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주범은 타우 단백질”

타우 PET로 뇌 위축 패턴 예측 가능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은 지금까지 추정돼 온 뇌 신경세포 표면에 침착된 베타 아밀로이드가 아니라 타우(tau) 단백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병리적인 타우-단백질 ‘엉킴(tangles)’을 영상화하면 뇌가 위축될 위치를 1년 이상 앞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 연구와 약물 개발의 초점이 되었던 아밀로이드 플라크(plaques)의 위치는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손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거의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기억과 노화 센터’ 연구팀이 수행한 이 새로운 연구는 ‘과학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월 1일 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 단백질보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의 뇌 퇴행을 더욱 직접적으로 유도한다는 연구자들의 점증하는 인식을 뒷받침해 준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병의 임상시험을 가속화하고 개별 환자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타우-기반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의 유용성도 입증했다. <관련 동영상>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PET 촬영을 하고 1~2년 뒤의 뇌 위축을 MRI로 촬영한 결과 타우 PET 영상(자홍색)은 뇌 위축의 위치를 예측한데 비해 아밀로이드 PET 영상(파란색)은 예측을 못 했다.  Credit: Rabinibici lab / UCSF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PET 촬영을 하고 1~2년 뒤의 뇌 위축을 MRI로 촬영한 결과 타우 PET 영상(자홍색)은 뇌 위축의 위치를 예측한데 비해 아밀로이드 PET 영상(파란색)은 예측을 못 했다. ⓒ Rabinibici lab / UCSF

이 센터의 PET 영상 프로그램 리더이자 신경학 석학교수인 길 라비노비치(Gil Rabinovici) 교수는 “타우가 확산된 이듬해에 뇌에 일어난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타우의 PET 영상을 통해 뇌가 어디에서 얼마나 위축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며, “이런 예측은 다른 이미징 도구로 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고, 타우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증거를 추가해 준다”고 강조했다.

아밀로이드 기반 치료법 실패로 타우에 관심 증가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의 상대적 중요성에 대해 논란을 벌여왔다. 이 두 종류의 잘못 접힌(misfolded) 단백질 덩어리들은 20세기 초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에 의해 처음 확인됐다.

수십 년 동안 ‘아밀로이드 진영’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아밀로이드 표적화 약물을 개발해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주목할 만한 노력들이 이어졌으나, 결과는 실망스럽거나 혼재된 것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베타 아밀로이드 주 원인설’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독일과 미국 협동연구팀은 지난해 2월 21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혈액 속 신경미세섬유 농도 변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징후가 나타나기 오래전에 병의 진행을 정확하게 모니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뇌의 퇴행은 신경미세섬유 농도 변화율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독성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의 상관관계는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질병 유발 인자이기는 하지만 신경세포 퇴행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최근 미국 재향군인 샌디에이고 헬스케어 시스템 연구진은 미국신경학회 기관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치매 초기의 미세한 인지 기능 저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출현 이후가 아니라 그전에 시작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네 명의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및 뇌 위축 MRI 사진 비교. Credit: Rabinibici lab / UCSF

알츠하이머병 환자 네 명의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및 뇌 위축 MRI 사진 비교. ⓒ Rabinibici lab / UCSF

이런 상황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다시 타우 단백질에 주목해 이 단백질이 실제로 병의 중요한 생물학적 원인인지를 조사해 왔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광범위하게 축적되는데 비해, 타우 단백질은 뇌를 부검했을 때 때때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의 뇌에서도 위축(atrophy)이 가장 심각하고 또한 증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위치(예를 들면 언어 관련 영역과 기억 영역 등)에 정확하게 집중돼 있음이 밝혀졌다.

