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편집 신기술로 조로증 수명 연장”

노화 장애 쥐 모델 치료…수명 두 배 늘려

미국 연구진이 최신 DNA 편집기술을 이용해 선천성 조로증을 가진 생쥐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선천성 조로증(progeria)은 어린이에게서 극심한 조기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 질환으로, 수명을 크게 단축시킨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6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와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 및 밴더빌트대 의료원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전물질인 DNA는 A, C, G, T 네 가지 화학 염기로 구성돼 있다.

허친슨-길포드 조로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선천성 조로증은 세포의 핵막 하층(nuclear lamina)을 구성하는 핵 라민A 단백질(LMNA) 유전자에서 DNA 염기 C 하나가 T로 바뀌는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독성 단백질인 프로제린(progerin) 생성을 증가시켜  노화가 급속히 촉진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어린이 400만 명 중 한 명 정도가 출생 후 2년 이내에 조로증 진단을 받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 어린이들은 실제로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노인들이 앓는 심장마비와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및 탈모, 골격 문제, 피하지방 손실, 피부 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선천성 조로증은 세포의 핵 라민 A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DNA 염기 C가 T로 변경돼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연구팀은 DNA를 손상시키지 않고 단일 DNA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염기-편집 방법을 사용해 변경된 염기를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 Ernesto del Aguila III, NHGRI

조로증 연구의 또 다른 이정표 세워

이번 연구에는 DNA를 손상시키지 않고 단일 DNA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염기 편집(base editing)’이라는 획기적인 DNA 편집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이런 돌연변이 변화가 쥐의 조로증 같은 증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했다.

논문 교신저자로 인간유전체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국립보건원 원장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 박사는 “피해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이 치명적인 질병의 피해는 엄청나다”며, “단일 특정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은 거의 모든 어린이에게서 이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질병의 근본 원인을 고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치료 도구가 기본 유전체학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덕분에 개발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로나파르닙(lonafarnib)이라는 최초의 조로증 치료제를 승인한 데 이어 조로증 연구의 또 다른 이정표를 마련했다.

이 약물요법은 수명을 얼마간 연장할 수 있으나 완전한 치료제는 아니다. 이에 비해 이번의 DNA 편집 방법은 앞으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극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 데이비드 류 박사는 “크리스퍼(CRISPR) 편집기는 혁신적이지만 아직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정확하게 DNA 변경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개발한 염기-편집기술은 문서 작성 워드 프로세서의 찾아-바꾸기 기능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 Ernesto del Aguila III, NHGRI

획기적인 염기-편집 방법 사용

이번에 활용된 염기 편집 방법은 지난 2016년 브로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류(David Liu) 박사팀이 인간유전체연구소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 중 한 사람인 류 박사는 “크리스퍼(CRISPR) 편집기는 혁신적이지만 아직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정확하게 DNA 변경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개발한 염기-편집기술은 문서 작성 워드 프로세서의 찾아-바꾸기 기능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염기쌍을 다른 염기쌍으로 변환하는데 매우 효율적이어서 조로증 같은 질병 치료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염기-편집 방법의 효과를 테스트하기 위해 처음에 조로증 연구재단(The Progeria Research Foundation)과 협력해 조로증 환자들의 결합조직 세포를 확보했다.

이어 실험실 환경에서 염기 편집기를 사용해 환자의 세포 안에 있는 핵 라민 A 단백질(LMNA) 유전자의 염기를 변환한 결과, 문제 세포의 90%에서 돌연변이가 수정됐다.

논문 공저자인 레슬리 고든(Leslie Gordon) 조로증 연구재단 의료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조로증의 새로운 치료법 검토를 위한 놀라운 경로를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조로증에 걸린 어린 소녀의 모습(왼쪽). 건강한 세포 핵(오른쪽 위)과 조로증 세포 핵(오른쪽 아래). © WikiCommons

치료받은 쥐 수명, 7개월에서 1.5년으로 늘어

연구팀은 이 성공에 이어, 출생 직후 조로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가진 약 12마리의 쥐에 DNA-편집 혼합물을 1회 정맥 주사해 유전자-편집 기술을 테스트했다.

확인 결과, 유전자 편집기는 심장과 대동맥을 포함한 여러 기관에 있는 상당한 비율의 세포에서 LMNA 유전자의 정상적인 DNA 염기서열을 성공적으로 복원해 냈다.

테스트 대상이었던 수많은 쥐 세포들은 치료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교정된 DNA 서열을 유지했다. 대동맥에서는 편집된 세포가 조로증 변이를 가진 세포들을 대체해 조기 악화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가장 극적인 것은 치료받은 쥐의 수명이 7개월에서 두 배 이상인 1.5년으로 늘어난 점이다. 연구에 사용된 쥐의 평균수명은 2년이었다.

밴더빌트대 의료원 심혈관 의학부 조너선 브라운( Jonathan D. Brown) 조교수는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실험실에서 작업해 오던 아이디어가 실제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를 위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이 모델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추가적인 핵심사항들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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