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도 사람처럼 ‘욕’을 할 수 있다?

사육된 호주 사향 오리, ‘바보 같은 놈’이라고 소리 질러

호주에 가면 사향 오리(musk ducks)를 볼 수 있다. 번식기가 되면 사향 냄새를 풍기는 오리로 매우 수생적이며 꼬리가 뻣뻣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향 오리가 사람처럼 욕설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근 오리가 사람처럼 욕설을 내뱉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람의 발성법과 욕설을 어떻게 배웠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관련 논문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6일 자에 게재됐다. 제목은 ‘Vocal imitations and production learning by Australian musk ducks (Biziura lobata)’이다.

호주가 원산지인 사향 오리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의 욕설을 흉내 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과학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호주 태즈메이니아 샌드포드에 서식하고 있는 사향오리. ⓒWikipedia

앵무새와 다른 특이한 소리흉내 방식

욕하는 사향 오리의 이름은 ‘리퍼(Ripper)’다. 1983년 9월 호주 빅토리아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낳은 알을 통해 수컷으로 태어나 티드빈빌라 자연보호구역에서 사람에 의해 키워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수컷 오리가 화를 내고 있을 때 호주식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당시 수컷 사향오리 ‘리퍼’가 내는 소리를 녹음한 자료를 통해 여닫이문이 닫힐 때 나는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바보 같은 놈’이란 의미의 호주식 영어 ‘유 블러디 풀(you bloody fool)’과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녹음이 이루어진 상황은 ‘리퍼’가 울타리 안쪽의 좁은 둑으로 올라와 울타리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할 때였다.

마이크는 ‘리퍼’와 1m 미만 거리에 설치돼 있었는데 이때 이 사향 오리는 문이 닫히는 것 같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사람의 욕설 내용을 담은 ‘you bloody foo(or fool 혹은 food)’라는 소리를 반복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소리를 사육사를 통해 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언제 그 소리를 자기 것으로 습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수행한 네덜란드 레이든 대학 생태학자 캐럴 텐 케이트(Carel ten Cate) 교수는 또 다른 사향 오리도 또 다른 모방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향 오리는 ‘리퍼’가 태어난 지 15년 후에 태어난 또 다른 수컷으로 사육사에 의해 키워졌는데, 녹음한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녹음한 내용을 분석하면 다소 큰 타악기 소리 같은데 ‘리퍼’가 내던 문 두드리는 소리와 유사했다.

이 소리 뒤에는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데 높은 주파수에서 시작하면서 주파수가 빠르게 떨어지는 소리였다. 휘파람 같은 소리는 다른 오리들이 꽥꽥거리는 소리와 유사했다. 연구진은 이 소리가 사람의 소리를 흉내 낼 때 생성한 값에 필적하는 약 230Hz가 넘는 소리임을 분석했다. 또한, 태평양 검둥오리의 꽥꽥거리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특한 모방 능력 홀로 진화한 결과

케이트 교수는 “이미 오래전에 다른 시기에 태어난 이들 수컷 사향 오리들이 유사한 소리를 낸다는 소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3년 1월 보호구역을 휩쓴 산불은 티드빈빌라에서 기록되고 있었던 모든 문서를 태워버렸고, 사향 오리에 대한 세부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녹음한 내용을 보존하고 있었던 연구진은 당시 상황을 종합해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은 런던 왕립학회에 제출됐고, 지난 6일 ‘영국왕립학회보 B’에 게재되면서 묻혔던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연구를 수행한 케이트 교수는 “사향 오리에게서 사람처럼 음성을 학습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됐지만, 자세히 분석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의 분석이 이루어졌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 등 다른 환경으로부터 발성법을 학습해 흉내를 낼 수 있는 동물들이 있다.

명금류(oscine)를 비롯한 앵무새, 벌새 등이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호주 사향 오리(Biziura lobata)처럼 사람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 휘파람, 더 나아가 사람의 욕설을 독특한 방식으로 모방해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앵무새와 같은 새들은 음성 학습과 관련된 뇌 부위 종뇌(end-brain)이 다른 새보다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물새들 역시 이 종뇌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사향 오리가 사람의 소리를 그처럼 흉내 낼 수 있는 것은 다른 모방 종들과 별도로 독특한 모방 능력을 진화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사향 오리의 음성학습이 매우 독립적인 진화의 사례를 나타내고 있어, 신경 및 행동 메커니즘에서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사향 오리의 발성 구조가 정교하고 유연한 제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와 유사한 기록들이 보고되고 있다. 영국 노포크로 이동한 수컷 사향 오리가 매우 어렸을 때 사람의 기침이나 조랑말이 킁킁거리는 소리를 따라 했고 심지어 정원사에게 따라 하기 힘든 발음으로 인사까지 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영국 슬림브릿지에서 키운 수컷 사향 오리는 사육사의 기침과 개찰구의 끽끽거리는 소리 등을 흉내 내고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모방하는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사실들이 명확히 밝혀지고 있는 것은 최근 소리 분석과 관련 그 분석 능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반복적인 구조, 다른 기원의 사운드, 개체군과의 음성차이, 비정상적인 발성 등의 요소를 상세히 분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 앞으로 연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157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