논문 제1저자이자 라비노비치 교수의 ‘생체 대상 분자 신경영상 연구실’ 르노 라 주아(Renaud La Joie) 박사후 연구원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타우 단백질과 관련한 더욱 많은 발견들이 나오면서 실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 주아 연구원은 “아직도 사후 뇌 조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타우 단백질이 뇌 퇴행을 일으키고 다른 방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며, “우리 그룹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비침습적 뇌 영상 도구를 개발해 질병 초기의 타우 축적 위치를 보고 나중에 뇌 퇴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우 PET 스캔으로 미래 뇌 위축 위치 예측

타우 단백질은 살아있는 뇌에서 측정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초기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최근 플로르타우시퍼(flortaucipir)라는 인체에 주입 가능한 분자를 개발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청(FDA)에서 심의 중인 이 분자는 뇌에 있는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과 결합해 PET 스캔으로 포착할 수 있는 가벼운 방사성 신호를 방출한다.

라비노비치 교수와 공동연구자인 윌리엄 재거스트(William Jagust) 교수(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및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정상적으로 노화된 뇌와 알츠하이머 환자 뇌의 작은 단면에서 타우 엉킴의 분포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PET 이미징을 적용한 연구자들 중 하나다.

이들이 수행한 이번의 새로운 연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타우 수준이 미래의 뇌 퇴행을 예측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테스트하는 첫 번째 시도였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세 명의 초기 PET 사진과 시간이 지난 뒤의 뇌 위축 MRI 사진 비교. Credit: Rabinibici lab / UCSF

알츠하이머병 환자 세 명의 초기 PET 사진과 시간이 지난 뒤의 뇌 위축 MRI 사진 비교. ⓒ Rabinibici lab / UCSF

라 주아 연구원은 UCSF 기억과 노화센터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 32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PET 스캔을 실시하면서 두 가지 다른 추적기를 사용해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수치를 측정했다.

이들 연구 참가자들에게는 또한 뇌의 구조적 통합성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 시작 시점과 이후 1~2년간의 추적 조사 기간 동안 MRI 스캔을 받도록 했다.

연구팀은 연구 시작 때 조사한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타우 수치를 통해 그 뒤 후속 방문 때까지의 기간(평균 15개월 뒤) 동안 뇌에 얼마나 많은 퇴행이 일어났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이 타우 축적의 국소적 패턴은 40% 이상의 정확도로 같은 위치에서의 후속 위축 발생을 예측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밀로이드 PET 스캔은 미래의 뇌 퇴행을 다만 3% 정도만 정확하게 예측했다.

라 주아 박사는 “타우 축적으로 뇌 퇴행이 발생하는 곳을 예측한다는 것은 타우가 알츠하이머병 신경변성의 주요 원인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특히 PET 스캔 결과 나이 든 참가자들에 비해 좀 더 젊은 참가자들의 뇌에서 전체적인 타우 수치가 높았고, 이는 그 후의 뇌 위축과 더욱 강력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년의 알츠하이머병 발병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나 혈관 손상 같은 다른 요인들이 좀더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UCSF 신경학과 라비노비치 석학교수. Credit: Noah Berger for UCSF

연구를 수행한 UCSF 신경학과 라비노비치 석학교수는 타우 PET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정밀한 의학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Noah Berger for UCSF

뇌 위축 예측은 ‘가치 있는 정밀의학 도구’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이 센터와 다른 기관들에서 개발 중인 타우 단백질 타깃 약물이, 알츠하이머병 신경퇴행의 주요 원인을 차단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임상적 이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또한 연구팀은 타우 PET를 사용한 신경퇴행 예측 능력이 개인 맞춤 치매 치료를 가능케 하고,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비노비치 교수는 “이제 처음으로 이 도구를 사용해 병의 근원이 되는 생물학적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개별 환자들에게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은 뒤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독립적으로 오래 생활할 수 있는지, 언어를 구사하고 주위를 돌아다니는 능력을 언제 잃어버릴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타우 PET 이미징을 통한 미래의 뇌 위축 예측 능력은 또한 치료 약물이 타우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예상 뇌 위축 궤적을 바꾸지 않을 경우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화합물로 변경하도록 할 수 있다.

라비노비치 교수는 “타우 PET는 향후의 임상시험에 매우 유용한 정밀 의학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살아있는 환자 뇌에서의 타우 축적을 민감하게 추적하는 능력을 통해 연구자들이 각 환자에게서 예측되는 뇌 위축 특정 패턴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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