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기인 ‘부러진 성장 사다리’ 어떻게 잇나?

토론회서 경력단절 등 여성 과학기술인 활용 확대 방안 논의

“과학기술 분야 인력 부족 문제는 여성 과학기술인 양성과 활용 확대 정책을 통해서 해결 가능하다.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계속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8일 ‘부러진 성장 사다리, 닮고 싶은 여성 과학기술 리더가 있는가’를 주제로 열린 한림원탁토론회에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성 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제도적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8일 ‘부러진 성장 사다리, 닮고 싶은 여성과학기술 리더가 있는가’를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열고, 여성 과기인 활동 확대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토론회 유튜브 영상 캡처

여성 과학기술인 활용 확대해야 국가 경쟁력 확보 가능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문애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지난해 골드만삭스 위미노믹스(Womenomics) 5.0에서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국내 총생산이 2017년 대비 14.4%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라며 이처럼 주장했다.

한국은행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높일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을 20년에 걸쳐 연평균 0.3~0.4% 포인트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여성 인적 자원에 대한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고용 불안정성과 경력 성장의 한계,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등의 문제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유리천장, 부러진 성장 사다리의 대표적 분야인 과학기술계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지원센터(WISET)이 발표한 2018년 여성 과학기술인력 현황에서 자연·공학계열 전공자 성별,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0대에는 남녀가 모두 70% 이상으로 비슷한데 30대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50대 남성은 공학계가 90.9%, 자연계가 89.7%로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는 반면에 여성은 공학계가 59.6%, 자연계가 43.7%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애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은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 토론회 유튜브 영상 캡처

이와 관련해 문애리 본부장은 “여성 과학기술인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과 가정 양립 지원 제도 활용을 확산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경력개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와 관련 예산 증액 등으로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뿐만 아니라 리더급 여성 과학기술인이 성장하지 못하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2018년 기준 이공계 대학 여성 비율이 자연계열 49%, 공학계열 21.7%이고, 신규채용 여성 비율이 28.9%으로 낮다. 그런데 승진 비율은 17.4%로 더 낮아 100명 중 2명이 남아 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공공연구기관 연구개발인력에서 중간관리자의 여성 비율이 11.2%인데 최상급 관리자는 8.6%에 불과하다.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최상급 관리자 여성 비율이 3.9%로 더 열악하다”라며 “이공계 학생들이 공공이나 민간 연구기관에 재직할 때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이 줄어들어 부러진 성장 사다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 국가 R&D 연구과제에서도 남녀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R&D 연구과제의 여성연구책임자 비율이 8.8%에 불과했고, 국가 R&D 연구책임자 1인당 연구비 규모가 남성이 4.1억 원인데 비해 여성은 2억 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리더급 여성 과기인 육성 위한 정책적 틀 필요

개선방안으로 김소영 교수는 “성장 사다리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관련 중장기 전략과 정책 과제를 도출하여 궁극적으로 산학연 모든 분야의 여성 과기인 리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 틀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성장 토대 확대와 리더 활동 촉진 등을 제안했다.

성장 토대 확대를 위해서는 신진연구자 연구 활동 지원을 기존의 1~3년에서 3~5년으로 장기 지원사업으로 확대하고 실험실 전문인력 트랙을 정착시키자는 것.

김소영 카이스트 교수가 ‘여성과학기술인 성장 사다리 현황과 정책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 토론회 유튜브 영상 캡처

김 교수는 “실험을 많이 하는 연구실에서는 연구 장비나 시설 운영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테크니션의 필요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별도의 직업군으로 정착시켜 고경력, 고학력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안정적인 연구경력 트랙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리더 활동 촉진 방안으로는 과학기술계 여성기관장 임명 확대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2005년 첫 출연연 여성기관장 취임 이후 확대 중이나 여전히 극소수이고 최근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라며 “닮고 싶은 여성 과학기술인 리더가 많이 세워져야 부러진 성장 사다리를 이어 나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리더가 되면 저절로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이 생겨야 리더가 되는 것”이라며 “서울대 여교수회의 리더십 과정이나 미국 스탠포드의 여성 교수 포럼처럼 과학기술 분야 중간급 이상 여성 보직자 등을 위한 전문적인 리더십 교육과 멘토링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육아 휴직 및 대체인력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신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는 과학기술 분야 특성상 육아 휴직과 같은 업무 지체, 중단이 발생할 경우 동일한 수준과 역량의 업무 복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육아휴직 후 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은 “교수가 휴직을 하면 연구비를 따지 못해 연구실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여성 교수들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카이스트에서는 출산하는 여성 교수에게 특별연구비를 지원해 연구실 운영을 기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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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9일4:01 오후

    과학기술을 개발하거나 하는 문제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특별하게 차별이나 차이가 있지 않은거 같은데, 단지 육아,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 되었다면 개인의 선택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과학분야에 적응하려면 여성 스스로 노력해서 흐름을 따라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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