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처럼 회전상태 따라 달라지는 분자 운동궤적 규명

UNIST, 회전 양자 상태 따른 정렬 효과 확인…분자 분리 등 응용 기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도 ‘회전 상태’에 따라 다른 운동 궤적을 지닌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조범석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레이저장(laser field·비공명 광학정상파) 영향 아래에서 비극성 분자(전하 분포가 균일해 극성을 띠지 않는 분자)의 회전 양자 상태가 다르면 운동 궤적도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구종에 따라 공기와 상호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듯이, 분자도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분자가 정렬되는 정도가 달라지면서 궤적이 변하는 것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양자 상태별로 분자를 분리하는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자는 레이저장이 없으면 저마다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자유롭게 회전한다. 그런데 이 분자들이 레이저장과 상호작용하면 변화가 생긴다.

레이저장이 존재하면 비극성 분자도 유도된 극성을 갖게 되고, 그 정도는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분자는 특정한 방향(레이저장의 편광 방향)으로 정렬되며, 동시에 레이저장과 상호작용해 분자의 병진운동(앞으로 이동하는 운동) 변화가 생긴다.

이처럼 외부의 전기적 힘으로 유도되는 극성 정도를 편극률이라 한다. 실제로 편극률은 회전 양자 상태뿐 아니라 분자 정렬 정도와도 연관이 있고, 정렬 정도는 레이저장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동안 보고된 실험 결과들에서는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분자 정렬’이 분자의 운동 궤적 변화(분산)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됐는데, 연구진은 이를 정확히 설명해 냈다.

회전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 기체 분자와 마주 보며 진행하는 동일한 레이저 빔 2개로 만들어진 광학 정상파를 이용해 산란실험을 하고, 회전 양자 상태에 따라 변하는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한 분자궤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 결과를 해석했다.

그 결과 회전 양자 상태별 분자 정렬 효과를 고려했을 때 가로 방향으로 변하는 분자 속도를 잘 설명할 수 있었다.

투수가 던지는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어 공기와 상호작용이 강해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힘든데, 마찬가지로 회전온도가 낮은 이황화탄소 역시 분자 정렬 효과가 커 운동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 공기 흐름은 자연의 섭리라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자 정렬 정도는 계산할 수 있어서 분자 운동 궤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조범석 교수는 “레이저장에 의해 정렬된 분자 분산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은 분자 운동 제어뿐 아니라, 비극성 분자들을 회전 상태에 따라 분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다”라면서 “이는 서로 다른 양자 상태에 분포하는 이성질체를 분리해 각각 반응동역학을 연구하는 등 후속 첨단 연구 토대가 될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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