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꿈을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꿈을 통해 자신의 삶에 관여하는 영(靈)들과 교류를 가졌다. 크리스트교에서도 꿈은 하나님이 계시하는 방편의 하나였다. 하나님은 꿈을 통해 인간에게 거룩한 뜻을 전하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니 당연히 꿈은 고도의 지적 능력을 지닌 인간만이 꿀 수 있는 것으로 믿어왔다. 이 같은 꿈의 신화를 깨트린 이는 프랑스의 과학자 미셸 주베였다. 그는 1959년에 독창적인 실험으로 고양이가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렘수면이 인류에게 처음 알려진 건 미셸 주베가 고양이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내기 불과 6년 전이었다. 미국 시카고대학 생리학자들이 수면 상태에서 눈동자가 마치 깨어있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꿈의 과학적 증거를 최초로 포착한 것이다.
‘Rapid Eye Movement’의 약자인 렘(REM)수면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특징뿐만 아니라 호흡, 혈압, 심박동이 불규칙해지며 자율신경계가 항진되어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 등도 가장 심해지는 수면 단계다. 렘수면은 이처럼 정신이 활발한 대신 몸은 움직일 수 없다. 뇌에서 렘수면 동안 몸을 마비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안구 운동이 나타나지 않는 비렘(non-REM)수면을 취할 때는 호흡과 심박동이 안정적이며 저혈압의 조용한 상태를 유지한다. 예전에는 렘수면 상태에서만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비렘수면 상태에서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렘수면과 비렘수면에서 꾸는 꿈의 내용이 다를 뿐이다. 렘수면에서 꾸는 꿈은 공격적 행동으로 가득 차 있지만, 비렘수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번갈아 일어나는데, 아침이 될수록 비렘수면은 짧아지고 렘수면은 길어진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렘수면 비율 높아
인간은 모든 영장류 중에서 렘수면 시간의 비율이 가장 높다. 침팬지나 오랑우탄 등 다른 영장류의 경우 총 수면시간 중 렘 수면시간의 비율이 약 5%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수면시간의 25%를 렘수면으로 보낸다. 총 수면시간은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짧은 편이지만 렘수면의 비율이 높았던 덕분에 인간만이 극적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렘수면 없이도 동물들은 꿈을 꾼다. 눈이 퇴화한 두더지나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 올빼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편 오리너구리의 경우 다른 동물들보다 렘수면을 훨씬 더 많이 취한다.
또한 동물들은 단순히 꿈만 꾸는 게 아니라 인간과 똑같이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꿈에서 되살리기도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매튜 윌슨 교수는 쥐가 렘수면에 들었을 때 뇌파를 분석한 결과 트랙을 달릴 때의 뇌파와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렘수면의 뇌파 분석만으로 쥐가 잠들기 전 트랙에서 어떻게 뛰고 멈췄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난 코코는 어릴 적에 수화를 습득해 약 2000개의 단어를 몸짓과 음성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유명한 고릴라였다. 그런데 코코가 표현하는 수화 중에는 가끔 그가 실제로 경험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일이나 장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를 연구한 동물학자들은 그것이 바로 코코가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렘수면은 육상 포유류와 조류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 2016년에는 지능이 낮고 어리석은 동물로 알려진 파충류도 렘수면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두뇌연구소의 연구진은 호주에 살고 있는 중부턱수염도마뱀이 먹이를 사냥할 때 시각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주 동안 뇌파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턱수염도마뱀이 밤에 4㎐와 20㎐의 서로 다른 두 패턴의 뇌파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한 것. 이는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적외선 카메라로 안구를 촬영한 결과 렘수면에 해당하는 뇌파 시기에 사람처럼 빠른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렘수면과 꿈에 얽힌 진화의 비밀
심지어 최근에는 무척추동물인 오징어도 렘수면을 취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두족류의 수면 행태를 연구해온 오키나와과학기술연구소의 테레사 이글레시아스 박사팀은 한 번에 24시간에서 48시간 동안 실험용 탱크에서 오징어의 행태를 촬영했다.
그 결과 오징어들은 휴식을 취할 때 약 2분~3분 동안 산발적으로 빠른 눈 움직임과 팔다리를 씰룩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 또한 그 순간에는 눈 주위의 크로마토 포어도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관찰됐다. 크로마토 포어는 오징어와 문어 등의 연체동물들이 몸의 색을 변화시킬 때 사용하는 색소를 말한다.
연구진은 바로 그 순간이 오징어가 렘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런 현상은 깨어 있는 활동이나 다른 수면 주기에서는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됐다.
인간과 오징어의 공통 조상은 약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 공통 조상의 모습은 아마 바다에 사는 작고 납작한 벌레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동물은 수면을 취했겠지만 렘수면을 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따라서 동물학자들은 오징어의 렘수면이 수렴진화의 주목할 만한 사례일 것으로 생각한다. 수렴진화란 계통적으로 다른 조상에서 유래한 생물 간에 유사한 기능이나 구조가 진화하는 현상이다.
그럼 왜 진화는 포유류와 연체동물에게서 이처럼 독특한 종류의 수면을 두 번 반복해서 만들어낸 걸까. 인간과 동물의 렘수면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오징어에서 발견된 렘수면이 잠과 꿈에 얽힌 진화적 기원을 조금이나마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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