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콜라보레이션

‘하이브리드 하이라이트'전 열려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12월 7일까지 열리는 ‘하이브리드 하이라이트(Hybride Highlights) – 스위스와 한국: 예술–인간–과학’도 마찬가지이다. 서울대학교 미술관과 유럽의 예술-과학 융합 프로그램의 거점인 스위스연방공과대학 디지털아트위크가 공동 기획한 전시회로 어떤 기술들이 아트를 창조해내지는 그 융합의 현장을 볼 수 있다.

가상현실에 작품이 전시되기도

이번 전시회는 임의적으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먼저 전시실이 시작하는 곳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QR코드를 이용해야만 볼 수 있다. 꼭 스마트폰 지참이 필수라고 하겠다. 작품 옆에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사이트로 이동한다. 그리고 작품명을 클릭하면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허공에 뜬 작품들이다. 실제 전시실 빈공간은 우리 눈으로 봐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스마트 폰 속에서는  그 빈 공간이 꽉 채워져 있다. 증강현실인 셈이다.

'아틀라스 리메슈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이다.

‘아틀라스 리메슈드’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이다. ⓒ 서울대미술관

그중 하나가 ‘아틀라스 리메슈드’이다. 우주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에 대하여 설명하기 위한 입자물리학분야의 주요 실험 명칭인 아틀라스. 그 실험에서 온 ‘힉스보손’을 미적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CREN의 과학자들에게 얻은 자료들로 바탕으로 힉스를 3D로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과학자들이 발견한 이미지와 비슷하다.

신경뉴런도 볼 수 있다.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신경과학, 컴퓨터 공학, 의학’의 통합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 뇌 구조 전체의 시뮬레이션을 위한 길을 닦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브레인즈 아웃 프로젝트’도 인간 뇌세포의 그래픽 이미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와 다른 점이라면  ‘움직이는 부분’의 일부를 컴퓨터 시각화의 형태로 준다는 것이다.

‘다이아몬즈 아 포네버’는 다이아몬드 모양이 증강현실 속에서 표현되어 있다. ‘영원한 사랑’ 혹은 ‘영원함’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를 완전한 가상의 공간에 전시되고 있다는 점은 ‘영원’과 ‘비실제’라는 의미에서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띠고 있는 다이아몬드의 구조도 현실 너머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빛의 양과 질을 나타내고 있다.

보이드 드로잉 /지구 TV는 전자 네트워크가 지구를 덮고 있는 거대한 구조망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 서울대미술관

보이드 드로잉 /지구 TV는 전자 네트워크가 지구를 덮고 있는 거대한 구조망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 서울대미술관

‘보이드 드로잉 / 지구 TV’는 어플을 통해 작품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자 네트워크가 지구를 덮고 있는 거대한 구조망이라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개별 기기들로 인해 보이지는 않는 망이 형성되는데, 그 규모가 우주공간까지 확대된다. 관람객은 작가가가 선택 설정해 좋은 영상을 GPS시스템을 활용해서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보이드 드로잉 웹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위도와 경도로 지정되는 자신의 위치에 그려지고 있는 텔레비전 영상의 색을 볼 수 있다.

태블릿 PC를 통한 가상공간으로 여행도 이루어진다. ‘SICU 증강현실’은 카메라 렌즈를 모델 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이 작품은 건축물에 대한 결과물을 미리 볼 수 있는 전시물이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의 방법은 건축의 구조와 재료가 어떻게 거주주민에 의해서 사용될 지를 미리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용자가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에 주어진 구조에서 어떻게 실제로 거주하게 될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보여준다.

‘자각몽’은 꿈과 현실을 공존시킨 작품이다. 꿈이란 원래 인간에게 상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작가는 ‘꿈이 시각화된다면 그것은 꿈도 현실도 아닌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실제 공간에 전시된 전시물과 그 공간을 비추는 스마트 디바이스 속 전시 작품은 다르다. 분명 같은 공간에 같은 전시물이 있지만 또 다른 가상공간이 겹쳐지며 그 안에 새로운 상징물들이 자라고 있다.

