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로 맺어질 혁신의 씨앗, 연구원 창업

[꿰어야 보배] 35탄: 연구원 창업

최근 한국이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US 뉴스엔월드리포트가 발표한 ‘2021년 창업국가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한 것인데요. 창업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이 25위라니 꽤 의미가 큽니다.

한국의 창업력(力)이 강해진 데에는 연구소 창업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번 달은 연구와 창업,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 배경과 창업 열전 스토리를 전합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창업 국가로 대학과 연구소를 기반으로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을 세계에 알려 왔습니다. 기업가치가 무려 10억 달러를 넘는 유니콘 기업이 30곳,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업체는 98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저력은 정부의 체계적인 창업 지원 시스템에 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이스라엘 정부는 창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혁신의 씨앗을 뿌려 현재 튼튼한 뿌리를 갖게 된 것이죠.

한국 정부 역시 오랜 기간 창업 생태계 구현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기술과 아이디어의 발현이 곧 시장으로 연결되는 창업은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죠.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일반 창업 분야의 생존율은 30%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술 창업은 그 두 배인 60%가 넘죠. 평균 매출은 8배, 고용 효과는 7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창업이 강한 나라가 곧 국력도 강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죠.

1999년 연구회 체제가 시작된 이후 출연(연) 기술을 활용한 창업기업은 509곳이 설립되었습니다. 이 중 308개의 기업이 현재 운영 중인데요. 특히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 동안 222개의 창업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23건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80%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만큼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누적된 고용창출 효과만 5,400여 명, 2019년에는 1조 1,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말 연 매출액 30억원 규모의 창업 기업수는 29개로 나타나기도 했죠. 연구원 창업이 사회에 기여하고, 경제적 가치를 무궁무진하게 창출할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프 1, 2] 출연(연) 창업기업 중 연구원 창업은 315개(62%), 연구소 기업은 173개(34%)로 집계되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출연(연) 창업은 222개가 이뤄져 직전 5년 대비 대폭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내 바이오벤처 1호인 ㈜바이오니아(Bioneer)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바이오와 파이오니아의 합성어입니다. 92년에 설립된 바이오니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원 창업기업으로 시작된 유전자 합성 및 분석 서비스, 유전자증폭장비(PCR) 전문 기업입니다. 2005년 12월 기술상장특례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후 아시아 최초 HIV-1/HCV/HBV 정량 분석 키트를 개발해 유럽 체외진단 시약으로 인증받았으며, 2014년엔 RNA 나노입자 치료제를 미국에 원천특허로 등록하며 주목 받았습니다. 바이오니아는 2020년 기준 연매출 1,500억원, 현재 시총이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임직원 수도 약 450여 명으로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죠. 이름처럼 출연(연) 창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내고 있죠.

 

2008년 설립된 ㈜파멥신은 생명(연)의 또 다른 연구원 창업기업입니다. 항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는 파멥신은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파멥신은 항암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으며 약 20여 개의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법인은 글로벌 임상 시험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시총 3,133억원 규모를 자랑하죠.

 

가장 최근인 2019년에 설립된 ㈜진코어는 36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생명(연)의 차세대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소유한 진코어는 유전자치료제와 신육종 기술 개발에 주력합니다. 진코어는 대안 치료제가 없는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R&D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진코어는 현재 생명(연)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을 역임한 김용삼 책임연구원이 대표로 겸직을 맡아 이끌고 있습니다. 유전자가위가 가져올 동식물의 삶이 질이 향상된 세상이 기대됩니다.

진코어는 생명(연)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치료제 개발, 유용 동식물 개발 및 다양한 유전자교정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진코어 홈페이지

혁신 기술의 각축전, CES. 지난해 개최된 CES 2020에서 ‘헬스&웰니스’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테크’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2017년에 설립된 ㈜엑소시스템즈입니다. 엑소시스템즈는 근감소증이나 뇌졸중 후유증 등으로 걷는 게 불편한 이들을 위해 집에서도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기 ‘엑소리햅’을 개발했습니다.

회사를 이끄는 이후만 연구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잠시 쉬고 창업자의 길을 걸으며 헬스케어에 새 지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ETRI의 양팔로봇 간접교시 기술을 위한 교시장치 기술을 활용해 의료재활 로봇, 웨어러블 관절 운동 장치 등을 개발해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엑소시스템즈는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형외과와 함께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부산대병원과는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엑소시스템즈의 엑소리햅은 무릎에 착용하는 기기로 간편한 사용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건강관리 기능들이 도입되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엑소시스템즈 대표는 첫 제품임에도 2개 분야를 CES 2020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엑소시스템즈 홈페이지

한국기계연구원 창업 기업인 ㈜스페클립스도 헬스케어 부문 중 피부암 진단기기 영역에서 약진 중입니다. 중기부 TIPS 선정 이후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드림벤처스타 2기 선정 후 연구원 창업에 나선 이들은 피부 조직의 훼손 없이 실시간으로 암 조직과 정상 조직을 분석할 수 있는 진단 기기를 해외 학회에 발표한 뒤 유럽과 호주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2019년 설립 4년 만에 코스닥 상장 기업과 인수합병되며 연구원 창업의 성공사례로 남았죠.

