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동물 친구로 극복할까?

과학서평 / 소리와 몸짓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한민국 바둑 대표인 이세돌 9단을 4대1로 박살낸 지 1년이 지났다. 알파고 2.0은 지금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도 첫판을 가볍게 눌러줬다.

인간의 인간됨을 주장하는 근거들은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것 같다. 이럴 때 누가 인간을 위로해줄까?  ‘소리와 몸짓’ (BEYOND WORDS : What Animals Think and Feel)을 읽으면, 이 책을 쓴 칼 사피나 (Carl Safina 1955~) 뉴욕주립대 교수가 “동물이 있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은 매우 특이해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리고 있다. 3명이 공동 수상자였는데, 3명 모두 동물학자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1886~1982)를 비롯해서 오스트리아의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1903~1989), 네덜란드 태생의 영국학자인 니콜라스 틴베르헨(Nikolaas Tinbergen, 1907~1988) 등이 그랬다.

1973년엔 동물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 받아   

동물행동연구는 매우 젊은 학문이다. 닭 사이에 모이를 쪼아 먹는 서열이 있다는 간단한 사실도 1920년대에야 겨우 알려졌다. 과거에도 수많은 주부들이나 어린이들이 닭을 자세히 관찰했다면, 이 서열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칼 사피나 지음, 김병화 옮김 / 돌베개 값  35,000원 ⓒ ScienceTimes

칼 사피나 지음, 김병화 옮김 / 돌베개 값 35,000원

1973년에 세 동물학자가 꿀벌의 춤 언어, 물고기의 구애행동, 새끼 거위가 부화한 뒤 처음 보이는 것을 각인하는 행동 등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동물의 행동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이제 과학자들이 밝히면 과학계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지능을 가져야 할 수 있는 동작을 하는 동물들은 제법 많다. 동물의 지능(intelligence)을 비롯해서 지능에 따른 의식(consciousness) 등에 관한 탐구일 것이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777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담았다. 주로 코끼리와 늑대 및 범고래를 다뤘지만, 오래동안 동물의 생태를 찾아 세계를 다닌 학자답게, 생생한 체험과 관찰 이야기가 가득하다.

코끼리 이야기는 아름다운 소통과 교감도 있지만, 처참하고 눈물나는 멸종의 역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로마시대 이후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아마 99%는 죽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800년에 살던 지역의 90%에서 지금 코끼리는 모습을 감췄다. 그때까지 대략 2,600만 마리이던 코끼리는 약 40만 마리로 줄었다. 코끼리가 멸종위기로 떨어진 것은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상아를 얻기 위해서였다.

1800년대 코끼리 어금니 하나의 무게는 대략 36kg이었는데 지금은 12kg로 작아졌다. 덩치가 큰 코끼리가 먼저 인간의 손에 멸종한 것이다. 지구 전역에 있던 코끼리는 중국에서는 기원후 1년쯤, 시리아에서는 2,500년 전에 멸종했다.

코끼리와는 달리 호랑이는 인간을 공격해서 살해하지만, 그들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인도의 순다르반 델타 지역 숲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잦은 호랑이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할로윈 스타일의 가면을 머리 뒤쪽으로 썼다. 눈과 얼굴이 뒤통수에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이다.

그곳은 호랑이가 일주일에 한 명씩 잡아먹던 곳이다. 신기하게도 가면을 쓴 사람은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같은기간 동안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 중 27명이 죽었다. 저자는 호랑이가 감시하는 사람의 눈을 의식한다고 해석한다.

항복한 적을 살려주는 불패의 수퍼 늑대 21번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관찰한 21번 늑대는 인간을 감명시킨 수퍼 히어로였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울 땐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한 번도 진 적이 없었지만, 항복한 적을 한 번도 죽이지 않고 풀어주는 엄청난 관대함과 절제력을 가졌다.

사냥을 해 와서는 슬쩍 자리를 피해서 사냥에 참여하지 않은 늑대도 마음대로 먹게 했다. 어린 늑대와는 싸우는 놀이를 하면서 ‘지는 시늉’을 했다.

고래중에서는 가족사이의 유대가 특별히 강한 범고래를 주로 다뤘다. 범고래는 거의 유일하게 자녀가 부모를 떠나지 않고 가족을 이루면서 사는 동물이다.

저자는 동물도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집요하게 매우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렇다면 동물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명은 모두 하나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보다 사실은 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다른 동물들을 이해하는 일은 전문가들만의 사치스러운 업무가 아니다”고 선언한다. 이 작업이 실패하면 세계의 파산이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은 인간의 지능이 계속 높아지는 것이 축복일지 재앙일지 확신하지 못하는 단계에 왔다.

그러나 동물을 더 잘 이해하는 것, 여름 한 철 보양식으로 여기던 동물을 ‘반려자’ 수준으로 격상시킨 데서 보듯이, 동물을 더 잘 이해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것은 확실한 축복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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