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변하면 저장되는 메모리 소자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최경민 KIST 스핀융합연구단 박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더욱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저장하는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로서 주목을 받는다. 기존 D램 등의 반도체에 비해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을 뿐 아니라 용량이 큰 정보의 저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단점이 존재했다. 스핀트로닉스 메모리에서 정보를 기록할 때 큰 전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를 더욱 널리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류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했다.

최경민 KIST 박사 ⓒ 최경민

최경민 KIST 박사 ⓒ 최경민

외부 전력 필요 없어…온도 차이면 OK

최경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스핀융합연구단 박사팀이 외부 전력공급이 필요없는 스핀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경민 KIST 박사와 민병철 박사, 이경진 고려대 교수, David G. Cahill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 나노 자석 양 끝의 온도차이로만 구동시키는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 판에 6월 8일자도 게재되기도 했다.

“메모리는 컴퓨터나 휴대폰의 정보를 저장하는 기본 소자입니다. 0과 1의 두 가지의 다른 상태를 나타내죠.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는 다른 말로 자성 메모리 소자라고도 불립니다. 자성 메모리 소자는 아주 작은 크기의 자성 물질(나노 자석)의 자화 방향(N극과 S극)을 바꿈으로서 0과 1을 나타냅니다. 이 때 나노 자석의 자화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는 방법이 스핀을 나노 자석에 흘려주는 방법이에요. 때문에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스핀’ 이란 전자가 갖고 있는 자성을 의미하죠.”

스핀트로닉스가 구동되는 기존의 방식은 전압을 가해 전류를 흘려주는 것이었다. 소자에 전압을 가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이 방식은 나노 자석의 동작을 위해 매우 많은 양의 전류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트랜지스터라는 실리콘 소자를 통해 전류가 공급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나노 사이즈의 트랜지스터로 제공할 수 있는 전류의 양에 제한이 있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온도차를 가해 열에너지를 흘려주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소자에 온도차를 가해서 열에너지를 흐르게 해 동작을 구현한 것이죠. 기존 방식에서는 전자의 개수(전류)가 중요했다면 저희 연구팀의 결과는 전자의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전자의 에너지가 충분히 높다면 적은 수의 전자만으로도 메모리 소자를 동작 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왼쪽에 위치한 자석 (FM1)에 온도 차이를 만들고,  스핀의존 제백 효과에 의해 스핀 전류 (Js)를 발생시켰다. 이 스핀전류가 오른쪽에 위치한 자석 (FM2)으로 흐르면서 나노 자석의 N극·S극의 방향을 회전시킬 수 있었다. 스핀을 이용한 정보저장 소자에서는 자석의 N극·S극의 방향으로 정보를 저장하므로 자석의 방향을 제어하게 되면 나노 자석내의 정보 제어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 KIST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왼쪽에 위치한 자석 (FM1)에 온도 차이를 만들고, 스핀의존 제백 효과에 의해 스핀 전류 (Js)를 발생시켰다. 이 스핀전류가 오른쪽에 위치한 자석 (FM2)으로 흐르면서 나노 자석의 N극·S극의 방향을 회전시킬 수 있었다. 스핀을 이용한 정보저장 소자에서는 자석의 N극·S극의 방향으로 정보를 저장하므로 자석의 방향을 제어하게 되면 나노 자석내의 정보 제어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 KIST

전력 낮아도 작동하는 메모리 소자

이렇게 스핀 열전 효과를 이용해 스핀트로닉스 소자를 동작시키는 것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웠던 성과다.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스핀을 이용한 저전력 메모리 소자 및 통신 소자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연구진에서 이러한 연구를 시도한 적은 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연구진은 온도차를 일으키기 위해 줄 히팅(Joule heating) 방법을 사용했어요. ‘Joule heating’ 이란 물질에 전류를 흘려줘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입니다. 대부분의 전열기가 이 원리를 이용하죠. 이 방법은 오랜 시간 동안 온도차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일으킬 수 있는 온도차가 작다는 한계가 있어요. 일으킬 수 있는 온도차가 작아서 그로 인한 스핀 발생도 작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연구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경민 박사팀은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온도차를 일으켰다. 이는 이번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도록 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었다. 초고속 레이저를 이용해 에너지를 짧은 시간동안 응집하고, 이렇게 응집된 에너지를 이용했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온도차를 얻을 수 있었다. 초고속 레이저는 아주 짧은 시간(약 10~12 초)에 에너지가 응집된다. 때문에 매우 큰 온도차를 만들 수 있다. 그 온도차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비록 짧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상용화 하는 데는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최경민 박사는 “먼저 상용화를 위해 크게 두 가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우선 같은 온도 차에서 더 많은 스핀을 생성 시킬 수 있는 자성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 연구에서는 레이저를 이용해 에너지를 짧은 시간 동안 응집 시켰는데, 이것을 전기적으로도 어떻게 에너지를 응집 시킬 수 있는지 연구 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이 해결되는데 5~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평소 온도차를 이용한 스핀 발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최경민 박사. 이외에도 그는 스핀 손실에 관한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같은 양의 스핀이 발생 했더라도 스핀 손실이 크다면 효율적인 소자 동작이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경민 박사는 “스핀 손실은 물질 특성에 관련이 있고 특히 고체 물리와 양자 역학의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지금까지의 스핀트로닉스 메모리 소자의 연구 방향은 전류를 이용한 소자 동작이었다. 이번에 제 연구가 알려지면 연구자들이 에너지를 이용한 소자 동작에 대해서도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 즉 매우 저 전력으로 동작하는 메모리 소자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60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