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아드 거쳐 남극서 다시 만나다

과학서평 / 남극점에서 본 우주

2019.12.05 08:47 심재율 객원기자

15년이 넘은 2004년 2월의 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때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가 열렸다. 우주와 과학에 관심을 가진 몇몇 고등학생들이 모였다. 그냥 과학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이때 참가했던 학생 중 김준한과 강재환은 과학자로 남았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게 된다.

김준한은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 천문학을 공부하고 미국 애리조나 대학에서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파망원경 간섭계를 이용한 초대질량 블랙홀 연구가 세부전공이다. 아문센-스콧 남극점기지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4번의 여름을 보냈다. 그가 제작한 전파수신기는 남극점 망원경에 설치됐다.

강재환은 미국 코넬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신호를 관측해서 빅뱅 우주의 초기 모습을 탐구한다.

강재환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번의 여름을 남극에서 보냈다.

김준한, 강재환 지음 / 시공사

김준한, 강재환 지음 / 시공사

고등학교 때 서울대 천문올림피아드에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돌고 돌아 다시 남극에서 만났으니 그 즐거움과 놀라움이 어땠을까 상상이 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 주는 남극공로메달(Antarctic Service Medal)을 받았다.

고교 천문올림피아드에서 처음 만나

이제 둘은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게 됐다. 남극에 관한 책을 같이 쓴 것이다.  ‘남극에 가면 어떨까’ 이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 나왔다. ‘남극점에서 본 우주’는 현재 미국에서 남극을 비롯한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그 두 사람이 쓴 책이다.

두 사람은 2017년 1월 14일 새벽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지리학적 남극점이 내다보이는 아문센-스콧 기지 식당 모퉁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새벽이라고 해서 깜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남극에 대한 가장 기본 지식을 모르는 것이다. 남위 90도인 남극은 1년에 해가 한 번 만 떴다가, 해가 한 번 만 진다.

남극점 기지 출입은 11월에서 2월까지만 허락된다. 이때는 해가 하루 온종일 지평선 위에 올라와 있다. 그러니까 새벽 2시라는 시간 역시 모호하다. 미국 표준시를 기준으로 따지거나, 한국 표준시를 기준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새벽이 될 수도 있고 대낮이 될 수도 있다.

한국말로 수다를 떨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남극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을 모았다.

30대의 한국인 과학자 2명이 도합 7번의 여름을 남극점에서 보내고 쓴 책이라 현장을 체험한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디테일이 곳곳에 깔려있다.

남극이나 지구환경, 천체물리, 우주과학 등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 사진을 찍은 이야기, 빅뱅의 첫 순간을 관측한 내용 등 실험천문학자만이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남극점 기지가 앉아있는 남극 대륙빙하는 1년에 약 10m씩 움직인다. 지리학적 남극점을 표시하는 표지판과 표지 역시 빙하와 함께 옮겨간다. 매년 1월 1일은 남극기지에서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은 남극점을 옮기는 행사를 벌인다.

이산화탄소 농도 40년간 매일 측정

남극기지에서의 삶은 매우 팍팍하다. 특히 물이 귀하다. 샤워시간은 1주일에 2분간 2번을 권장하니, 결국 1주일에 4분의 샤워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누가 지켜 서 있다가 2분이 지나면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고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것이다. Ⓒ 위키피디아

1960년대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것이다. Ⓒ 위키피디아

또한 이 책에서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이 관리하는 대기연구관측소(ARO)를 소개하고 있다.

1976년부터 ARO 연구원은 40년이 넘도록 매일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그래프로 그렸다. 그 그래프 한 장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의 산성화가 진행된다. 바닷물 산성화가 심해지면 바다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바다 생물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지구 대멸종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바로 해양 산성화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가 얼마나 위험한 징조인지 사람들은 조금씩 깨닫고 있다.

한편 이들은 남극점에서 재미난 실험도 했다. 온라인으로 컵라면을 주문한 것. 그들은 과연 얼마나 시간이 지나 컵라면이 도착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남극기지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컵라면은 한 달이 다 되어서 도착했다. 이 책은 또 다른 궁금증은 밝히지 않았다. 가격은 얼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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