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서평 /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과학’이라는 신전(神殿 temple)에 호기심 가득한 한 중견 언론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환희에 가득한 얼굴로 신전 곳곳의 방문을 열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신전의 가장 중요한 제단(祭壇 altar)에 앉아 있는 주인공을 만날 날을 고대하는 것 같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고갱은 그림을 그렸다. 철학자들은 사고실험을 하면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지금 대세는 ‘과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가시적인 물질의 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를 쓴 최준석은 50세가 넘어서 과학책을 읽었다. 이공계를 전공한 것도 아닌 그가 늦게 집어 든 과학 서적에 매료돼 10년 가까이 과학책에 집중적으로 빠져들었다.

저자는 공격적인 침팬지와 암컷 중심으로 사회를 구성한 보노보에서 인간 근원의 흔적을 보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은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권력싸움을 벌이고, 생식을 하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뒤늦게 수집한 300여권의 과학책에서 얻는 지식과 수십 명의 저명한 과학자를 인터뷰하면서 호기심 충족의 에너지를 받는다. 빅뱅에서 진화심리학까지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한 연구와 주장에 흠뻑 매료됐다.

저자는 짧게 언급하고 지났지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대한 모순된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암흑물질을 탐구하는 IBS의 이현수 박사와 연세대 이영욱 교수의 상반된 주장을 짧게 실었다. 이현수 박사는 20년째 암흑물질을 찾고 있다.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이에 비해서 이영욱 교수는 암흑에너지는 없다는 매우 도전적인 주장을 세계 우주과학자들에게 던졌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가설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암흑에너지가 없다는 한국 과학자의 야심찬 도전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주론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날지 모른다.

과학을 두고 벌어지는 대립된 의견들은 화해하기도 하고,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천동설과 지동설은 승패가 결정됐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는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화해 공존의 길로 들어섰다. 신경신호가 전기적으로 전달되는지 화학적으로 전달되는지 하는 대립구도 역시 ‘전기적으로, 화학적으로’ 전달된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암흑에너지는 있는가 없는가?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이론이 노벨물리학상 수상한 상황에서 암흑에너지가 없다고 대찬 주장을 한 이영욱 교수의 연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인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깊었던 저자가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든 것이 순례일까, 여행일까. 여행이라면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고 순례라면 계속 나아갈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오던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전진하든 과학이라는 신세계에서 지식을 넓히고 안목을 확대한 것은 개인을 위해서나 우리나라 과학계를 위해서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과학계의 주요 이슈는 인공지능과 유전생물학이다. 한때 DNA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DNA가 담은 정보는 전체 유전정보의 5%도 안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재앙이라는 주장 역시 어떤 결과를 도출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과학이 설명하는 세계는 인간에게 필요한 세계의 몇 %를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이라는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물질세계 탐구 전문가들의 주장이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진리일까? 의미 있는 여행을 시작한 저자가 더욱더 깊은 과학으로 침잠한 다음에, 그 도구를 가지고 다시 인문학과 역사를 발견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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