스페클립스의 피부암 진단 기기 ⓒ스페클립스 홈페이지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자가 2017년 설립한 ㈜피노바이오는 내년 상반기 기업 상장을 위해 IPO(기업공개) 주간사를 선정했습니다. 심사 결과를 기디리고 있는 피노바이오는 설립 이후 4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IPO를 위한 절차를 밟아 왔습니다. 화학(연)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벤처 피노바이오는 표적 항암제 ‘NTX-301’과 허혈성 시신경 안과질환 치료제 ‘NTX-101’ 등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혈액암에 표적인 항암제는 미국의 임상1상이 승인되었으며, 녹내장 점안치료제는 국내 임상1상이 승인되었습니다. 미국 법인 설립 이후 애스톤사이언스와 혈액암 표적치료제의 공동임상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사업화 기회도 모색 중이죠.

피노바이오는 창업 4년 만에 460억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출연(연) 창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축적된 기술력으로 성공적인 바이오벤처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혀 주목을 받았죠.

ⓒPINOTBIO 홈페이지

피노바이오(위, CI)의 신약 후보물질의 구조도. 피노바이오는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약물·항체 접합체(ADC) 신약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피노바이오는 ADC 항암제의 3가지 구성요소 중 항암제에 주목해 항암 효능이 높으면서도 독성이 약한 약물을 붙여 3세대 항암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한국에너지기술구원의 창업으로 세워진 테라릭스(주)도 창업 18개월 만에 선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38억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2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테라릭스는 해상조건에 특화된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개발하고 상시로 전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파워팩을 개발 중입니다.

독일, 스위스, 일본, 이스라엘. 네 나라의 공통점은 정밀공업에 막강하다는 점인데요. 산업이 발전하며 동시에 초소형, 고기능이 요구되는 자동화 설비 체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빠른 생산 속도, 소형화, 고정밀화의 요구가 커지면서 서보모터도 동반 성장 중인데요. 앞서 언급한 네 나라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라 그간 국내외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컸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창업된 ㈜웰콘시스템즈는 생기원에서 20년 간 성숙된 기술로 강국을 빠르게 추격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웰콘시스템즈는 2018년 연구소 기업으로 시작해 서보드라이브 기술을 국산화했고, 양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서보모터 구동에 필수인 서보드라이브와 모션제어 기기 기술에 특화되어 있어 글로벌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었죠. 다양한 협업 요청을 받고 있는 웰콘시스템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이송장치 양산장비에 ODM 드라이브를 공급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웰콘시스템즈의 미니 드라이브. 다양한 기능을 구사하는 웰콘시스템즈의 미니 드라이브는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사이즈로의 제작도 가능해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웰콘시스템즈 홈페이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출연(연) 기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예비창업자 교육, 기술 금융 연계, 창업 친화적인 인사제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겸직과 휴직을 허용함으로서 연구자와 창업가의 길 모두를 응원하는 제도적인 길을 열어둔 것이죠. 특히 지식재산 전문인력을 운용하기 어려운 기관을 대상으로 NST 주관으로 전문 변리사 인력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출연(연) 또한 소속 연구자의 창업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 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업지원규정을 도입하여 겸직(1~5년)과 휴직(3~6년)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연구소 보유 장비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창업보육센터(170개 입주기업)를 통해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고 있죠. 연구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창업교육 및 창업스쿨을 운영하여 창업 마인드 조성과 개별 코칭을 지원하기도 하고, 기획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 분석, 창업팀 Building, 창업초기 애로요인 해소, 사업모델 구체화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연(연) 공동기술지주회사(KST)를 설립하여 초기 창업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먼 길을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들 합니다. 튼튼한 창업 생태계 구현을 위해 연구계는 물론 정책이 한 박자로 보조를 맞춰 나아갈 때 함께의 가치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흔히 도전과 창의적 문화를 이야기할 때, 농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혁신이라는 씨앗이 창발적인 열매를 맺기 위해선 물적, 인적 자본이 끊임없이 투여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관심이 늘 따뜻하게 창업의 토양을 가꿔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출연(연) 창업 역시 마찬가지로 이미 뿌려진 수많은 씨앗들이 발아되어 잎을 틔우기도 하고, 이미 꽃을 피워 과실을 만들기도 합니다. 또 어떤 묘목에게는 새로운 비료와 농법이 필요하기도 하죠.

논과 밭의 작물들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영근다는 말이 있습니다. 혁신의 DNA와 도전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쏟아 벼를 살피는 농부의 마음이 녹여져야 합니다. NST는 앞으로도 농부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달콤한 과실로 돌아올 날을 기대하며, 연구원 창업을 응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혁신의 씨앗이 발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양한 창업 열전 스토리가 새로운 예비 창업자들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틔우게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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