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떠나는 ‘유전자 탐험 여행’

과학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 공연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 부모의 형질 정보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 때문이다. 자식에게 부모의 정보를 전달하는 유전자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 유전자의 실체를 벗기는 가장 지적인 탐험 여행이 무대에 올랐다.

12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게놈 익스프레스’가 바로 그것. 여기서는 유전이 무엇이고 생명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꿈과 좌절, 그리고 다시 만들어지는 희망을 그렸다. 유전자 개념이 과학으로 탄생해가는 여정을 담았다.

오는 16일까지 연극 ‘게놈 익스프레스’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유전자 실체 벗기는 지적인 탐험 여행!

이 연극은 100여 년의 짧은 시간 동안 인류 인식의 지평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 유전자 발견의 여정을 밀도 있게 다룬 조진호 작가의 그래픽 노블 ‘게놈 익스프레스(위즈덤하우스, 2016)’를 원작으로 했다.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문학의 서사 구조를 갖춘 소설과 결합한 만화의 한 종류로, 깊이 있고 예술적 실험성이 두드러지는 작가주의 만화를 뜻한다.

이 원작은 독특한 구성과 표현으로 ‘기초 과학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나온 축복과도 같은 도서’라는 찬사를 받았고, 2016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가 뽑은 ‘올해의 과학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해 진행한 ‘과학융합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무대에 오르게 됐다.

연극의 시작은 허름한 연구실. 이곳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는 청년 물리학자 슈뢰딩거에게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문자 매키와 관념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차 ‘게놈 익스프레스’가 찾아오면서 유전자 탐구 여행은 시작됐다.

허름한 연구실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는 청년 물리학자 슈뢰딩거 ⓒ 김순강/ScienceTimes

여행에서 슈뢰딩거는 유전이란 개념을 제기한 독일의 진화생물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부터 끈질기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형질들의 위치를 추적해낸 토마스 헌트 모건, DNA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 그리고 DNA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기억되지 못한 비운의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까지 유전자의 역사를 써 내려간 과학자들을 만났다.

사실 유전자라는 용어는 그 실체를 알기 전부터 있어 왔다. 자식이 부모를 닮게 하는 그 유전자에 대한 궁금증은 생물학의 발전을 이끌었고, 유전이라는 질서를 유지하면서 거대한 흐름을 이어온 생명체의 신비를 벗기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슈뢰딩거는 생명 현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전자에 대해 이론 물리학자적 입장으로 접근했다. 유전자는 왜 변하지 않는가? 유전자는 어떻게 복제될 수 있는가? 생명체는 어떻게 그 자체가 붕괴되려는 경향에 맞서는가? 등 생명체의 신비를 풀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로 이제는 DNA 염기서열을 모두 알 수 있게 되었다.

본격 과학 연극, 과학과 사람의 징검다리

하지만 게놈 익스프레스의 종착역에서 만나게 되는 바버라 매클린톡을 통해 슈뢰딩거는 유전자 서열의 의미를 이해하는 새로운 국면에 다다랐다. 때때로 과학이 그 자체로 진리를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실을 찾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 맥클린톡은 자리를 이탈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튀는 유전자’를 발견해 유전자가 차곡차곡 쌓인 벽돌처럼 늘 제자리를 지킨다고 믿었던 당시의 생각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이로써 ‘유전 정보를 담은 DNA 설계도를 모두 알아내게 되면 생명까지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슈뢰딩거의 생각에 새로운 확장을 가져왔다. 마지막에 그가 “눈물이 생명이라면 레코드판에 기록된 악보가 DNA가 아닐까. 악보가 눈물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 그 사이에 수많은 존재의 이유가 존재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6명의 배우들이 유전자 개념이 과학으로 탄생해가는 여정을 그렸다. ⓒ 김순강/ScienceTimes

이처럼 ‘게놈 익스프레스’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펼쳐진 과학사를 아우르면서 동시에 과학철학적 개념들을 함께 풀어냈다. 이 연극을 제작한 정기영 ‘바람의길·과학’ 대표는 “지난 수백 년간 자연에 대한 과학의 이해가 있었기에 현대 기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과학은 스스로의 틀을 형성해 왔지만,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과학과 일상,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고민해 왔다”며 “과학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 이번 공연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거의 시도된 바 없는 본격적인 과학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게놈 익스프레스’는 위대한 과학자 9명의 삶과 연구성과를 엮어가면서 진행되는 구조라 자칫 잘못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유전자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으나 그것을 기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속도감 있게 풀어감으로써 관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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