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염소이온의 세포 내 역할 규명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홍정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

사람은 하루에 약 1~2 리터의 이자액과 1.5 리터 분량의 침을 분비한다. 이자액은 위액을 중화시키기 위해, 침은 구강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pH(산성도)를 유지하는데, 여기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중탄산염(HCO3-)이다. 중탄산염은 이자액과 침 속에 높은 농도로 존재, 급격한 pH 변화를 방지하는 완충제로 역할 한다.

이자나 침샘 세포가 중탄산염을 분비하려면 혈액으로부터 중탄산염을 세포 내부로 수송한 후 다시 세포 밖으로 분비해야만 한다. 이때 중탄산염을 세포 내부로 들여오는 수송체가 NBCe1이지만, 이처럼 중요한 수송체인 NBCe1를 조절하는 기전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불완전한 상태였다.

나트륨 중탄산염 공동수송체, 염소이온에 의해 조절

홍정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 ⓒ 홍정희

홍정희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 ⓒ 홍정희

국내 연구진이 소화액(이자액) 및 침 분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소이온의 세포 내 역할과 기능을 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신동민 연세대 교수와 홍정희 가천대 교수, 손아란 미국국립보건원 박사 및 뮤알렘 책임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그 성과를 인정받아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세포막에 있으면서 소화액과 침 등 타액 분비에 핵심인 나트륨 중탄산염 공동수송체(이하 수송체)가 염소이온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소화액이나 타액(침)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 등을 소화시켜 영양분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때 염소이온은 세포내부에서 세포외부로 분비되고 이때 기타 이온들도 함께 이동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물의 이동도 초래하는데, 그 결과 적절한 삼투압 및 산성도(pH)를 가지는 소화액이나 타액을 만들게 됩니다. 염소이온의 이동은 염소이온 통로나 교환기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염소이온은 체액을 구성하는 주된 음이온으로 혈장이나 간질액(세포들 사이에 존재하는 액)에 가장 많이 존재하죠. 염소이온 외에도 칼륨, 나트륨, 중탄산염 등이 체액을 구성하고 있는 전해질이며, 이들 이온은 체액 내 에서 일정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균형이 깨지게 되면 물이 이동하게 돼 인체조직에 물이 많아져 있는 상태인 부종(edema) 등을 일으키게 돼요.”

홍정희 교수가 속한 연구팀에서는 염소이온의 농도변화 자체가 염소이온을 이동시키는 메커니즘과는 별개로, 마치 염소이온이 세포내 신호처럼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해당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는 위액의 중화작용과 신장 내 이온균형, 구강 내 건강을 위한 산성도 조절에 역할을 하고 있다. 염소이온의 세포 내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해당 공동운반체의 활성이 감소하고, 반대로 염소이온의 농도가 감소하면 그 활성이 증가하게 되는 메커니즘이 홍정희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염소이온이 작용할 수 있는 부위를 발견, 학문적으로 큰 의미를 남긴 연구를 발표했다.

염소이온이 작용하는 특정 부위는 ‘GXXXP motif’ 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염소이온과 상호작용해 염소이온의 농도에 따라 수송체 활성화도 조절한다. 여기서 ‘GXXXP’ 란 글리신(G)과 프롤린(P) 사이에 세 개의 임의의 아미노산이 자리해 만들어지는 특징적인 부위다. 염소이온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에 대한 활성 조절에 대한 내용은 제가 미국 국립보건원에 근무할 당시부터 시작된 연구입니다. 2013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밝힌 내용으로써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에 IRBIT의 결합부위를 찾아냈죠.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에는 총 3개의 ‘GXXXP motif’ 가 존재하는데, 이 중 하나가 IRBIT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IRBIT이 결합하고 있는 부위가 자가활성 억제도메인(스스로 활성을 억제하도록 막고 있는 단백질 구조) 내에 존재하고, 본 운반체에 IRBIT이 결합함으로써 염소이온의 농도변화에 민감해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당 GXXXP motif는 IRBIT 결합부위와 매우 근접하게 존재해서 IRBIT 결합에 따른 단백질 구조의 변화가 매개함에 따라 염소이온에 반응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트륨․중탄산염 분비질환 치료에 이용 可

수송체 NBCe1-B에 존재하는 GXXXP motif 3차원 구조   ⓒ 한국연구재단

수송체 NBCe1-B에 존재하는 GXXXP motif 3차원 구조 ⓒ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의 이번 결과는 향후 수송체 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과 기능 저하에 대한 치료와 회복제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나트륨․중탄산염 이온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온 수송체들의 연구에도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 받는다.

“CLC같은 염소이온 통로 등에서 염소이온의 농도를 감지하는 부위를 밝힌 연구는 기존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죠.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에의 이름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 이 공동운반체는 나트륨과 중탄산염을 이동시키는 것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보여요. 해당 공동운반체는 주로 나트륨의 농도차에 의해 활성이 조절 되는데, 나트륨과는 별개로 염소이온에 의해 활성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 인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비가 이뤄지는 도관(duct)에는 도관의 도입부와 말단에서 전해질의 농도차이가 발생합니다. 도관 도입부에서는 염소이온의 농도가 높고 중탄산염이온의 농도가 낮아지다가, 점차 말단으로 갈수록 염소이온의 농도가 낮아지고 중탄산염의 농도가 높아져요. 실제로 나타나는 염소이온의 농도차이는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의 활성이 조절돼 말단에 이르러서는 대량의 중탄산염을 분비하게 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증거가 되는 셈이죠. 이번 연구의 시사점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인체의 메커니즘, 특히 타액 분비 등의 시스템이 외분비성 세포의 분비기전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홍정희 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며 항상 강조하는 게 바로 ‘항상성’ 이다. 몸의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이 깨지면 여러 가지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타액분비나 이자액(소화액) 분비 외에도 폐에서 일어나는 점액분비, 신장 내의 이온 이동 등은 매우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외분비성 세포가 갖는 특징들을 유사하게 나타내죠. 따라서 타액선이나 이자조직에서 밝혀진 메커니즘이라 할지라도 그 기전을 기타 분비질환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항상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세포내에 존재하는 여러 운반체, 통로 단백질 및 이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조절자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잘 어울려야 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음악 같은 건강한 신체기능을 나타내는 것이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얻은 연구 성과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으며 혼자서는 절대 이루지 못했을 전문적인 내용도 있었다. 홍 교수는 “연구자간의 공동연구가 기반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자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연구는 아닐지라도 학회 및 세미나 등에 참석해서 다른 연구자와 인맥을 형성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관계도 나중에는 큰 재산이 되곤 하죠. 설사 잘 모르는 연구자라 할지라도 문을 두드리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도 이온 수송체 분야의 권위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서 이번 성과를 얻을 수 있던 거예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연구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저희 연구 같은 경우도 공동 제1저자인 Shcheynikov 박사와 손아란 박사의 숙련된 손기술이 큰 몫을 했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얻을 수 있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저의 경우 1년은 미국에서, 1년은 한국에서 연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시간적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예비결과를 얻어낸 상태에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시키고자 하는 것이 어려웠죠. 기존 연구들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결과가 얻어진 장점도 있지만, 경쟁연구에 수반되는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나트륨․중탄산염 공동운반체의 활성을 조절하기 위한 후보군들에 대한 연구를 더욱 깊이 진행할 것이라는 홍정희 교수. 그는 “현재 활성 조절 후보단백의 합성을 성공한 상태”라며 “이를 단백신약으로 약제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단백신약으로의 합성이 성공하면 향후 수년 내에 동물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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