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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오염수도 OK! ‘휴대용 정수기’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7) 솔라볼과 행복한 대야

전 세계 인구 중 10% 정도가 물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물 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를 수질 오염에서 찾고 있다.

물 관련 전문가들도 지구에 존재하는 담수의 양이 인구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된 물이 너무 많아서 깨끗한 물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물 부족 문제의 근본 원인은 오염수의 증가다 ⓒ 연합뉴스

물 부족 문제의 근본 원인은 오염수의 증가다 ⓒ 연합뉴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위생적이지 못한 물을 마신 사람의 경우 감염성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세 미만 어린이들이 잘 걸리는 설사병도 오염된 식수가 주요 원인이라고 해당 보고서는 전했다.

휴대용 정수기는 바로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적정기술 제품이다. 오염된 물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질환의 발병률은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 국가에서 높은 편인데, 과학기술 원리로 무장한 휴대용 정수기들이 그 같은 발병률을 감소시키고 있다.

태양광으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정화

호주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조나단 리우(Jonathan Liow)’는 우연한 기회에 캄보디아의 시골을 방문했다가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열대 우림 기후여서 어디를 가든 물은 넘쳐났지만, 정작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지켜보던 리우 디자이너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주민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수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제 조건은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하지 않고, 재료를 구하기 쉬우며,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전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수기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은 끝에 결국 ‘솔라볼(solar ball)’이라는 이름의 태양광 정수기를 만들 수 있었다.

솔라볼은 공 모양으로 생긴 정수기다.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안에 물을 담아 햇빛 아래에 두기만 하면 태양의 뜨거운 열에 의해 물은 자연 증발되고 이 과정에서 오염된 물과 깨끗한 물이 자동으로 분리된다.

태양광으로 오염수를 증발시켜 정수하는 휴대용 정수기 '솔라볼'

태양광으로 오염수를 증발시켜 정수하는 휴대용 정수기 ‘솔라볼’ ⓒ inhabitat

증발된 수증기는 솔라볼 천정에서 응결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깨끗한 물은 저장고로 흘러 모이게 된다. 또한 오염 물질은 바닥에 있는 검은 구멍으로 침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정수기 안의 저장고에는 깨끗한 물만 남게 된다.

리우 디자이너는 “이 같은 원리를 통해 솔라볼 한 통이 하루에 3L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공 모양처럼 둥그렇게 만든 것은 먼 거리를 걸어서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발로 툭툭 차면서 밀고 오라는 의도로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솔라볼의 장점은 무엇보다 별도의 전력이 없어도 태양광만으로 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이다. 또한 휴대가 가능하여 어디를 가더라도 일정 수준의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리우 디자이너는 “캄보디아를 가보니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그들에게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라고 언급하며 “특히 어린이들이 더 이상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라고 말했다.

정수기도 되고 모자도 되는 일석이조 제품

호주의 디자이너가 태양광을 이용한 휴대용 정수기를 개발했다면,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은 부력(浮力)을 활용한 휴대용 정수기를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우식 디자이너와 최덕수 디자이너가 바로 개발의 주역이다.

‘행복한 대야(Happy Basin)’라는 이름의 이 정수기는 얼핏 보면 음식을 담는 접시 같기도 하고, 장난감 모자처럼도 생겼다. 대야라는 이름처럼 모양은 단순하게 생겼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원리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일단 대야를 물에 뜰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가장자리가 공기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공기로 인해 부력이 생긴 대야가 물에 둥둥 뜨게 되면, 대야 바닥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오염수가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내부에 장착된 나노 필터를 통해 오염 물질이 정화되고 깨끗한 물만 대야 안에 고이게 된다.

모자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 '행복한 대야'

모자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 ‘행복한 대야’ ⓒ 수자원공사

이 같은 원리에 대해 적정기술 전문가들은 “저렴한 제작 비용과 간단한 제작 공정, 그리고 가벼운 무게 및 손쉬운 사용방법 등 적정기술이 요구하는 사항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물 부족 국가의 주민들에게 커다란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행복한 대야의 장점은 가장자리에 형성된 공기층 덕분에 물 위에 띄우기가 쉽고, 하단 부분의 정수필터로 오염된 물이 깨끗한 물로 바꾸는 자동 정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행복한 대야는 ‘Happy Basin becomes a little oasis!(행복한 대야는 작은 오아시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제3세계 주민들의 식수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부유식 정수기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했던 최 디자이너는 “대량이 아닌 소량의 물을 정수할 때 행복한 대야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라고 말하며 “당장 마셔야 할 식수나 요리 및 세수에 필요한 물을 얻기를 원하는 제3세계 주민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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