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발병 타우 단백질 구조 밝혀

신경퇴행성질환 진단•치료 길 열어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으로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타우(Tau) 단백질의 세부 구조와 독성 기전의 윤곽이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타우 단백질은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많은 신경성 뇌질환에 연루돼 있었으나, 과학자들은 그동안 이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다 어떻게 잘못 접힌 유해한 단백질로 변환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저커만 연구소와 메이요 클리닉(플로리다) 연구팀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례 없이 상세하게 타우 단백질의 세부 구조를 확인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은 환자의 뇌 조직을 분석해, 타우 단백질 변형이 인간 뇌세포에서 단백질이 잘못 접힐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차이가 나는 것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 유형과, 이 질환이 뇌 전체에 얼마나 빨리 퍼질 것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저널 ‘셀’(Cell) 6일 자에 발표됐다.

타우가 불용성 필라멘트로 응집되는 것은 타우 병증의 병리학적 특성이다. 아라카미아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저온전자현미경과 질량 분석법을 사용해 ‘뇌 피질 기저 퇴행(CBD)’과 알츠하이머병 환자로부터 타우 필라멘트 구조를 비교해 타우 병증의 구조적 다양성을 매개하는 PTM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 Veronica Falconieri Hays and Anthony Fitzpatrick/Columbia University’s Zuckerman Institute

타우 구조와 PTM의 역할 밝혀내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을 보완적으로 사용해 타우의 구조를 그려내고, 타우 단백질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번역 생성된 후의 변형체(PTMs,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로 불리는 분자의 영향을 밝혀냈다.

이 새로운 구조적 통찰은 연구자들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질병을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표지자를 식별해 내고, 특정 PTM을 목표로 한 새로운 약물 디자인을 통해 사전에 발병을 예방함으로써 신경퇴행성 질환과의 싸움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컬럼비아대 저커만 마인드 브레인 행동 연구소의 앤서니 피츠패트릭(Anthony Fitzpatrick) 박사(생화학 및 분자 생물물리학 조교수)는 “타우 단백질은 질병 이환에 관계됨으로써 오랫동안 상당한 관심을 끌어왔다”고 말하고, “이번 논문을 통해 잘못 접힌 타우의 독성적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퇴행성 질환 집합인 타우 병증(tauopathies)에서 PTM이 구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타우 병증 가운데 정확히 똑같은 것은 없다. 각각의 질병은 뇌의 다른 부분이나 다른 세포 유형에 영향을 미치고, 서로 다른 증상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은 해마에서 발생해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 외상성 뇌 손상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만성 외상성 뇌병증(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은 영향을 받는 뇌 부위에 따라 운동과 기억, 감정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 신피질에서 신경세포체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타우 단백질(화살표). 화살촉 표시는 뉴런 연장체. 오른쪽 아래 기준자는 0.025밀리미터. ⓒ Wikimedia / Tulemo

저온전자현미경과 질량 분석법 활용

연구팀은 전통적인 이미징 기술을 사용해 개별 섬유 혹은 필라멘트로 구성된 타우 얽힘(tangles of tau)이 이런 질병들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완전한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웠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이자 피츠패트릭 교수실 대학원생인 탐타 아라카미아(Tamta Arakhamia) 연구원은 “신경퇴행성 질환자의 뇌는 전반적으로 손상돼 상당 부분을 타우 같은 잘못 접힌 단백질 덩어리와 얽힘들이 채우고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타우 필라멘트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1만 배나 더 가늘기 때문에 자세히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츠패트릭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온전자현미경 관찰법(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을 사용해 환자의 뇌 조직으로부터 얻은 개별 타우 필라멘트를 시각화했다.

전자빔을 이용해 표본을 이미지화하는 cryo-EM은 아주 작은 생물학적 구조를 조사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로 입증된 바 있다.

피츠패트릭 박사팀은 cryo-EM으로 타우 필라멘트 구조를 재구성해 이 필라멘트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해 뇌 전체에 퍼지는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했다.

그러나 cryo-EM은 고도로 상세한 단백질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 한계 극복을 위해 질량 분석기(mass spectrometry)를 채용해 두 장비를 병용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피츠패트릭 교수실 대학원생 크리스티나 리(Christina Lee) 연구원은 “cryo-EM은 타우 표면의 미세한 PTM을 완전히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그림을 얻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그에 비해 질량 분석법은 타우 표면에서 PTM의 화학적 조성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미세소관(위)과 타우 병증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미세소관 그림. ⓒ Wikimedia / Resident Mario

“PTM이 타우 행동에도 영향 미쳐”

이번 연구에는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메이요 클리닉(플로리다) 레너드 페트루첼리(Leonard Petrucelli) 석좌교수와 에모리대 의대 니콜라스 사이프리드(Nicholas Seyfried) 생화학교수가 협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과 협력해 cryo-EM과 질량 분석법으로 알츠하이머병과 뇌피질기저 퇴행(CBD, corticobasal degeneration) 등 두 가지 타우 병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뇌 조직을 분석했다.

CBD는 1만 명 당 한 명 정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드문 질병이지만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타우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주로 타우 단백질의 오작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페트루첼리 교수는 “CBD와 같은 일차성 타우 병증을 연구하면 타우가 어떻게 뇌세포에 독성을 띠게 되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미국 컬럼비아대 앤서니 피츠패트릭 박사(생화학 및 분자 생물물리학) ⓒ John Abbott

연구팀의 뇌 조직 표본 분석은 몇 가지 중요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우 표면에 있는 PTM들 사이의 혼선(cross-talk)이 타우 필라멘트 구조에 영향을 미쳐, 여러 타우 병증에서 관찰된 타우 필라멘트에서의 차이와 심지어 환자와 환자 사이의 차이점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피츠패트릭 박사는 “종합적으로 볼 때 이런 연구 결과들은 PTM이 단백질 표면에서 표지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타우의 행동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다른 타우 병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병과 CBD에서의 이번 발견은 특히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오가노이드와 미니 뇌 같은 새로운 질병 모델 개발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환자의 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츠패트릭 박사는 “이번 발견은 질병 진행을 늦추기 위해 PTM을 타킷으로 한 진단 도구와 약물 설계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개발을 고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신경퇴행성 질환은 가장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질병군에 속하지만, 우리와 다른 여러 협력자들은 성공적인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210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