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엣지 컴퓨팅 난제 해결사 ‘AI 프로세서’

AI 구현 위한 하드웨어 제약성 낮아지고 있어

시장 조사 전문 기관 가트너(Garner)는 지난 10월 중순 ‘2019년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했다. 이중에는 블록체인, 디지털 트윈 등 익히 잘 알려진 기술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아직은 낯설지만, 주목할 만한 기술도 있었다. 바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다.

엣지 컴퓨팅 기술은 사실 작년에도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는 기술이다. 국내의 경우 LG 경제연구원이 2018년 10대 주요 디지털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스 앤드 마켓스(Markets and Market)에 따르면 엣지 컴퓨팅 시장은 연평균 35.3% 성장률로 증가, 2025년에는 49.4억 달러(약 5조 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아, 엣지 컴퓨팅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기술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엣지 컴퓨팅은 무엇을 말할까?

엣지 컴퓨팅에서 ‘엣지 (Edge)’는 가장자리를 뜻한다. 이를 풀어서 해석하면, 엣지 컴퓨팅은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한 기기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앙 서버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는 ‘클라우드’  ⓒ Flickr

중앙 서버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는 ‘클라우드’ ⓒ Flickr

클라우드만의 장점 그리고 직면한 문제점

클라우드는 중앙 서버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가장자리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는 엣지 컴퓨팅과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클라우드의 장점은 서비스 보편성에 있다. 클라우드 사용자는 자신이 소유한 기기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기의 하드웨어 제약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울러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사용자는 어떤 기기든지 간에 해당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 주체가 기기가 아니라 중앙 서버에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클라우드를 예로 들어보자. 사용자가 네이버 클라우드에 파일을 저장해도 기기에는 어떤 용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상의 용량만 차지할 뿐이다. 또한 해당 클라우드의  계정만 있으면 기기에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며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AI 구현을 위해서는 컴퓨팅 파워 소모가 심한데, 클라우드가 이러한 소모성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클라우드는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AI 서비스 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함께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ET 브레인이 대표적이다. 이는 클라우드를 통해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구글 역시 작년 ‘클라우드를 활용해 AI 민주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클라우드는 AI 시대를 견인할 핵심 플랫폼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클라우드는 세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서비스 제공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경우 기기에서 동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앙 서버를 거쳐야만 한다. 이로 인해 서비스 제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간 지연은 실시간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한다.

두 번째 문제는 클라우드에서 처리해야 할 부하량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기기 수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300억 개를 넘어 2025년에는 750억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클라우드와 연계될 IoT 기기 수가 많아짐을 의미하고, 클라우드 처리 부하 또한 증가함을 의미한다.

세 번째 문제는 정보 침해성이다.

클라우드에 부하 처리를 맡긴다는 것은 특정 정보를 클라우드 제공자에게 제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반 정보는 괜찮지만, 중요 정보의 경우 클라우드 제공자에게 맡기기는 곤란하다.

엔비디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 전용 GPU ⓒ Wikipedia

엔비디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 전용 GPU ⓒ Wikipedia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의 난제

엣지 컴퓨팅은 이런 클라우드의 세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처럼 중앙 서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 자체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다. 따라서 서비스 지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IoT 기기 증가로 인한 부하 처리 문제도 해소된다. IoT 기기가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서 부하를 스스로 처리하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보 침해 문제도 없다. 기기에서 부하를 처리하기 때문에 정보를 클라우드에 전달할 일도 없어진다.

따라서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에서 엣지 컴퓨팅으로 전가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트너는 작년 유망 기술로 엣지 컴퓨팅을 선정하면서 ‘클라우드에서 엣지로(Cloud to Edge)’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는데, 엣지 컴퓨팅이 클라우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 엣지 컴퓨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클라우드는 서비스 보편성 때문에 중앙 서버의 컴퓨팅을 활용하는 플랫폼이다. 그런데 엣지 컴퓨팅을 도입하면 그동안 주장해왔던 서비스 보편성을 포기하자는 얘기가 돼 버린다. 특히나 이러한 역행은 AI 서비스 확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난제를 해결하는 ‘AI 프로세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이 ‘강화된 엣지(Empowered Edge)’다.

올해 가트너는 엣지 컴퓨팅을 유망 기술로 내세우면서 ‘Empowered Edge’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리고 ‘AI 프로세서가 엣지 컴퓨팅에서의 AI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AI 서비스 확산을 위해 클라우드에 의존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AI 프로세서는 AI 구동에 적합한 형태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기기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엔비디아(NVIDIA)’에서 개발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있다.

GPU는 기존 직렬 연산 방식인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병렬 연산 방식을 활용하는데, 이는 AI 구현에 적합한 형태의 프로세서다.

AI는 딥러닝을 채택하면서 여러 요인을 기반으로 결과를 판별하는 형태가 되고 있는데, 이때 병렬 방식인 GPU가 더욱 효율적이다. 하나씩 처리하는 CPU와 달리 GPU는 수 백 개 단위의 복수 형태로 연산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GPU 도입 덕분에 AI 선두 기업이 되고 있는데, 특히 자율주행차를 엣지 컴퓨팅으로 구현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테슬라, BMW, 아우디 등이 엔비디아의 GPU를 차내에 설치해서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고 있다.

AI 전용 프로세서를 아예 새로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주문형 반도체 ‘(ASIC: 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가 이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에서 개발한 A11 바이오닉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 X의 안면인식을 위해 AI 전용 프로세서인 A11 바이오닉을 공개했다.

이는 클라우드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안면인식이 가능한 프로세서다. 현재 A12 바이오닉까지 나온 상태이며, 아이온 XS에 적용돼 있다.

인간 신경망 구조를 본뜬 ‘뉴로모픽 프로세서(Neuromorphic Processor)’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전부터 해당 분야를 연구해 온 퀄컴은 2013년 뉴로모픽 프로세서 형태를 띤 ‘제로스(Zeroth)’를 공개했다.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포함하고 있는 ‘스냅드래곤 820’  ⓒ Flickr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포함하고 있는 ‘스냅드래곤 820’ ⓒ Flickr

이후 퀄컴은 스마트폰이 엣지 컴퓨팅 방식으로 자체 AI를 구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CPU 장치인 ‘스냅드래곤(Snapdragon)’에 제로스를 적용했다. LG G5, 갤럭시 S7 등 일부 스마트폰에서 해당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AI 프로세서의 등장은 엣지 컴퓨팅 방식 기기가 클라우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AI를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다. AI 프로세서가 성장함에 따라 엣지 컴퓨팅의 AI 구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엣지 컴퓨팅이 클라우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AI 프로세서가 클라우드에도 마찬가지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엣지 컴퓨팅의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클라우드 성능도 좋아지는 셈이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AI를 이용할 때는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낮은 수준의 AI를 이용할 때는 엣지 컴퓨팅을 활용하는 식으로 적절한 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팅 방식도 많이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GE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프레딕스(Predix)’의 제공 수단으로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가트너 또한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을 상호 보완적 관계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엣지 컴퓨팅 시장은 클라우드와 함께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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