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방어막 뚫는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생쥐에게 투여한 결과, 암 치료 효과 2배 상승

보통 박테리아라고 하면 폐렴이나 수막염같이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특정 균주를 우선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로 알려진 유익한 박테리아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의 건강을 돕는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암처럼 치료가 힘든 질환의 치료를 돕는 치료제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신시내티대학의 연구진은 최근에 암세포의 방어막을 파괴함으로써 암 치료제가 보다 더 쉽게 종양을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암세포의 방어막을 파괴함으로써 암 치료제가 보다 더 쉽게 종양을 죽일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바이오틱스가 개발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이 연구 결과는 생체소재 분야의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시내티대학 약학대학의 날리니칼스 코타기리(Nalinikath Kotagiri) 교수는 고형암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왔다. 고형암이란 액체 상태의 암인 백혈병 등의 혈액암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세포로 이루어진 단단한 덩어리 형태의 종양을 지닌 암을 말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고형암에는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으로 구성된 세포외기질이 있어서 세포 주위에 방어막을 형성해 항체와 면역세포가 종양에 도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연구진이 그 같은 고형암의 방어막을 깨트리기 위해 주목한 박테리아는 지난 100년간 프로바이오틱스로 사용되어 온 ‘니슬 대장균(E. coli Nissle)’이다. 연구진은 질병을 일으키는 대장균과는 다른 이 대장균 세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외막소포라고 불리는 작은 구조를 더 풍부하게 분비하도록 니슬 대장균을 조작했다.

종양에는 영향 미치지만 다른 세포는 공격하지 않아

외막소포는 박테리아 자체에 존재하는 동일 물질을 운반하므로 외막소포가 많이 분비되면 이 대장균이 암의 세포외기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타기리 교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박테리아는 고형암에서 발견되는 두 가지 특징인 저산소 및 면역결핍 환경에서 번성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특별히 설계된 이 박테리아 역시 자연스럽게 고형암에 끌리게 된다.

연구진은 니슬 대장균의 고유 기능을 활용해 그런 환경을 지닌 종양에 집중하도록 국소화시켰다. 니슬 대장균이 일단 거기에 머무르면 효소를 종양의 세포외기질로 훨씬 더 깊숙이 운반하는 나노 규모의 외막소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든 후 연구진은 유방암과 결장암에 걸린 실험동물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니슬 대장균은 투입 후 정맥으로 전달되어 암세포의 방어막을 파괴함으로써 치료제의 전달을 쉽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시내티대학 약학대학의 날리니칼스 코타기리(Nalinikath Kotagiri) 교수. © Colleen Kelley |University of Cincinnati

연구진은 조작된 니슬 대장균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생쥐에게 암의 면역치료제나 표적치료제 약물을 투여한 결과, 단순히 암 치료제만을 투여한 생쥐에 비해 2배 더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박테리아와 효소가 세포외기질을 분해함으로써 치료제가 암세포에 도달하는 것을 용이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진은 니슬 대장균이 종양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심장, 폐, 간, 뇌 같은 다른 기관의 건강한 세포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조작된 니슬 대장균이 신체의 다른 부위에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안전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양한 용도로 박테리아 조작할 수 있어

하지만 연구진은 면역 결핍 환경에서 대형 동물 모델과 잠재적으로 인간에서 그 안전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스 박테리아는 인간의 세포보다 약 1~2배 많은 수로 우리의 몸 안에 퍼져 있다. 때문에 장내는 물론 피부, 폐, 입, 그리고 심지어는 종양 내부에도 박테리아가 있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하면 좀 더 능동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코타기리 교수는 “조작된 박테리아가 계속해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장, 입, 피부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박테리아를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러 단백질과 분자로 무장한 박테리아는 단지 결합 치료를 쉽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단일 치료 플랫폼(한 가지 유형의 치료법을 사용하는 요법)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다”고 주장했다.

(3146)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1)

  • 조해지 2021년 11월 26일5:51 오후

    박테리아를 이용해 암세포를 치료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었어요. 마냥 나쁜 줄로만 알았던 박테리아도 좋은데 쓰일 수가 있군요!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상용화가 기다려지겠네요~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