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올해 노벨물리학상에서 주목할만한 점들은?

[2020 노벨상][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82)

올해도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벨경제학상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두 발표되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중에 여성들이 처음으로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약진하는 등 여러 주목할만한 점들이 있었다. 특히 올해 노벨물리학상 부문에서는 몇 가지 눈에 띌만한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 주목할만한 사항은 블랙홀의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니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수상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의 노벨상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물리학상 역시 해마다 분야별로 안배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한 결과다.

사람들의 예상이 빗나간 셈인데, 중력파 관측 업적으로 받은 2017년도 노벨물리학상까지 포함한다면, 최근 4년 사이에 3차례의 노벨물리학상이 천체물리학 관련 분야에서 나온 셈이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이제는 하늘에서 노벨물리학상이 쏟아지는 시대가 된 것인가?”라고 묻기도 하였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블랙홀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하였다 ⓒ 위키미디어

그렇다면 정말 노벨물리학상에서 블록홀, 우주론 등 천체물리학 분야의 득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천체물리학과 관련이 깊고 넓은 의미로 함께 포함될 수도 있는 입자물리학은 자연과 우주의 궁극을 밝히는, 물리학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분야로서 그동안 숱한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중요한 업적이라면 천체물리학 관련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세부 분야들을 계속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할만한 특징으로는 올해 수상자 중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1931~)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블랙홀 형성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던 원로 물리학자 펜로즈는, 관측을 통하여 거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라인하르트 겐첼(Reinhard Genzel, 1952~) 및 앤드리아 게즈(Andrea Ghez, 1965~)와 공동으로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로저 펜로즈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그동안 비슷한 업적을 냈거나 그와 견줄만한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즉 펜로즈의 노벨상 수상 공로인 블랙홀 연구를 공동으로 했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은 높은 대중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이 재작년에 타계한 바 있다.

올해 초에 세상을 떠난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1923~2020) 역시 펜로즈처럼 수학자 출신으로서 노벨상에 근접할만한 업적을 냈고, 수많은 교양과학도서를 저술하여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물리학자였다. 빅뱅 이론을 창시한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 역시 과학저술가이자 대중적 과학자로서도 명성이 높았지만, 마찬가지로 노벨상과는 연을 맺지 못하였다.

로저 펜로즈 역시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잘 알려진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서 여러 저서도 낸 점 등 이들과 공통점이 적지 않다. 그가 고안한 불가능한 도형 또는 물체로서 펜로즈의 삼각형 및 펜로즈의 계단 등이 유명하고, 뇌과학과 관련해서도 독특한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펜로즈의 계단 ⓒ 위키미디어

그동안 노벨물리학상 수상에 있어서 저술, 강연 등을 통한 과학 대중화에 대한 공헌이나 대중적 저명도 등은 거의 고려 사항이 되지 못하였지만, 펜로즈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이 역시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좀 이를 듯싶다. 펜로즈가 노벨상 수상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동 수상자인 두 천체물리학자가 블랙홀 관측에서 보다 진전된 업적을 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즉 일찍이 나왔던 블록홀에 대한 펜로즈의 이론적 업적이 천체관측을 통하여 상당 부분 검증이 되었다고 노벨상위원회에서는 판단했을 것이다. 즉 아무리 혁신적인 이론이라 해도, 실험 또는 관측으로 검증이 되지 않으면 노벨물리학상을 받기 어려운 것은 여전할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펜로즈가 올해 90세에 가깝게 장수한 덕분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스티븐 호킹이 아직 생존했거나 10여 년 이상 더 살았더라면,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거나 다음번 천체물리학이나 우주론 분야의 수상 차례 때에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세 번째로 언급할만한 사항으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령 및 상금 배분 패턴이 동일하게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세 사람이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을 1/3씩 똑같이 배분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번처럼 전체 상금의 반은 한 사람에게, 나머지 반을 두 사람에게 같이 나눠서 배분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뿐 아니라 광학 분야에서 물리학상이 나왔던 재작년 역시 같은 패턴이었을 뿐 아니라, 상금의 반을 차지하게 된 이는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나이가 매우 많은 원로 물리학자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즉 지난 3년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서 상금의 반을 받은 애슈킨(Arthur Ashkin, 1922~2020), 피블스(James Peebles, 1935~ ) 펜로즈가 모두 80, 90대의 고령이었다.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노벨물리학상이 나온 작년과 올해의 경우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공동 수상자들의 업적의 관련성 여부이다. 즉 피블스는 우주 진화에 대한 이론적 공로로, 나머지 두 사람은 외계행성의 발견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으므로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펜로즈가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천체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서로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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