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알약처럼 생긴 ‘캡슐내시경’의 진화

[전승민의 미래 의료] 소장 속 검사 가능…수년 내 ‘간단한 치료’ 기대

사람의 소화기관 내부를 검사할 때 내시경만큼 좋은 방법은 찾기 어렵다. 의사가 환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은 목구멍을 거쳐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십이지장까지 관찰할 수 있다. 대장은 항문을 통해 대장 속으로 굵은 관을 집어넣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 요즘은 내시경 장비가 좋아져 위나 대장 속에 생긴 작은 혹 같은 것도 그대로 떼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와 대장 사이에 있는 소장이 문제였다. 가늘고 길이도 6~7m에 달할 만큼 길어 내시경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속을 직접 들여다볼 방법이 없어 ‘암흑의 장기’로까지 불렸다. 결국 과학기술자들은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알약처럼 생긴, 삼키기만 하면 소화기관 속을 검사할 수 있는 ‘캡슐내시경’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다.

미국 국립암센터 의료진이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내시경은 소화기 검사 및 치료에 필수적 장비로 최근 캡슐내시경의 등장으로 환자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National cancer institute

1세대 캡슐내시경은 이미 실용화

캡슐내시경은 이미 실용화돼 있다. 알약처럼 생긴 내시경을 삼키면 위와 소장, 대장을 지나는 동안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 전송해 준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크기는 보통 길이 2.5~3㎝, 굵기 1~1.5㎝ 정도로 커다란 비타민 알약 정도다. 장의 운동에 따라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내부에 들어있는 카메라와 플래시를 이용해 1초에 2~3장 정도 사진을 찍어 배에 복대처럼 두르고 있는 수신장치로 보낸다. 공복 상태에서 캡슐을 삼키기만 하면 그대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검사시간(최대 1~2일) 이후 수신장치만 병원에 제출하면 된다. 먹었던 캡슐은 대변과 함께 배출되는데, 그대로 버리면 된다. 병원에선 수신장치에 들어있는 사진을 컴퓨터 등으로 내려받아 살펴보면서 발적이나 궤양, 종양 등의 유무를 판단한다.

캡슐내시경 검사는 이미 실용화돼 있어 지금도 병원만 가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검사 비용만 100~150만 원 정도로 비싸 자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몇 해 전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돼 검사비가 10~20만 원 정도로 줄어들어 관련 검사 비율이 늘고 있다. 한 해 소장 질환으로 관련 검사가 필요한 사람 약 2000~3000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캡슐내시경. 알약 형태로 먹기만 하면 소화기 내부 검사를 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OLYMPUS

몸속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2세대 장비 실용화 기대

캡슐내시경은 소장에 생겨난 질환을 약 60~70%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위나 대장 내시경이 소화기 내부에 생긴 질환을 거의 대부분 찾아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캡슐이 장의 연동운동을 따라 내려가며 그대로 연속해서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이라서 사진에 찍히지 않는 부위가 적지 않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캡슐내시경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2세대 캡슐내시경’도 개발됐다. 기계장치인 캡슐을 임의로 조종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부터는 ‘캡슐 로봇’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몸속에 들어있는 작은 캡슐을 어떤 원리로 조종하는 것일까. 사람의 세포는 대부분 수분으로 돼 있어 전파가 통과하기 어렵고, 몸 바깥에서 무선신호를 보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또 초소형 캡슐 내부에 구동장치나 배터리, 동력 장치 등을 설치하는 것도 문제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자기장’이다. 환자의 몸 바깥에서 강한 자력을 이용해 위장과 소장, 대장 속에 있는 캡슐내시경을 몸속 원하는 곳으로 끌어당겨가며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환자가 검사를 받는 동안 마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장치와 비슷하게 생긴 원형 통 속에서 상당 시간 동안 누워 있어야 한다. 1세대 방식은 검사 도중 일상생활도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불편해진 셈이다. 그러나 내시경은 환자에게 큰 고통 없이도 소장 내부까지 검사가 필요한 곳을 확실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세대 지나 3세대 캡슐내시경 개발 한창

캡슐 방식이 아닌, 소장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전용의 특수 내시경 역시 개발돼 실용화돼 있다. 이 내시경은 가늘고 긴 데다, 앞뒤로 풍선 장치가 붙어 있어 이를 부풀려가며 소장 속을 전진해 들어갈 수 있다. 흔히 ‘이중 풍선 내시경(Double balloon endoscopy)’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위나 대장 내시경과 마찬가지로 검사 도중 다양한 처치가 가능하다. 작은 크기의 용종 등은 검사 도중에 즉시 떼어낼 수 있고, 만약 큰 종양 등이 보일 경우 검사에 필요한 살점(검체)을 조금 떼어낼 수도 있다. 수술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환부를 미리 색소 등으로 표시해 두는 기능도 있다. 다만 검사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가 검사 중 받는 고통도 상당히 큰 편이다. 또 검사 자체가 고난도에 속해 대형 병원에서 숙련된 의사만 시행할 수 있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중 풍선 내시경 못지않은 기능을 갖춘 3세대 캡슐내시경 역시 개발되고 있다. 캡슐내시경을 이용해 소장 속 전체를 샅샅이 흩어보고, 필요하다면 검체를 떼어내거나 수술 부위에 표식을 하고, 약물을 주입하는 등의 처치도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약물 주입 및 검체 확보, 수술 부위 표시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3세대 캡슐내시경’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3세대 캡슐내시경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2019년 11월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에서 ‘3세대 다기능 캡슐내시경’의 개발이 사실상 완료 단계에 이렀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도 올림푸스 등 내시경 전문 업체에서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라 빠른 실용화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크론병(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질환) 등을 가진 특이질환 환자들은 일반 내시경에 큰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 캡슐내시경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앞으로 캡슐내시경이 다양한 소화기계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적용되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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