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 새 메커니즘 발견

특정 유전자 활성화돼 암 발생...새 항암제 기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 채플 힐) 라인버거 종합 암센터 연구팀이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돼 암 발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들 연구팀은 관계없는 두 유전자가 융합된 돌연변이가 물과 기름처럼 서로 혼합되지 않는 ‘액체-액체 상 분리(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LLPS)’라는 과정을 촉진해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함으로써 급성 백혈병과 같은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 자에 발표됐다.

NUP98-HOXA9 종양 단백질이 어떻게 상 분리(phase separation)를 촉진해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암을 유발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 Illustration credit: Erika Deoudes

“암 이해에 부족했던 퍼즐 조각 찾아”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UNC의대 생화학• 생물물리학 및 약리학 부교수인 그레그 왕(Greg Wang) 박사는 “상 분리가 갖는 역할은 암을 이해하는 데 부족했던 퍼즐 조각이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상 분리를 암 형성과 연결시킨 최초의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생물학과 물리학을 연결하는 복잡한 다단계 프로세스에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풀어내기 위해 NUP98-HOXA9라는 유전자 융합을 가진 암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했다. 이 비정상적인 융합은 거의 백혈병 환자의 혈액 세포에서만 발견된다.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같은 대학 세포 생물학 • 생리학 조교수인 더글라스 팬스틸(Douglas H. Phanstiel) 박사는 “유사한 유전자 융합이 다른 악성 종양들에서 관찰됐기 때문에, 우리가 밝혀낸 이 메커니즘은 다른 유형의 암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HOXA9는 염색체 7에서 발현되고 뉴클레오포린 유전자 NUP98은 염색체 11에서 발현된다. 그러나 인간에서 때때로 발생하는 유전자 전위는 NUP98을 7번 염색체로 이동시켜 HOXA9와 융합돼 NUP98-HOXA9 종양 유전자를 형성한다. 그림은 HOXA9 단백질 구조. © WikiCommons / Emw

NUP98-HOXA9 단백질이 DNA에 강력하게 결합해 암 형성

NUP98-HOXA9 유전자가 생성하는 단백질 안에는 본질적으로 무질서한 영역(intrinsically disordered regions; IDRs)으로 알려진 구조화되지 않은 길게 뻗은 영역(stretches)이 있다.

IDR의 역할은 그동안 수수께끼였으나 이번 연구팀이 이를 밝혀냈다. NUP98-HOXA9 단백질이 핵에서 임계 농도에 도달하면 IDR이 NUP98-HOXA9 단백질의 ‘액체-액체 상 분리’를 촉진해 NUP98-HOXA9이 단계화 혹은 구획화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구획화된 공간은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지니고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안정현(Jeong Hyun Ahn) UNC 박사후연구원은 “’액체-액체 상 분리’가 NUP98-HOXA9 단백질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인해 이 단백질들이 표적 유전자에 훨씬 더 강하게 결합된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NUP98-HOXA9 단백질의 DNA 결합은 상 분리될 때 ‘슈퍼 인핸서(super-enhancer)’라는 독특한 패턴을 생성한다”라며, “NUP98-HOXA9 단백질이 DNA에 더 강력하고 슈퍼 인핸서와 유사하게 결합하면 이 인자의 더 강력한 활성으로 이어져 공격적인 혈액 암이 형성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UNC의 더글라스 팬스틸 조교수(왼쪽)와 그레그 왕 부교수(오른쪽). ©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상 분리를 타겟으로 한 치료제 조사 예정 ”

왕 교수는 “이론적으로, NUP98-HOXA9에 의해 형성된 상 분리된 액체 방울을 특이적으로 파괴하거나 용해시키는 약물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과정이 또한 뇌에 축적되는 플라크가 부분적으로 ‘액체-액체 상 분리’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상 분리를 목표로 하는 가능한 치료제를 조사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 상 분리가, 게놈을 구성하고 활성화 영역의 조절에 도움이 되는 염색질 루프를 생성함으로써 게놈의 3차원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구조 변경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3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판스틸 교수는 “이번 발견은 상 분리에 의해 형성된 염색질 루프에 대한 최초의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하고, “이 새로운 종류의 루프는 염색질 조절 영역을 암 유전자와 연결시켜 암 유전자 발현과 치사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암 발생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상황을 합쳐서 생각해 보면, 생물학과 물리학 및 세포 안 유전학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번의 최신 연구 결과에 따라 한층 잘 이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실험을 실험실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살아있는 유기체와 다른 질병들을 대상으로 특정 과정들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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