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암 정복 시대, 현실로 다가온다

[전승민의 미래 의료] 암세포 공격에 사용하는 ‘3세대 면역치료제’ 기술 급성장

과학기술의 최종 소비자는 결국 일반 시민이다. 많은 생명과학자가 연구의 최전선에서 열정을 쏟고 있지만, 대중의 시각으로 연구의 필요성을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생명과학기술의 종착점인 ‘의료’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 동향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통해 가까운 미래사회, 우리 일반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첨단 의료기술의 모습을 10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다행히 일반 암이네요. 아직 3기라 약을 드시면 잡힐 겁니다.”

가까운 미래, 20년 이내에 병원에 찾아가면 이런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될지도 모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암은 불치의 병으로 불리며 ‘사형선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생명과학계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십수 년 이내에 ‘암의 정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항암제가 빠른 속도로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 걱정 없는 세상’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세대 면역항암제 완전 실용화기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구 10만 명당 154.3명) 자리를 36년째 지키고 있다. 의학의 역사는 ‘암과의 전쟁’이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암세포는 급속도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완전 사멸이 어렵다. 더구나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온몸으로 ‘전이’ 하는 특징도 있어 치료가 대단히 까다롭다. 대부분의 질병은 먼저 약물로 치료한 후 차도가 없으면 외과적 처치를 고려하는데, 암 치료는 이와 반대다. 가장 먼저 ‘수술’을 고려하고, 그 이후에 약물이나 방사선치료 등의 방법을 동원해 혹시 몸속에 남아있을지 모를 작은 암세포를 공격한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암이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혹은 수술할 수 없는 부위에 생긴 경우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상식이었다.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암 치료율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결국 암을 치료하는 약물, 즉 효과좋은 ‘항암제’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항암제는 왜 효과가 좋지 않았을까.

흔히 ‘1세대 항암제’는 ‘화학항암제’라고도 불린다. 정상 세포도 같이 손상을 주기 때문에 부작용이 극심하다.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점에 착안해, 분열이 빠른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모근, 생식세포, 소화기 등은 적잖은 공격을 받기 때문에 탈모, 구토, 식욕저하, 피로감, 극심한 체력저하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암 투병환자의 모습.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unsplash

2세대 항암제는 흔히 ‘표적항암제’라고 불린다. 암세포에만 많이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화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약물이다. 암의 성장과 발생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골라서 죽일 수 있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효과도 높은 편이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종류가 많지 않고, 암세포의 단백질 구조나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더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내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최근 기대되는 것은 3세대 ‘면역항암제’다. 인간이 가진 면역기능을 이용해 암을 공격하도록 만든 것으로, 항암제의 고질적 문제인 독성(1세대)과 내성(2세대)을 고루 해결할 방법으로 기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D-1 억제제다. PD-1은 ‘T세포’란 이름의 인간 면역세포의 표면 단백질을 억제한다. 암세포의 일부 단백질(PD-L1, PD-L2 등)이 PD-1에 반응하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2015년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이 원리를 채용한 신형 항암제 ‘키트루다’로 치료받아 전이성 뇌종양 완치 판정을 받아 유명해졌다.

이 밖에 암세포에 있는 PD-L1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인 ‘임핀지’ 등도 개발됐다. 최근엔 인간이 가진 CART-T란 면역세포를 암세포 공격에 이용하는 방법이 인기다. ‘킴리아’, ‘예스카타’ 등의 약품이 소개됐다. 지금까지 국내에 승인된 면역항암제는 ▲이필리무맙 ▲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아테졸리주맙 ▲아벨루맙 ▲더발루맙 등 총 6가지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을 치료한 약으로 유명하다. ⓒ MSD

면역항암제가 만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안전한 사용방법’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세대 항암제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면역항암제 역시 독성과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인간의 면역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세포 이외의 세포를 공격할 경우 다양한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다. 피부 및 위장관계, 내분비계, 간 등에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2세대 항암제보다는 적지만 내성도 나타나고 있어 이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019년 11월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KSMO2019)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윤규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PD-1 및 PD-L1 계열약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이상 반응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명과학 기본지식키우는 게 열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역세포 자체에 관한 생명과학계의 선행연구가 중요시되고 있다. 면역반응을 부작용 없이 통제하려면 인체의 면역기능 자체를 더 많이 이해하고, 거기 걸맞게 약품을 맞춤 생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중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조직별 면역세포 세포체 지도’ 기술이다. 인체 조직이 가진 특이적 면역세포의 종류, 세포와 DNA 등 다양한 조건이 얽혀 일어나는 현상 등을 두루 이해하기 위해, 세포의 전체 기능을 파악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조직별 면역세포의 기능과 발병기전을 연계해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완성된다면 항암제는 물론 면역세포의 기능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인체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다양한 유전자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인간 면역세포의 기능과 특징을 완전히 분석한 ‘세포지도’ 완성이 필요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이 기술을 ‘2019년 생명공학 10대 기술’로 선정하고, 미래의료 및 생명과학 혁신의 중요 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발표에 따르면 향후 5년 이내(2024년경)엔 인간 세포지도의 부분적 작성이 완성되며, 인체 조직 속에서 면역세포 분포를 이해할 수 있는 세포체 지도 역시 부분적으로 작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0년이면 관련 지도가 완성돼 다양한 질병의 원인 규명, 부작용 없는 면역항암제 등의 개발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인간 세포지도 작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착수해 향후 5년 내 35조 개의 상세 세포지도를 작성할 계획을 2018년 발표했다.

2013년 ‘사이언스’지는 종양 면역치료, 즉 면역항암제의 개발을 ‘올해의 혁신적 과학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으며, 이 분야 석학인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는 201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꼽히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는 추가적인 연구개발 여부에 따라 기존의 어떤 항암치료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과정에 필요한 조그마한 과학적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세계 각국의 생명과학자들은 지금도 실험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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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23일1:00 오후

    유전자분석으로 RNA가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면 개인의 맞춤식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어서 좋을 텐데 먼 얘기인걸로 알고 있어요. 미래의 의료기술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법적인 보호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법에서 보호한다면 연구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거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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