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두 여성과학자인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에게 돌아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일찍부터 노벨상이 기대되던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번 노벨화학상 역시 몇 가지 살펴볼 만한 특징들이 있다.
크리스퍼유전자가위 개발로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게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 Duncan.Hull
첫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정교한 DNA 편집이 가능하여 생명과학 분야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노벨화학상보다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더 이상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UC버클리 화학과 소속인데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 역시 생물학자뿐 아니라 화학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뿐 아니라 지난 2018년도 노벨화학상 역시 진화의 원리에 기반한 의약품 개발 등에 관련된 것이었으니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아도 되었을 듯하다.
이른바 융합과 통섭 등으로 인하여 학문 간의 엄격한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과학기술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이 21세기에 와서야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서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 등이 받은 1962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역시 당대 최고의 화학자로 꼽혔던 라이너스 폴링(Linus Carl Pauling)이 수상자가 될 뻔했다. 폴링은 DNA가 3중 나선 구조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림으로써 결국 치열한 연구 경쟁의 최후 승자 자리를 넘겨줘야 했지만, 왓슨은 일찍이 자신의 저서 ‘이중 나선(The Double Helix)’에서 폴링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왓슨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던 크릭은 원래 X선 회절에 관해 연구했던 물리학자 출신이었고, 또 다른 공동 수상자였던 윌킨스(Maurice Wilkins) 역시 물리학 학위를 받은 생물물리학자였다.
DNA 구조의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화학자 라이너스폴링 ⓒ 위키미디어
두 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은 통상 세 사람까지 공동 수상이 허용되지만, 올해 노벨화학상은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두 사람에게만 돌아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일각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연구 및 특허 취득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장펑(張鋒, Zhang Feng) MIT 교수가 수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듯하다.
물론 뒤늦게 편승하여 원천특허를 등록받은 장펑 교수에 대해 일부 생물학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아무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이 아닌 진핵생물에서도 가능하게 하여 동물과 식물, 사람에게까지 응용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분명 장펑 등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다우드나-샤르팡티에 팀보다 먼저 저널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뷰 없이 거절되는 바람에 우선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리투아니아의 생화학자 비르기니유스 식스니스(Virginijus Šikšnys)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일찍부터 독립적으로 연구하고도 불운하게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는데, 그는 다우드나, 샤르팡티에와 함께 2018년도 카블리 나노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크리스퍼유전자가위 관련 논문을 먼저 제출하고도 인정을 받지 못한 식스니스 ⓒ Gie2016
그리고 유전자가위의 응용에 있어서 장펑 뿐 아니라 하버드대 의과대학 유전학 교수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의 공헌도 무시할 수 없어서, 다우드나, 장펑, 처치의 3인을 노벨상 공동 수상자로 예측한 이들도 있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연구와 관련된 유력한 노벨상 수상자 후보가 최소 5~6명 또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장 원천적인 연구로서 인정을 받은 두 사람만 수상자가 되는 것이 차라리 공평(?)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아무튼 연구개발에서 업적과 기여도 등과 관련해서, 누가 노벨상을 받아야 마땅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문제로서, 논란이 계속될만한 일이다.
세 번째로는 올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온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이다. 즉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개발은 획기적 업적으로서 시기가 문제지 언젠가 노벨상이 나올 것으로 예측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관련 논문과 특허가 처음으로 제출된 것이 2012년 무렵이니, 이 분야의 연구가 시작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인 셈이다. 노벨과학상을 받은 숱한 중요한 업적 중에서도 논문이 나와서 인정을 받은 지 수십 년 이후에야 수상자가 된 경우도 대단히 많고, 일찍이 업적을 내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고령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에 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비교적 일찌감치 노벨상이 배출된 셈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는 코로나19에 의한 영향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 즉 다우드나 교수의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응용하여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작년의 노벨화학상 역시 지구온난화 위기의 시대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리튬이온 전지의 개발자들이 받았다는 점에서 시대적 요청에 부응했다 할 것이다. 이처럼 시류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은 다른 분야의 노벨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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