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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과학자 이름이 붙은 거대망원경

LSST, 루빈 천문대로 명칭 변경

지난 7일 미 국립과학재단(NSF)은 칠레에 건설 중인 ‘대형 시놉틱 관측망원경(LSST)’의 공식 명칭을 ‘루빈 천문대’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별세한 베라 루빈(Vera C. Rubin)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딴 미국 최초의 국립천문대가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천문학자인 루빈 박사는 암흑물질에 대한 최초의 증거 중 일부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업적으로 브루스 메달, 왕립천문학회 금메달, 국립과학 메달 등을 수상했으며, 여성 과학자의 권익 향상에도 큰 역할을 했다.

프랜스 코르도바(France Córdova) NSF 이사는 “루빈 천문대가 완공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관한 많은 발견이 기대된다”라면서 “암흑물질 입증에 기여한 과학자의 이름으로 바꾼 것은 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남녀 과학자들을 고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명칭 개정 이유를 밝혔다.

2019년 9월 촬영한 루빈 천문대 건설 현장. © Wil O'Mullane / LSST

2019년 9월 촬영한 루빈 천문대 건설 현장. © Wil O’Mullane / LSST

세계 최대 32억 화소 카메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기대

칠레 중부 체로 파촌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루빈 천문대는 2022년부터 본격 관측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NSF 주관하에 미국의 여러 대학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루빈 천문대의 핵심은 지름 8.4m 망원경(Large Synoptic Survey Telescope)과 그에 딸린 32억 화소 카메라다. 망원경 자체의 구경은 현재 건설 중인 거대망원경들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천구의 3.5도 범위를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특정 천체가 아닌, 우주의 넓은 지역을 동시에 관측하는 데 특화된 것이다.

세계 최대 해상도인 32억 화소 카메라는 1600만 화소 CCD를 무려 200개나 결합해서 만든다. 이러한 카메라로 매년 20만 장 이상 촬영해서 1.28 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대형 천문관측소와 달리 모든 자료를 수집하자마자 공개할 예정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자료를 이용해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연구, 초신성 폭발과 같은 일시적 이벤트의 관찰, 소행성 탐색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 제작을 지원한 미 에너지부(DOE)의 폴 다바(Paul Dabbar) 과학 담당 차관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게 될 새로운 천문대는 해당 분야에서 선구적인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기에 적합하다”라면서 “루빈 박사의 일생과 과학자로서의 특출난 업적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라고 말했다.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2.1m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는 베라 루빈 박사. © NSF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2.1m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는 베라 루빈 박사. © NSF

천문학계의 성차별 해소에 기여

과거 보수적이었던 천문학계는 여성을 차별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1900년대 초반,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인간 컴퓨터’로 활약했던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Henrietta Swan Leavitt)의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여성들은 아예 망원경을 조작할 수 없었기에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에만 종사할 수 있었다. 현재는 리비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텍사스 맥도날드 천문대의 ASAS-SN 광시야 망원경 중 하나에 이름이 붙었다.

20세기 중반에도 이러한 냉대는 이어졌다. 과학적인 직업을 피하고 예술가가 되라는 고등학교 과학 교사의 조언을 무시한 루빈 박사는 바사 여자대학에서 1948년 천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직후에는 프린스턴 대학교 석사 과정에 지원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코넬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루빈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외부 조언자와 만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일련의 성차별을 대학원 시절 내내 겪었다. 이러한 경험이 훗날 유명 과학자가 되자 여성 과학자에 대한 차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이 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UGC 2885 은하. © NASA, ESA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UGC 2885 은하. © NASA, ESA

거대 은하의 별칭으로도 붙여져

최근 루빈 박사를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거대 나선 은하인 UGC 2885도 ‘루빈의 은하(Rubin’s galaxy)’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지구에서 2억 2200만 광년 떨어진 UGC 2885는 알려진 나선형 은하 중에 가장 큰 것으로, 우리 은하계보다 2.5배 더 넓고 10배나 많은 별이 있다.

화성의 큐리오시티 로버가 탐사한 좁은 산마루 지형도 ‘베라 루빈 능선(Vera Rubin Ridge)’이라고 명명되었다. 또한,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캐롤린 슈메이커(Carolyn Shoemaker)가 1988년 발견한 소행성 5726도 1997년에 ‘5726 루빈’으로 명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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