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심장병 위험 크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 1만여명 사례 분석

여성과 남성은 유사한 점이 많지만 다른 점 또한 적지 않다. 신체 구조나 성호르몬도 그렇고 생각과 정서에서도 차이점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학에서는 전통적인 남성 위주 의료에서 벗어나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른바 성차(性差) 의학 혹은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이라 불리는 새로운 관점의 의학이 도입되며 실제 임상에서 남녀 성차에 따른 의료서비스가 일부 반영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국 듀크대의대 심장병 연구팀은 심장병으로 의심되는 여성들이 병원에 와서 이 병과는 상반된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남성 심장병 환자들이 겪는 전통적 증상인 가슴 통증과 숨가쁨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남녀가 이렇게 증상은 같아도 관상동맥 질환에 대한 진단이나 위험 평가는 남녀 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 및 심장영상학회지 지난 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고 제65차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최근 심장병 위험요인은 남녀가 다르게 평가돼야 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 Mark Dubowski for Duke Health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최근 심장병 위험요인은 남녀가 다르게 평가돼야 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 Mark Dubowski for Duke Health

남성보다 여성들의 심장병 위험요소 더 많아”

논문의 주 저자인 듀크 임상연구소 케이시프러 히멀(Kshipra Hemal)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남녀 간에는 확연한 성차가 존재하는데 심장 건강에 관한 자원들의 상당수가 남성 위주여서 여성들에 관한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히멀 연구원팀은 관상동맥 증상이 처음 나타난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가슴 통증에 대한 전향적 다기관 영상 평가 연구’(PROMISE)에서 남녀 동수로 이루어진 1만명 이상의 사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많은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통상 여성들의 위험이 더 적다는 지금까지의 평가와는 상반된 결과였다. 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예측 모델에서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보고되는 우울감이나 의자에 앉아서 지내는 생활방식, 조기 심장병 가족력 같은 항목들이 빠져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여성들은 또한 남성들보다 특히 핵 스트레스 검사 같은 영상 스트레스 검사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으나 양성(陽性) 검사는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케이시프러 히멀 연구원(왼쪽)과 파멜라 더글라스 교수 ⓒ Duke Health

연구를 수행한 케이시프러 히멀 연구원(왼쪽)과 파멜라 더글라스 교수 ⓒ Duke Health

진료에서 남녀 간 차이점 고려해야”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심장병 의심 증상을 놓고 의사와 상담할 때 여성 73%와 남성 72%가 가슴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들은 가슴 통증을 둔탁하게 아프다거나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묘사하는 반면 여성들은 대부분이 견딜 수 없는 압박감이나 조임으로 표현했다. 여성들은 또 의사에게 처음 증상을 얘기할 때 남성들이 피곤함이나 힘 없음 등을 주로 언급하는데 비해 등이나 목, 턱의 통증과 가슴 두근거림을 더 많이 호소했다.

복약 내용에서 여성들은 심장 박동 수와 심장 운동량을 줄여주는 베타 차단제와 이뇨제를 남성보다 많이 복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고혈압 약인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및 아스피린 등을 여성보다 더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듀크의대 및 듀크 임상연구소 파멜라 더글라스(Pamela Douglas) 석좌교수는 “이전의 연구들은 기존의 심장병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 초점을 맞춰 통계와 위험요소, 개략적인 증상에서 남녀 간의 차이점을 비교했다”며, “이번 연구는 통상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증상으로서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되는 고정적인 가슴 통증 등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이 분야 최대 규모의 연구”라고 밝혔다.

파멜라 교수는 “이들 환자들에 대한 진단법을 확립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지만, 이번 연구는 남성과 여성 간에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성차의학 개념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돼 1990년대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이 산하에 여성건강 연구부(ORWH)를 두고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성인지학회가 설립된 후 활발하지는 않으나 여의사회를 중심으로 뇌질환, 심장질환, 소화기계질환, 암 등에서 남녀 차이에 대한 연구와 발표를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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