관람객이  예술의 매개체로

우리 신체 일부가 테크놀로지를 만나면서 예술작품의 소재로 활용된 작품들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중 지문이 예술화되는 모습은 신기하다.  ‘지문도시’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작품 앞에 도인 기구 위에 자신의 손가락을 얹어놓으면 자신이 지문이 큰 화면에 나타난다. 그런데 그 지문이 변하면서 작은 마을을 만들고 급기야 도시의 형태로 변화된다. 이 작품은  상상 속의 개인적 디지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취리히에 있는 ‘Esri R&D 센터’의 ‘도시엔지(City Engine)’ 기술을 사용했다.  도시 표현도 관람객의 생물측정학의 정보와 결합되어있어 개인적인 유일무이한 도시를 경험할 수 있다.

'도시엔진'이라는 기술을 사용한 지문도시는 관람객의 생물측정학의 정보와 결합되어있다.

‘도시엔진’이라는 기술을 사용한 지문도시는 관람객의 생물측정학의 정보와 결합되어있다. ⓒ 서울대미술관

‘손끝소리 v.2’는 지문을 소리화한 작품이다. 지문센서를 통해 관람객의 지문을 읽어 들이고 실시간으로 그 형태를 분석하여 3D로 변환한다. 그런 다음 지문의 골 높낮이에 따라 오디오 주파수 값이 변환된다. 음악재생의 시작점은 터치스크린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부분에 해당되는 3D 지문이미지가 파형을 그리며 주변으로 퍼지고, 그에 해당되는 주파수 값과 진폭이 변화하며 소리가 재생된다. 또한 지문의 융기 점의 개수와 위치 값도 특정주파수로 변환되어 재생된다. 한마디로 관람객의 몸은 하나의 음원이자 소리매개체이며, 작곡자이자 지휘자가 되는 셈이다.

색깔을 음악화한 작품도 있다. ‘프로젝트 스크리아빈’가 그것이다. 관람객이 카메라 센서로 읽힌 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색깔들이 색상 값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피부, 머리카락, 옷 색깔 등이 하나의 값으로 변화된다. 재미있는 것은 앞 큰 화면이 마치 CD플레처럼 되어 있고, 관람객은 CD 모양으로 사진이 찍힌다. 물론 관람객 모습이 담긴 CD는 돌아가면서 관람객의 색깔에 맞춰 각각 다른 음을 낸다.

'프로젝트 스크라빈'은 음과 색의 공감적 실험을 한 작품이다.

‘프로젝트 스크라빈’은 음과 색의 공감적 실험을 한 작품이다. ⓒ 서울대미술관

‘로봇공생 V 2014’는 대형 조형물 위로 신체 영상이 투사 되고, 그 사이를 로봇들이 돌아다닌다. 인간과 로봇의 ‘기술 공생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로봇이 미래사회에 주요하게 쓰일 과학기술의 총체이자 새로운 존재로서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인간과 인간처럼 되어가는 기계가 공생하는 상황을 통해 인간과 기계, 유기체와 비유기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포스트휴먼적 상황도 나타내고 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소리가 시각화된 작품’과 ‘게임’들이 선보이고 있다. 소리가 시작화된 작품 중 ‘귀를 기울이는 방’은 점과 선을 이용하여 3차원 면을 규정하고 있다. ‘스탬프 북’은 여행지에서 받은 스탬프 북이다. 책 페이지의 도장을 찍으면 음악적 파노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에 마치 실제로 공간 속을 소리로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블라인드 저글러’는 저글링을 하는 공 형태의 로봇이다. 탁 탁 튀는 공의 소리가 경쾌하다. 이 작품은 오목한 알루미늄 노와 그 노를 작동시기위한 직선 모터 그리고 수학적 분석을 사용하여 그 어떤 감각적 신호의 입력 없이도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공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도구가 없음에도 늘 인정하게 선반 위에서 저글링을 한다.

‘게임’ 작품들 중 ‘게임 오브 드론즈’는 비디오카메라와 센서가 서울이라는 도시 곳곳에서 얻어낸 정보를 가지고 시각화작업을 통해 게임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밖에도 손으로 만지면 움직이는 모양들에 따라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파티탭’, 우주의 기원과 빅뱅 그리고 현재의 시간까지 다양한 규모의과학적 이미지를 탐험하며 우주와 시간을 여행하는 ‘미크마’ 등 10여개 게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직접 게임을 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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