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여성 과학자들의 약진은 계속될까?

[2020 노벨상][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84)

올해 과학 분야 노벨상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 과학자가 두 분야에 걸쳐서 3명이나 배출된 점이다. 이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게 된 여성 과학자는 모두 23명이 되었는데, 그나마 노벨생리의학상이 과학 분야 전체 여성 수상자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따라서 올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여성 수상자가 더욱 드물었던 노벨물리학상에 1명, 노벨화학상에 2명이 포함된 것은 더욱 의미가 있는 셈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앤드리아 게즈(Andrea Ghez)가 물리학상 사상 네 번째,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가 6, 7번째 여성 수상자이다.

여성 중에 노벨과학상을 마땅히 받았어야 할 정도의 업적을 남기고도 결국 수상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중에는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나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Elsie Franklin)처럼 자주 거론되면서 이제는 잘 알려진 이들도 있고, 여전히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이들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성과학자인 마이트너는 오토 한(Otto Hahn)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핵분열의 원리를 밝힌 중요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라늄 연쇄반응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알아낸 데에는 마이트너의 공로가 매우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4년도 노벨화학상은 오토 한 혼자서 수상하였고, 마이트너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노벨물리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탈락하여 노벨상 수상자의 대열에는 끝내 합류하지 못하였다.

로절린드 프랭클린 역시 비범한 능력과 중요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대표적인 여성과학자로 꼽힌다. 왓슨(James Watson), 크릭(Francis Crick) 그리고 윌킨스(Maurice Wilkins)의 세 사람이 공동으로 받은 1962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업적인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의 이면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X선 사진’이라 극찬을 받았던 프랭클린의 DNA의 X선 회절 사진이 큰 역할을 했음이 잘 알려져 있다. 프랭클린은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4년 전인 1958년에 37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설령 그가 그때까지 살아있었다고 해도 3인까지만 공동 수상이 허용되는 노벨상 수상 규정과 여성을 차별하던 풍토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마이트너와 프랭클린처럼 자주 언급이 되지는 않지만, 여성과학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노벨과학상 수상에서 제외된 또 다른 경우로서 1957년도 노벨물리학상이 있다. 중국계 미국 과학자인 양전닝(楊振寧, Yang Zhenning)과 리정다오(李政道, Li Zhengdao)가 패리티 비보존 이론의 업적으로 공동으로 수상한 바 있다. 이는 물리학의 4가지 기본 힘 중에서 약력에서는 좌우 대칭성(對稱性, symmetry)이 깨져 있음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대칭성을 중시하는 기존 물리학계의 통념을 깬 대단히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실험을 통해 패리티비보존을 증명한 우젠슝 @ Flickr Commons

그런데 양전닝과 리정다오의 이론을 실험을 통하여 입증한 이는 여성 실험물리학자였던 우젠슝(吳健雄, Wu Chienshiung)이었다. 그녀는 극저온에서 스핀을 맞춘 코발트-60 (60Co)의 베타(β) 붕괴 실험을 통하여, 약한 상호작용에서의 패리티 비보존을 명확히 증명하였다. 따라서 세 사람이 공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젠슝만 제외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세 사람이 모두 중국계 출신 물리학자였으므로, 우젠슝은 다른 이유보다는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

우젠슝은 상하이 출생으로서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핵물리학을 주로 연구하였고, 1957년에는 미국 물리학회 회장에 부임하는 등 지도급 과학자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우젠슝의 시조부, 즉 남편의 할아버지가 바로 청나라 말기의 정치가로서 중화민국 대총통 등을 지냈던 위안스카이(袁世凱)이다.

중성자별로 밝혀진 펄서가 발견된 게성운(Crab nebula) ⓒ 위키미디어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였던 조셀린 벨(Jocelyn Bell Burnell) 역시 부당하게 노벨물리학상 수상에서 제외된 여성과학자로서 간혹 언급이 된다. 벨은 대학원생 시절이었던 1967년에 주기적으로 펄스 형태의 전자기파를 방사하는 천체인 펄서(pulsar)를 사상 최초로 발견하였다. 벨이 초신성의 잔해인 게성운(Crab Nebula) 속에서 발견한 펄서는 오래전에 이론적으로 예견되었던 중성자별임이 밝혀졌고, 그녀의 지도 교수였던 휴이시(Antony Hewish)는 전파천문학을 발전시킨 공로로 라일(Martin Ryle)과 공동으로 1974년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펄서를 처음 관측했던 벨은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되어 큰 논란이 되었고, 일각에서는 그해 노벨상은 ‘벨이 없는(No Bell) 상’이라는 뜻이냐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벨은 훗날 노벨상 수상자에서 제외되어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도리어 그로 인하여 여성계의 큰 주목을 받았고 자신의 연구가 널리 알려져서 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담담하게 대답한 바 있다. 벨은 비록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꾸준한 연구 활동으로 다른 여러 중요한 상들을 수상하였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영국 왕립천문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펄서를 발견하는 업적을 이루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조셀린 벨 ⓒ Anrie

노벨과학상에서 유리천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그동안 자주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능력과 업적이 출중한 여성과학자들이 부당한 차별을 당하지 않는 것 또한 시대적 요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21세기 이후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여성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여성과학자들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60)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