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처럼, 꿈을 조작할 수 있을까

수면 장애 유발하는 악몽 치료 가능성 확인

▲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은 수면 중인 타인의 꿈에 침입해 생각을 훔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은 타인의 무의식에 침입해 생각이나 개념을 주입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화처럼 타인 꿈의 서사를 조작할 수는 없지만, 악몽으로 인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은 소리를 이용해 꿈꾸는 동안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소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악몽으로 인한 수면 장애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렸다.

 

소리를 이용해 악몽을 길몽으로 바꾼다

인구의 2~6%는 만성적으로 악몽을 꾼다. 청소년기에 가장 자주 꾸고, 나이가 들수록 빈도는 점차 준다. 악몽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현재 악몽 치료에는 ‘이미지 리허설 요법(IRT)’이 사용된다. 악몽의 내용을 떠올린 뒤 부정적인 줄거리를 긍정적인 내용으로 바꾸고, 이를 대본 삼아 낮에 리허설 하는 방식이다. 이 치료를 진행하면 2~3주 안에 악몽이 멈추지만, 악몽 장애 환자의 약 30%는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제네바대 연구진은 이미지 리허설 요법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착안, 소리와 같은 감각을 접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새로운 치료기법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IRT 치료를 받고 있는 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최소 일주일에 1번 이상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게만 IRT 치료 중에 특정 음악을 들려줬다. 긍정적으로 새로 써낸 스토리와 소리 사이의 연관성을 만들기 위해서다. IRT 치료가 진행된 뒤 참가자들은 같은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치료를 이어갔다. 모든 참가자들은 무선 헤드밴드를 착용한 채 잠에 들었다. 이 장비는 참가자들의 뇌파 활동을 감시하는 동시에 렘(REM) 수면 단계에 이르면 치료 중에 들었던 음악을 재생한다.

▲ 이미지 리허설 요법 치료만 받은 대조군(검은색 선)과 음악을 도입한 이미지 리허설 요법 치료를 받은 실험 군(빨간색 선)에서의 수면 헤드밴드 착용을 통한 악몽 치료 효과를 비교한 그래프. 음악 치료를 도입한 그룹은 1주일에 꾸는 악몽의 횟수가 적고, 꿈에서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꼈다. ⓒCurrent Biology

효과는 2주 만에 나타났다. IRT 치료 도중에 음악을 청취하도록 한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3회 꾸던 악몽을 0.2회만 꿨다. 또한, 악몽이 줄고 긍정적인 내용의 길몽의 빈도가 늘었다. 음악 없이 IRT 치료만 진행한 참가자들 역시 악몽이 다소 감소하는 효과는 있었지만(일주일에 1회 수준), 길몽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또한, 이 치료는 장기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참가자들은 2주 동안 헤드밴드를 착용했지만,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램프로스 페로감브로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는 “소리를 이용해 꿈이 정서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악몽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현재 악몽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치료법의 효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악몽의 절반은 신체적 위협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내용의 악몽을 꿀까.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2014년 국제학술지 ‘수면(Sleep)’에 악몽과 흉몽의 주제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면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정서반응을 유발하는 꿈을 ‘악몽’, 잠에서 깰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적 내용의 꿈을 ‘흉몽’이라 정의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331명이 보고한 9,796건의 꿈을 분석했다. 악몽의 절반(49%)가량은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21%, 속수무책인 상황이 16%,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 11%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흉몽의 경우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35%, 신체적인 위협이 21% 정도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 악몽의 절반가량은 신체적 위협을 받는 내용의 꿈이다. ⓒGettyImages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꿈자리가 사납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현대인들이 잠을 실컷 자게 됐고, 이로 인해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렘수면 시간도 함께 늘면서 꿈을 꾸는 시간 자체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패턴(pattern)’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토대로 악몽이 늘어난 또 다른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 연구가 실렸다.

매일 반복되는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면 뇌는 과적합(overfitted)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악몽이 노이즈 역할을 하여 뇌가 과적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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