국 혼자서 모든 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 가족과 집안의 육아 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연구를 위해 이틀 밤을 꼬박 새는 등 본인에게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 교수지만, 후배들에게는 따뜻한 칭찬과 롤모델로서 조언을 강조하는 등 선배 과학기술인으로의 면모가 돋보인다. 그는 “칭찬을 통해 학생들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키워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며 “이번 추석에도 3명의 여학생들이 찾아와 보람을 느꼈다. 저도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쓰는 등 좋은 본보기가 되려고 더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 여성과학기술인 연차대회 수상한 우수 여성과학기술인·기관 명단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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